밤은 여명에 자리를 내어주고
시나브로 사라졌다.
차창 밖 어슴푸레 남아있던
한 줌 어둠의 기억마저 시간을
좇아 떠난다.
두런두런 속삭임 가득한
태백행 관광버스는
삶에 지친 중년을 싣고
만항재 고갯길 힘겹게 오르네.
하얀 눈 위에
내 살아온 발자국 남기며
숨이 목까지 차 올라도
걷고 또 걸으니
눈물이 난다.
왜 그리 살았나?
무엇이 나를 화나게 했나?
산의 제일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본다.
모두가 내 발아래다.
그래, 나는 세상 제일 높은 곳에 섰다.
그대여,
산의 속삭임이 들리는가?
세상사 찌든 때 고단함
여기에 두고 떠나라 하네.
순백 같은 눈 속에 묻어두고 가라 하네.
그래, 그렇게 웃으며 살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