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담 Nov 01. 2021

부모님의 자식으로 산다는 것

부모님께 장남의 의미는 여느 자식들과 다르다.

그건 아마도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온 대다수의 우리네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막내 동생이 부모님 댁 근처에 살며 자주 찾아뵙고 살뜰히 챙겨도 장남에 대한 어머니의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다.


결혼해서 외지로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나는 늘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이다. 명절 때나 생신 때  한 번씩 찾아뵙기에 항상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함이 앞선다.

반면 남동생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을 뵙고 보살펴 드린다.

내가 못하는 장남의 역할을 동생에게 대신시키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그래서 내가 택한 부모님을 뵙는 특별한 방법은 하루에 한 번 전화드리기이다. 매일 퇴근 시간에  차에 시동을 걸고 부산의 부모님 댁에 전화를 한다. 그것도 하루는 아버지와, 하루는 어머니와 이렇게 균형을 맞춰 가며 통화를 한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대화 주제가 있는 건 아니다.

날씨 이야기, 식사 이야기, 그리고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불편한 데는 없으신지...


매일 같은 패턴의 대화의 반복이지만 부모님도 나도 지겨워하거나 식상해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퇴근하면 안심이 된다. 부모님의 무사하심에 안도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 열흘쯤  후면 부모님은 청도로 이사를  오신다.

새로 이사할 촌집은 집 앞에 큰길이 있는 평지의 주택으로 뒷마당에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텃밭이 있는 곳이다.


이제 부모님께 전화드리는 것 말고도 내가 할 일이 한 가지 늘었다.

매주 부모님을 찾아뵙고 당신들의 안녕하심과 평안하심을 살피는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그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기를 빌어 본다.




이전 05화 부부로 산다는 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