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모님의 자식으로 산다는 것

by 석담

부모님께 장남의 의미는 여느 자식들과 다르다.

그건 아마도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온 대다수의 우리네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막내 동생이 부모님 댁 근처에 살며 자주 찾아뵙고 살뜰히 챙겨도 장남에 대한 어머니의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다.


결혼해서 외지로 나온 지 20년이 넘었다.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와 어머니께 나는 늘 아픈 손가락 같은 자식이다. 명절 때나 생신 때 한 번씩 찾아뵙기에 항상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함이 앞선다.

반면 남동생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 부모님을 뵙고 보살펴 드린다.

내가 못하는 장남의 역할을 동생에게 대신시키는 것 같아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그래서 내가 택한 부모님을 뵙는 특별한 방법은 하루에 한 번 전화드리기이다. 매일 퇴근 시간에 차에 시동을 걸고 부산의 부모님 댁에 전화를 한다. 그것도 하루는 아버지와, 하루는 어머니와 이렇게 균형을 맞춰 가며 통화를 한다.


그렇다고 뭐 특별한 대화의 주제가 있는 건 아니다.

날씨 이야기, 식사 이야기, 그리고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불편한 데는 없으신지...


매일 같은 패턴의 대화의 반복이지만 부모님도 나도 지겨워하거나 식상해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퇴근하면 늘 안심이 된다. 부모님의 무사하심에 안도하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 열흘쯤 후면 부모님은 청도로 이사를 오신다.

새로 이사할 촌집은 집 앞에 큰길이 있는 평지의 주택으로 뒷마당에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텃밭이 있는 곳이다.


이제 부모님께 전화드리는 것 말고도 내가 할 일이 한 가지 늘었다.

매주 부모님을 찾아뵙고 당신들의 안녕하심과 평안하심을 살피는 것이다.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그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시기를 빌어 본다.




keyword
이전 05화부부로 산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