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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석담
Nov 01. 2021
부부로 산다는 건
사랑과 전쟁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부생활은
끊임없는
싸움의
연속이었
다.
애초에
승부는 정해진 싸움이었다. 아버지의 일방통행에
어머니가
끊임없는 잔소리를
쏟아붓는
것으로 싸움은
잠시
휴전에
들어갔다.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고
싸우면서도
이혼하지
않고
한평생
같이
살아오신
건 아이러니를 넘어 불가사의에
가깝다
.
왜 저렇게 싸우실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면
서로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쓸데없는
참견이
싸움의
발단이
된다는 걸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직장 생활하시는 동안에는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마주하는
시간이 적어서 그랬는지 덜 싸우신 것
같았
다.
그러나
어머니가 퇴직하고 집에
눌러앉으시면서
그 지난한
말싸움은
그 끝을 예측할 수 없이 계속되었다.
가난했던
촌에서
농부의 아들로
성장한
아버지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이셨다.
아버지는
집안
에서 어머니의 전기사용, 수도 사용에 일일이 간섭하시고 바닥에 머리카락 하나조차 굴러 다니는 걸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결백증에 가까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반면
직장 생활이 몸에 익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시
는
어머니는 여간 몸이 불편해도 약은 입에도 대지 않으시는 강골 체질로 아버지가 사흘 드리 병원에 다니시는 걸 늘
못마땅해하셨다.
잠시도
몸을 가만 두지
않으시
는 부지런한
성격이셨다
.
우리 부부는
신혼초
부터
부모님 댁에 갈 때면 항상
싸우시
지
말
고
사이좋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리곤 했지만
전투적인 두 분의 성격은 전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추리해보면 어머니의 병적인 잔소리의 근간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바람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신혼시절 어머니가 겪었을 그 외로움과 배신감을 보상받기 위해서 아버지에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잔소리를 늘어놓으신 건 아닌지.
어쨌든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부부싸움은 차라리
무관심한
쇼윈도 부부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나는
위안을
삼았다
.
그리고 나는 커서 절대 부모님처럼 싸우는 부부는 되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도 부부가 되어 가정을 꾸리고 성인이 다 된 자식을 두는 나이가 되었다.
여전히
우리 부부는 시시때때로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느새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다시 스스로 곱씹어 보지만 나는 도무지 이유를 알 길이 없다.
keyword
부부싸움
결혼
Brunch Book
가족, 그 소중한 기억들
03
어머니의 자필서명
04
아버지의 바다
05
부부로 산다는 건
06
부모님의 자식으로 산다는 것
07
밥상머리 교육
가족, 그 소중한 기억들
석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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