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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Nov 01. 2021

밥상머리 교육

무엇이 그를 욕쟁이로 만들었는가?

우리 가족들에게  모든 욕설은 금기어다.

교육자 집안에서 자란 아내에게는 어떤 사소한 욕설도 용납되지 않았다.

남자라고는 나뿐이니 내가 욕을  확률이 제일 높았지만 지금은 욕을 잊고 산  지 오래다. 예전에는 집 밖에서  가끔 욕을 한적도 있다. 운전하면서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면 습관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돌이켜 보면 학창 시절부터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 남자들끼리 있으면 으레 욕을 접두사처럼 쓰곤 했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집에서는 욕을 일절 쓸 수 없었다. 특히 딸애들 앞에서 욕을 하다가는 바로 퇴출이다.


나이 드신 부모님께서도 가끔 대화중에 욕을 쓰곤 하셨는데 그건 아마도 배움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열악한 가정환경 탓이리라. 두 분께 가끔 욕을 쓰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때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큰딸이 중고등학교 시절 휴대전화 문자에 쓴 욕을 발견한 아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집에서 욕 한 마디 안 하던 얌전한  딸애가 욕을 쓴 걸 보고 아내는 너무 놀라서 애를 크게 나무랐다. 그 뒤로 큰 딸은 더 이상 욕을 쓰지 않았다.


오래전에 근무했던 회사 대표가 욕을 심하게 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왜 거친 욕을 하는지 나는 의아했다. 직원들이 잘못이라도 하면 직원들 앞에서  화를 내며 쌍욕을 해댔다. 그의 아들도 같은 회사에 근무했는데 아들 앞에서도 욕을 했다.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뒤에서 사장을 흉보고 비난했다.


'사업도 번창하고 회사도 잘 돌아가는 데,  왜 저렇게 화를 내고 욕을 할까?'

나의 그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일곱 형제 중의 막내인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여러 형들 밑에서 두드려 맞으며  컸다는 얘기를 소문으로 들었다.

부모님이 없으니  밥상머리 교육은 고사하고 따뜻한 가족의 보살핌도 제대로 받지 못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자수성가로 성공은 했지만 어린 시절 형들 밑에서 억눌렸던 감정과 스트레스가 욕이 되어 돌아 온건 아닐까?

돈이 많고 재산이 많아도 화내고 욕하는 사업가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불쌍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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