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 같은 뙤약볕 온몸으로 받으며
팔순의 노모가 고추 모종을 하신다.
재바른 어머니의 손놀림에
나는 쉬었다 하자며 어린애처럼 투덜투덜
항상 당신 앞에서는 어린애이고 싶어요.
"야야, 고랑이 와 안 똑바르노?"
어머니의 핀잔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로터리 시작할 때는 똑바르던 고랑이
서너 고랑 넘어서면서부터는
엄마 등허리처럼 구부러졌다.
한평생 우리 삼 남매 키우느라
등골이 휘어버린 어머니
새참으로 사 오신 다디단
감주가 오늘은 달지가 않네.
그래, 엄마는 항상 내게
좋은 것, 그리고 달달한 것만 주셨지.
나쁘고 쓴 것들은 당신의 몫이었어.
나는 그때 엄마는 원래 그런 줄 알았지.
어머니가 심어 놓은 고추 모종을 보니
그 파란 빛깔이 어머니의 젊은 시절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