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두쫀쿠

by 석담

며칠 전 아침,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입춘 이라며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비유를 들었다.

그 말이 뇌리 속에서 잊힐 때쯤 나는 감기가 들었다.

아내가 산행 가서 얻어온 감기가 오랜만에 집에 다니러 온 큰딸에게 옮아 갔고 나는 감기예방 차원이라며 아내와 식사 때 겸상조차 하지 않았건만 올해 겨울의 첫 번째 감기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감기에 대처하는 방법이 판이하게 다르다.

아내는 어지간해서 병원이나 약국에 가는 법이 없고 그냥 따뜻한 차나 마시며 견디는 쪽이다.

나는 이삼일 콧물이 쏟아지면 망설임 없이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처방받는다.

그런 탓에 나는 약을 먹고 오늘은 상태가 많이 좋아진 반면 아내는 먼저 감기를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보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나의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가 아내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 같아 더 이상 채근하지 않기로 했다.


마침내 아내는 의사들이 금기시하는 약 갈라먹기 신공을 펼쳤다.

나의 감기약 반을 나누어 자기가 먹겠다고 한다. 더는 감기를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어쨌든 오로지 참고 견디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 여겨진다.

내일 있을 산행도 불참하기로 했다니 감기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다.

어서 아내가 감기로부터 해방되어 일상을 되찾으면 좋겠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두쫀쿠가 먹고 싶다며 주문해 달라고 몇 번이나 졸랐다.

생소한 이름이라 검색해 보니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이름의 약어였다.

그날 이후로 퇴근하고 나면 배달앱을 검색해서 두쫀쿠를 주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매일 퇴근하고 나서 배달앱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모든 두쫀쿠는 품절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오후 나는 두쫀쿠 주문에 성공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딸들에게 주문에 성공했다는 톡을 날리고 배달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두쫀쿠 2개와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기 위해서 시킨 바닐라 라테가 도착했다.

그런데 두쫀쿠의 크기를 보고 나는 적잖이 실망했다. 1개 5천 원이 넘으니 적어도 호떡크기 정도는 되겠지 하고 상상했던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딱 500원 동전보다 조금 크다는 게 맞겠다.

맛은 있었고 바싹거리며 씹히는 식감도 좋았다.

그래도 나의 두쫀쿠 체험은 이걸로 족한 듯하다.

어쩌면 설 명절에 두 딸들이 내려오면 또 두쫀쿠를 주문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