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는 절에 발길을 끊었다. 항상 부처님께 의지하고 부처님을 찾았던 어머니가 더 이상 절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으로 와 닿았다. 대학교 입시 준비에 정신없던 시절 엄마는 부엌 부뚜막 구석에 정안수를 떠 놓고 매일 새벽 기도를 하셨다. 나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였음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부처님의 가호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엄마의 기도가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인걸로 기억이 난다. 방학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빈둥거리는 내게 엄마는 같이 절에 가자며 따라 나서라고 말씀하셨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범어사 근처였다. 그곳에서 한참을 걸었다. 숨이 목구멍에 차오를 정도로 가파른 산비탈을 올라 작은 암자에 도착했다. 엄마가 다니는 절이라 했다. 법당에서 삼배를 올리고 주지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점심 공양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엄마는 음력 초하룻날이나 부처님 오신 날에 가끔 절에 가시곤 했다.
결혼하고 나서 엄마를 의성 고운사에 모시고 간적이 있다. 고운사를 보여드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절 입구에 있는 연잎정식을 맛보여 드리려는 의도였다. 엄마는 고운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시고 연잎정식도 맛있게 드셨다.
“엄마, 이제 절에 안가세요?”
“나는 이제 절에 안 갈란다.”
엄마는 단호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청도로 이사한 어느 날 엄마한테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여쭈어 보았다. 절에 가시지 않는 이유는 끝내 묻지 않았다.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절을 가지 않기로 마음 먹으신 듯 했다.
연로하셔서 힘드셔서 그런가 싶어 내가 자동차로 가까운 절에 모셔다 드린다고 권해도 보았지만 한사코 거절하셨다. 엄마의 변절(?)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문득 중학교 때부터 절에 다녔던 나를 떠올렸다. 대학입학 전까지 매주 절에서 법회를 들었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불교학생회에서 불교를 탐구하고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데 전심전력을 다했던 내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절에 발길을 뚝 끊었던 기억이 나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학을 졸업 뒤에도 그 절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부산이라는 거리감 때문이었다. 시간이 흘러 세월이 쌓이고 너무 늦어 버렸다는 생각에 절은 고사하고 부모님이 계신 부산에 가는 횟수도 줄어 갔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삼사순례를 해야 한다며 아내와 절을 세 곳이나 찾아 다니고, 주말마다 팔공산이며 운문산의 이름난 절을 찾아 사찰 순례를 했다. 그러면서도 중고등학교때 그 절을 다시 찾지는 않았다.
이제는 나도 부처님의 품이 그리울 이순의 나이가 되었다. 머지않아, 유년의 기억이 깃든 그 절을 다시 찾아 부끄럽고 나태했던 나의 모습을 부처님께 보여 드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