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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담 Jan 31. 2022

새해 액땜 제대로 하다

임인년 새해 연휴가 시작된 지난 12월 29일 설 대목이라 토요일 출근을 했다. 세시 반쯤 공장을 나섰다. 설 연휴를 즐기기  위한  퇴근길은  꽉 막힌 교통체증에도 즐겁게 느껴졌다. 설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퇴근하는 길목에 있는 지인의 아파트 근처로 가는 중이었다.

거의 아파트에 도착해서 지인과 만나기로 한 길가에 잠시 정차를 하기 위해 우측으로 운행하여 갓길에 차를 대기 직전이었다.

만나기로 한 지인은 10미터 전방에서 손을 들며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차  측방에서  가벼운 충돌음이 느껴졌다.

"퉁, 찌이익"

어떤 상황인지 금방 파악이 되었다.

나는 잔뜩 인상을 쓰며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지인에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잠시 기다려 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갓길로 진입하면서 접촉이 일어났기에 당연히 내 과실인 걸로 생각하고 상대방 차주에게 차를 수리하라 말씀드리고 연락처를 전달한 후,  지인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지인은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돌아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초보 운전도 아니고 운전경력이 30년 가까이 됐는데 우측으로 진입하면서 진입각도를 못 맞춘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  차주는 이미 차량정비소에 차를 입고 시켰고 정비소 사장은 보험 접수를 해 달라며 직접 연락을 해왔다.

집에 가서 블랙박스 확인 후 보험 접수해주겠다고 하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ㅎ 변호사의 과실비율 의견

집에서 확인한 블랙박스에  대반전의 증거가 나타났다.

내 차가 갓길 진입 직전에 상대방 차의 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다가 내가 진입하는 시점에 꺼지는 영상을 확인했다.

나는 정비소 사장에게 전화해 블랙박스에서 본 영상을 사실대로 말하고 차주에게 연락을 해달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교통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조언하는 사이트를 운영 중인 ㅎ변호사에게 과실비율에 대한 문의도 보냈다.

다음 날 오전 ㅎ 변호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답변을 받았다. 상대방 차의 과실이 크다는 결론이었다.


토요일이면서  연휴라 보험사 사고 담당자의 연락은 없었지만 내게 불리한 상황은 아닌 걸로 여겨졌다.

상대방 차주가 보험 처리를 철회한다면  나는 종결처리를 했으면 싶다. 크게 표시도 안나는 경미한 사안이라 그냥 없던  일처럼 지나가고 싶었다. 접촉사고 전으로 비디오테이프 되감기 하듯이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일요일 오전 차를 운전해 청도 농막으로 가는 길이었다.

1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신호가 바뀌면 출발하기 위해 신호등을 뚫어져라 보는 중이었다.

신호가 바뀌고 출발하려는 순간 우측 펜더 쪽에서  어제 들었던 소리와 유사한  소음이 들렸다.

"퉁, 찌이익"

급 브레이크를 밟고 깜빡이를 켜고 차창을 보니 내 또래의 남자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나도 주섬주섬 마스크를 챙겨 차에서 내렸다.

내리면서 속으로 '오늘은 참 재수 옴 붙은 날이네'라고 생각했다.


상대방 차를 확인해 보니 독일의 수입차로 W 브랜드의 승용차였다.   '수리비 좀 나오겠는데'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내  차는 2010년식에 20만 킬로미터나  탄 고물차인데...'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상대방 남자는 씩씩 거리며 말했다.

'깜빡이 넣었는 데 그냥 밀어붙이면 우짭니까?"

상대방 차는 유턴 차선에 진입하기 위해 2차선에서 1차선으로 무리하게 끼어 들려다 접촉사고가 난 것이었다.

내차가 SUV라 차체가 높고  상대방 차가 붙어 있어서  깜빡이가 보이지 않았던 거였다.

교통정체를 우려해 서둘러 사진 몇 장을 찍고 차를 이동하려는데 상대방 차주가 나를 불렀다.


"보소, 그냥 각자 수리 할랍니까?  

마이 심해  보이지 않으니 자기 꺼 자기가 수리합시다."


"그렇게 하입 시다."


나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상대방과 구두 합의를 하고 차를 운전해 그곳을 떠났다.

과실 여부를 떠나 비싼  외제차 수리비 때문에 나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었다.


임인년 새해를 앞두고 이틀 동안 랑데부 접촉사고를 내고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안전 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얻었다.

올해 새해 액땜은 이것들로 대신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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