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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

by 석담

이른 새벽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한다. 비몽사몽간에 세수와 양치를 마치고 익숙한 동작으로로 후레이크를 그릇에 담아 우유를 부어 대충 퍼먹는다.


시간은 어느새 6시 반을 향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내 모습을 배웅하는 이가 있다.

나의 반려견 해피이다. 그래도 배웅해 주는 이가 있어 든든하다고 위로한다. 맘속으로는 '이럴 때는 해피가 가족보다 낫다'라고 생각해 본다.

현관문에 달린 카메라는 출근하는 나를 지켜보고 있다.


복도 엘리베이터 앞 천정에 있는 감시 카메라가 출근하는 나를 반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이른 새벽이라 빈 엘리베이터 안에는 감시 카메라가 혹시 내가 엉뚱한 짓을 하지나 않는지 감시 중이다. 카메라 때문에 코딱지가 있어도 파지 않아야 한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자동차에 탈 때까지 몇 개의 감시 카메라를 통과해야 되는지 궁금해진다.

차에 시동을 걸고 올려다보니 내 차의 블랙박스가 작동 중이다. 전세가 역전되었다. 드디어 내가 주도적으로 차 전방과 후방을 감시하는 권리를 얻었다.


순환도로에 접어들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눈앞에 나타났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몇 개의 과속단속과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를 거쳐야 되는지 헤아려 보려다 그만두었다.


30여분을 달려 회사 입구로 들어서자 회사에서 설치한 카메라가 곳곳에서 나의 출근을 지켜보고 있다.

사무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는 200만 화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


물론 내가 KT 담당자를 만나 직접 위치와 방향을 협의하여 설치한 방범용 CCTV 카메라 들이다. 직원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카메라들은 쉼 없이 촬영하고 녹화한다.


저녁 6시 퇴근 시간이다.

직원들이 퇴근한 빈 공장에서 카메라들은 쉬지 않고 저마다의 감시 역할에 충실한다.


수 없이 많은 단속카메라를 지나 청도 농막에 도착하니 내가 설치한 세 대의 감시 카메라가 나의 도착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오늘도 감시 카메라의 홍수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널려 있는 감시 카메라를 보면서 조지 오웰의 작품 1984의 그것과 닮아 가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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