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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견해의 자유와 독립

by 석담

유독 선거철만 되면 듣기 싫은 혹은 보기 싫은 광경이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철에도 여지없이 같은 풍경이 재연되었다.

"누구 찍어라"

"누구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돼"

"이런 사람이 대통령 돼야지"

"누구 찍을래?"


선거철이면 내가 듣기 싫은 말들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생각이 제대로 박인 유권자라면 이러한 발언들을 쉽게 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이러한 행동은 위험한 발상이다.

엄연한 비밀 선거이고 투표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좀 먹는 행동이다.


내가 투표권을 얻은 성인이 되고 나서 아버지와 나는 부자지간이지만 한 번도 정치적인 견해를 나눠 본 일이 없다.

부자지간에 대화가 별로 없는 까닭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인 의견 교환은 거의 금기시되었다.

그래서 나의 자유로운 정치적 신념을 보장받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먼저 직장에서였다.

직장 상사가 수시로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후보를 공공연히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간에 떠도는 그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 루머들을 SNS로 받아서 내게 보여주곤 하는 것이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직장 상사인 그와 한바탕 하고야 말았다.


그다음으로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현실은 가족 친지들이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상대당 후보를 폄하하는 발언을 예사로 하는 그런 자리가 불편하다 못해 당장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특정 방송채널에서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일방적으로 부각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방송 행위는 언론의 공정성에 어긋나는 편파적인 방송임에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앞에서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던 내 주변 분들이 항상 시청하는 방송 채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방송의 역기능 때문에 더욱 나쁜 쪽으로 세뇌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공영방송의 특정 채널을 빨갱이니 좌파니 하고 몰아가는 극단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아내는 말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될 것을 뭘 그리 유난을 떠냐고.

과연 나의 이러한 신념이 잘못된 것인가?

정치적인 견해와 신념에 대한 자유가 완전하게 보장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구에게도 강요받거나 조언받지 않은 오롯이 나만의 판단으로 선택한 투표의 결과라야 공정하고 떳떳한 공명선거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1948년 자유당 정권의 대통령 선거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진정 우리 유권자가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자유로운 선거를 하고 있는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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