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기 어려운 프랑스 처음살이

프랑스 정착 초기, 너무도 생소한 것 다섯 가지

by 이제 Primary

프랑스 하면, 누구나 아는 불편한 점들 (느린 행정처리, 도도한 파리지앵, 의사소통, 은행계좌 열기 등) 말고, 여행하는 동안은 간과될 수 있으나, 막상 살아보면 보이고, 한국의 방식과 달라 다소 당황스러운 것 다섯 가지 정도 소개할까 합니다.


프랑스 한달살이 혹은 유학이나 이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가볍게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1. 노트북 키보드

프랑스는 불어 표기에 최적화된 키보드를 사용하며, 이는 미국이나, 한국의 키보드와는 알파벳 위치가 일부 다릅니다. AZERTY라고 불리는데요, 자판 좌상단에 알파벳 다섯 개를 지칭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키보드는 QWERTY라고 불립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차이가 얼마 없는 거 같아도, 상단의 특수문자까지 고려하면 불편함이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노트북 로그인 시, Caps lock이 걸려 있을 경우, US keyboard 설정을 안 했을 경우, 패스워드 재설정 시 등, 익숙하지 않은 자판 때문에 lock 이 걸려 IT help desk를 부른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당시 주재원으로 온 중국, 미국 직원들도 관련 불편한 점을 얘기한 적이 많았는데요. 특히, 90년대 추억의 한메타자 연습 프로그램으로 단련된 저에게는 프랑스의 키보드는 사실 여전히 애로사항입니다.

keyboard.png

2. 애완견

프랑스는 그야말로 애완견들의 천국입니다. 반려동물, 가족의 일부 그 이상입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쇼핑몰, 지하철 등 시내 대부분이 입장 가능합니다. 파리 봉막쉐 (Bon Marché) 등 주요 백화점에는 강아지용품 특별관이 있고, 명품 브랜드 Dolce & Gabbana에서는 강아지 전용 향수를 출시합니다. 거리의 homeless 들도 꽤 많은 경우 개를 데리고 다니며, 심지어 대형견도 많습니다. 일종의 동지애(companionship) 차원인 거 같습니다. 이렇게 가족 이상으로 강아지를 애지중지하는 프랑스 견주들은 여전히 왜 아침 산책 시 자기 강아지 변을 치우지 않는 걸까요? 인간으로서 동물의 배설물을 치우는 행위가 용납이 안된다는,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에게 그 부분만큼은 선을 긋는 모양새입니다. 아이러니하고, 유치한 변명입니다. 결국, 불편함은 행인들의 몫입니다. 걸으면서 핸드폰을 보거나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꽤 위험합니다. 자칫 지뢰밭(?)에서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산책 후 집에서 강아지를 제대로 씻겨주는 지도 모르겠네요. 이후, 애완견을 키우는 (특히 대형견) 집에 초대받게 되면 자연스레 가지 못하는 핑곗거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화면 캡처 2025-05-18 135027.png Je t'aime comme un chien! (I love you like a dog) 2024년 봉막쉐 백화점 애완동물 용품관


3. 분리수거

우리는 20년도 넘은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역시 이러한 제도와 방식은 아주 초기 단계입니다. 동네마다 표준 쓰레기봉투만을 사용하며, 정해진 수거통에 넣기는 하지만, 여전히 음식물을 포함, 각종 쓰레기는 뒤섞인 채 버려집니다. 분리수거가 몸에 밴 제게는 매번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파리 시내 곳곳의 쓰레기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쓰레기봉투더미가 쌓여 있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죠. 제가 살던 아파트에는 분리수거 물품 중 그나마 잘 운영되던 것은, 와인병이었습니다. 테이블와인이라고 해서 4-5유로 부담 없는 가격의 와인이 매번 식탁(주로 저녁식사)에 오르니, 다 마신 수많은 와인병들은 잘 분리되어 버려지는 편입니다.

화면 캡처 2025-05-18 120533.png


4. 열쇠

프랑스에 살면 최소 3-4개의 열쇠는 항상 몸에 지니게 됩니다. 우선 현관 자물쇠 (1-2개). 지하주차장 열쇠. CAVE라고 하는 지하 창고 열쇠. 거기에 자동차 키 등을 합하면, 바지 주머니가 두둑해져 너무 신경이 쓰입니다. (아래 실제 제가 살던 아파트의 모든 키 종류를 찍은 사진입니다.) 혹여나, 집열쇠 분실 시. 그야말로 악몽의 시작입니다. 새로 열쇠 만드는 비용 그리고 그 작업에 걸리는 시간.... 생각하기도 싫네요. (오래된 집일수록 현관문의 구조와 두께가 엄청납니다.)

카드키, 지문인식키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죠. 그나마 주택시설 로비층에는 번호키가 활발히 적용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프랑스인들은 열쇠를 선호하나 봅니다. 디지털전환이 대세인 요즘 일상의 열쇠꾸러미 문화(?)만 봐도 갈길이 먼 거 같습니다. 익숙함이 그 무엇보다 가치가 있는 프랑스입니다.

cle.png Liste des clefs = 열쇠리스트

5. 택배

한국과 마찬가지로 택배주문이 활발한 프랑스 파리. 수신인에게 무사히 택배운송이 이뤄지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경우 다소 황당한 배송매너가 가끔 목격됩니다.

한국에서 아주 중요한 택배가 도착하는 날이었습니다. 택배기사님의 전화가 오고, 주소 및 수신인 이름을 확인합니다. 몇 층인지 묻지 않고 전화를 끊습니다. (아파트 주소에 정확한 호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단을 이용해 직접 로비로 내려갑니다. 로비에, 몇 초 전 통화한 택배기사님이 안 보입니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를 올라가셨나? 집으로 다시 올라와 봐도 아무런 흔적이 없습니다. 다시 택배기사님에게 전화를 겁니다. 통화가 안됩니다.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통관비를 꽤 지불한 물건이라 더 그렇습니다. 몇 십 분이 지나, 호옥~~~~ 시나 싶어,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택배상자. 누가 가져가면 어쩌려고?..... 택배 전달 방식이 납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수신인 서명, 물건 확인 절차는 과감히 패스! 알아서 찾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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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프랑스인들의 이상한 운전습관, 여전히 동전이 널리 쓰이는 점, 엄청난 종이문서 문화 등.... 역사에 기반하고 라이프스타일에 기인한 적응이 쉽지 않은 독특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프랑스에 살며 나름의 문화체험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경험하신 프랑스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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