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밋밋하지만 느낌 있는, 유럽 중년들의 생활 철학
4년 전 Executive business program에 참여해, 전 세계 다양한 프로(?)들을 만났습니다. 자연히 유럽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교류가 잦았고, 회사생활을 통해 이해한 유럽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른 관점에서 비교 및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0-50대 유럽 중년들의 삶의 방식이자 나이가 들수록 확고해지는 그들만의 핵심 라이프 코드.... 유럽의 프로(?)들은 어떤 패턴과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는지 간략히 정리합니다.
1. Same Look. Not Boring, But Regonized
지리적, 문화적으로 '다양성'은 유럽 사회를 관통하는 공동가치입니다. 패션도 물론 그렇죠. 허나, 중년에 접어든 특히,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한 분들을 살펴보면, 자신만의 '룩'을 만드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같은 색상의 셔츠, 비슷한 소재의 외출복, 헤어스타일 그리고 향기까지.... 일관된 패션감각으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합니다. 말이 필요 없이, 한결같은 톤과 룩을 잘 찾으면, 커리어적인 아우라와 더불어 확실한 관계상 임팩트를 가지는 거 같습니다.
전기차 상품개발 담당으로 있던 연구소 임원 Denis는 지난 8년간 지켜본 내내 줄곧 외투없는 흰색 드레스 셔츠를 고수했습니다. 백발의 자동차 디자이너 Louis는 On Sports라는 신발을 오래전부터 여러 켤레 신고 다니며, 디자인실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코드'를 만들었습니다. 상품기획 임원 Carsten의 경우도 그레이색 수트에 흰색 셔츠가, 염색하지 않은 머리와 멋들어지게 어울려, 다른 색상과의 매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모든 유럽 중년들의 경우가 다 그렇진 않겠으나, 일상의 패션코드에서 자신만의 색상, 톤 그리고 분위기를 잘 찾은 경우, 중년의 노련미와 주도적인 감각이 배가 되는데, 저희도 배울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르노그룹 Luca de meo CEO 가 한결같은 패션코드와 동시에 Quiet luxury를 잘 표현하는 거 같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항상 세련되고 일관된 룩을 유지.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거 같습니다.
2. Investment Savvy
돈 들어오는 구멍, 머니 파이프 라인을 여러 가지로 만드는 게 자산 관리의 철칙. 유럽 아조씨들에게 자산 관리의 핵심은 역시, 안정성입니다. 영화나 뉴스에서 보듯이, 스위스 비밀계좌를 하나씩 가지고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세금회피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은... 아쉽게도(?) 아직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네요. 실제로 X세대인 40-50대 유럽인들에게 세금 문제가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는데 큰 동기요인이 된다고 하네요. (아래 표 참조)
공통적인 건,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바탕 위에, 대부분 보수적인 투자 방식을 택하는 것 같습니다. 주요 관심 투자항목은 1) 부동산 2) 예술 (안목이 있는 경우) 3) 장기채권 중심입니다. 중상층으로 갈수록 커뮤니티 활동이나, 예술 및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이나, 재투자에 대해 관심이 있으며,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유럽권의 유산을 보호하고, 문화적 아이덴티티까지 일종의 투자 분야로 여기는 거 같습니다.
3. Focus on Net worth, Myself & Well-ness
중년에 접어들면 으레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속한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되돌아보고, 그것을 확인, 증명하고 싶은 게 당연한데요. 유럽 아조씨들은 겉모습에서도 사는 집에서도 심지어, 타고 다니는 차를 통해서도 그들의 '레벨'을 드러내는 방식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남들에게 자신을 증명해 보고 싶은 이유도, 의도도 없는 삶의 철학이 자연스레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부의 과시는 자연스레 말하는 태도와 타인을 대하는 행동으로 넌지시 드러납니다. (알만한 사람만 아는 것처럼..) 영국처럼 때론 말의 악센트나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 상류층인지 아닌지를 구별한다고 합니다. '매너가 남자를 만든다'라는 영화 킹스맨의 대사처럼, 유럽의 성공한 중년들은 특히, 헤리티지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고, 화려함과 과시욕 보다, 내적인 우아함을 전반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 아조씨들은 철저히 가족 중심적인 삶을 지향합니다. 우리가 아는 워라벨 그 상위 개념이죠. 아무리 바쁜 업무와 읽지 않은 업무메일이 있어도, 계획한 가족휴가와 행사는 절대적으로 1순위입니다. 코로나 이후론, 이에 더해 Well-ness에 부쩍 관심이 증대되는 거 같습니다. 프랑스인들 경우 부유하고 역사적 유산이 풍부한 나라에 태어났음을 너무나도 자랑스러워하며, 여름휴가는 늘 남프랑스의 가족 휴양지나 별장으로 향합니다. 한 달 휴가는 기본값이죠. (나중에 한 달 휴가를 통해 마주한 삶의 진리에 대해서도 말해 볼까 합니다.)
일반화 하긴 어렵지만, 아시아 - 특히 한국의 박프로, 강프로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넓혀보면, 충분히 참고할 만한 생활 철학이기도 합니다. 중년에 접어들어, 커리어 정점을 달리는 유럽인들이 공유하는 세 가지 라이프 코드. 얼핏 보기엔 심심하고,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머지않아 한국의 아조씨들의 삶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