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살이 100일 기념, 일상의 장단점 찐 비교
8년과 100일. 수도와 비수도권. 시내중심과 외곽 거주. 생애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네 관심사. 어찌 보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겠습니다. 허나, 삶에서 마주하는 첫 경험과 인상들이 가장 강력하고, 오래가는 법. 영국 맨체스터에서 마주한 일상의 변화들을 지난 8년간 프랑스에서 뼛속 깊이 체험한 것들과 비교해 보고자 합니다.
제 개인적 느낌이 아닌, 제 아내와 9살 아들 눈에 비친 영국과 프랑스 일상에 대한 비교체험이라 해두겠습니다.
''헤이 브로?''
며칠 전부터 아들이 저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친구들에게서 배운 친근함의 표현이랍시고,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않고, 냅다 '브로'라고 칭합니다. 참고로 제 아들은 버릇없기는커녕, 아주 젠틀하고 배려심 깊은... 요즘 보기 드문 그런 아이 이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사실 아들에게 더 다가가진 느낌이라 좋습니다.)
''아빠 엄마는 영국과 프랑스 다 살아보니, 좋은 점 그리고 나쁜 점은 어떤 거야?''
뜬금없이 각각 세 가지씩 말해보자고 합니다. 영국으로 넘어온 지 100일이 갓 지난 시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아시아권, 유럽권에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에서의 삶에 꽤 많은 재미있고, 비교가능한 점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9살 아이에게 영국은 아래와 같은 점에서 좋았나 봅니다.
1. 학교 수업이 수월하다. 숙제가 적고, 수업의 어려움이 덜 하다고 하네요. 사실 보안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건 다행이지만, 배움의 강도나 다채로움이 프랑스에 비해 떨어진다는 얘기네요. 프랑스 공립초등학교에서 3개 학년을 수학했을 때, 반 정원이 20명, 현재 맨체스터는 3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라 선생님의 통제도 어려울 것 같고요.
2. 학교 인프라가 더 발전됨. 수업 장비나 교재들이 더 현대적인 건 매우 긍정적이죠. 프랑스는 제가 대학시절에나 사용했던 프로젝터를 아직 쓰고, 영국은 아이패드나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스크린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나, 코딩도 배우고, 엑셀, 파워포인트 쓰는 법도 배운다니 흥미롭네요.
3. 급식이 더 맛난다. 사실 (아래 사진과 다르게)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 많은 편이라 신경 쓸 부분입니다. 일주일 몇 번 핫도그나 감자튀김(Chips라고 불림)이 나옵니다. 결국 아이들은 신난 거죠. 반면 프랑스는 음식에 진심임이, 학교 급식에서도 나타난다고 합니다. 식재료가 다양하고 포멀 하죠!!
아쉬운 건 뭐였을까요?
1. 보고 싶은 친구들. 4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프랑스 베프들이 그리운 건 당연하겠죠. 다행히 왓스앱으로 가끔 통화도 하고, 저희 아이의 경우 쉽게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니, 큰 문제는 아닐 거 같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주는 안정감은, 낯선 이국땅에서 살아가는데, 큰 부분인 거 같네요.
2. 예상하기 어려운 변덕스러운 날씨. 7월 맨체스터 낮기온은 20도에서 30도 사이로 들쭉날쭉 하죠. 날씨 정보는 그저 참고일 뿐, 변덕스러운 날씨에 적응하긴 힘든 건 아이들도 마찬가지네요.
3. 음식 청결도. 좀 문제인 듯합니다. 프랑스 급식 기준 (영양사 복장과 밀폐용기도 철저히 관리)이 좀 높은 편인 것도 있지만, 학교 급식에서 가끔 머리카락도 나오고. 마스크 착용도 안된다고 하네요. 제 회사 직원 식당을 봐도, 영국은 특히나 식문화에 여전히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내의 경우, 파리 대비 1. 저렴한 식료품 물가 (파리 대비 약 15% 저렴). 2. Fitness 짐 문화 3. NHS 의료 서비스 만족도 (저도 이건 의외였네요!)가 좋은 점이고, 1. 대중교통의 불편 2. 빈약한 화장품 브랜드 수 3. 문화생활 제한 등이 아쉬운 점이라고 하네요. 특히, 마트 물가는 그야말로 nice surprise네요. (이 부분은 다음에 좀 더 다루고자 합니다.)
요약하자면, 아들은 학습환경에 점수를 줬지만, 정서적 연결과 환경 요인 (날씨, 위생)에 아쉬움을 느낀 듯하고, 아내는 삶의 질의 개선 (생활비 절감 및 서비스 만족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삶의 다채로움에 대해 갈증이 있는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