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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Mar 16. 2022

체육 하는 학교

즐거운 놀이로 성장하는 아이들

작은 시골 분교에 발령받은 지 2주째.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 신나게 뛰어놀고 학교 선생님들은 학기초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6 학급의 작은 학교 부장을 꽤 오래 하였지만 아이들을 온전히 바라보며 가르치는 일도 참 중요한 일인데 내가 지난날 열심히 해왔던가 하는 반성이 든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체육과목과 과학 과목을 오랫동안 전담하면서 다양한 체험과 활동으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그 시간들이 의미 있었나 생각해 본다.


얼마 전 유튜브에 올려놓은 플로어볼 영상 댓글에 전에 근무한 학교의 5학년 녀석이 댓글을 달았다.

'선생님, 다른 학교 가서도 잘 지내세요'

기특한 녀석.  체육을 잘하던 녀석이었는데 맘이 좋아 다른 아이들과 맞추려고 노력하던 착한 학생이었다.

'그래. 선생님도 잘 있을 테니 너도 체육 더 열심히 하거라'

멀리 떠난 선생님의 충고가 그 학생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전에 학교에서는 체육전담이었기도 했고 뉴스포츠와 놀이체육, 가상 체육실 구축 운영까지 나름 전문성 있게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분교에 와서 6명의 우리 반 아이들과 체육을 하려니 지금까지 해오던 체육과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뭘 활동을 하나 해도 6명이 두 번씩만 해도 5분 10분이면 족하다.  큰 학교 20명 정도 학급 아이들과 3,4차시 할 활동을 한 차시에 다 할 수 있을 정도다.


넓은 운동장을 한 바퀴 돌고 준비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지금까지 분교 아이들은 수가 적어서 인지 줄을 서고 질서 있게 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던 느낌이다.  편하게 놀아 주셨던 선생님들 때문인지 아이들은 줄을 서고 줄을 맞추는 것도 어색해한다.  

자칫 지루해질까 봐 질서가 왜 중요한지 설명을 한바탕 하고


'똘똘이, 기준!'


'양팔 간격으로 벌려!'


"선생님! 군대 온 것 같아요"

우리 친구들이 강철부대를 많이 봤더라. 군대 느낌을 느낌적으로 알고 있다.


너무 지루해질까 봐 스트레칭을 금세 끝내고 이런저런 교구를 꺼내 도넛 게임, 훌라후프 이용한 게임들을 하면서 체력과 인성을 관찰한다.


신나서 점수 올리는 것에 집중하는 학생,

왠지 형, 누나들에게 지는 것 같아서 속상한 학생

너무 점프를 많이 뛰어서 에너지가 금세 소진된 학생

선생님 시범을 보면서 더 재밌게 노는 것 같아요라고 도발하는 학생

점수제에 어색해하는 학생

한 점으로 이겨서 신나 하는 학생


다들 열심히는 참여한다.

새로운 게임들을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 인원이 되어야 하는데 6명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차후 5, 6학년 선생님과 협의해서 합동체육 시간을 조금 확보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재밌게 더 의미 있게 놀며 배울 수 있도록.


한 시간 체육을 마치고 체육창고 정리를 하였다.

현 학교에서는 체육담당이 아니지만 지금껏 체육 밥만 11년째 먹고 있었으니 이런저런 교구들을 정리하면서 다음 시간에 할 것들을 생각해 본다.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체육은 주당 3시간이다.  아이들이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도 중간놀이, 점심시간 다른 학년 언니, 누나들과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나름 활동량은 있는 것 같은데 같이 뭔가를 배워서 함께 발전하는 성장으로 도와줘야 할 것 같다.


아직은 완전한 봄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체육을 향한 마음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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