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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Mar 19. 2022

자연을 닮은 학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1교시가 시작되기 전 우리 반 아이들과 산책을 한다.


산책이래 봐야 학교와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것일 뿐이지만 아이들은 산책을 너무 좋아한다.


교사로 근무하면서, 또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면서 마흔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계절이 바뀌고 계절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봄에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과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여름에 시원한 소나기 소리를 듣고 뜨거운 모래사장을 밟으며 시원한 바다에 풍덩 빠져 보는 것을.


가을에 잘 익은 밤송이를 까서 탱클 탱글 한 밤을 꺼내보는 것을.


겨울에 소복하게 쌓인 눈에 벌렁 누워서 하늘 보는 것을.


느끼고 살지 못했다. 젊은 시절엔.  그 계절이, 그 시절이 소중한 걸 모르고.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자연이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침산책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아이들도 대찬성이었다.


아이들과 학교를 돌면서 학교 주변 나무를 살펴보게도 하고  정문에 멋들어지게 줄지어선 7그루의 잣나무를 우리 반 6명과 선생님 나무로 정해 이름을 붙여 주기로 하였다.

나중에 이름표도 하나 만들어 달아 주어야지.


학교 자연 담장인 개나리 나무도 알려주고 , 곧 꽃이 필 목련의 눈도 알려준다.


아이들은 뱀굴을 발견하고 나는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뱀이 나타나면 반드시 피하고 선생님에게 알려라.


뱀에게 물리면 마이 아파.


한 바퀴 산책을 끝내고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많지 않아서 산책 후 본 것, 들은 것, 말한 것과 느낌을 적을 수 있도록 두줄 공책을 신청하여 나눠주었다.  아이들이 느끼고 경험한 자연을 잘 기록해 보도록 할 예정이다.   봄의 느낌과 여름의 느낌, 가을, 겨울의 느낌이 다를 테니  아이들의 두줄 공책도 사계절을 잘 담아냈으면 좋겠다.  


또 아이들의 성장이 자연과 함께 였으면 좋겠다.


점심시간엔 운동도 할 겸 학교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학교 앞 길을 건너 50미터 앞에 야트막한 산이 있고 그 밑으로 작은 개울이 있어 둘러보니 여름철 아이들과 물장구 정도 칠 수 있겠다.

여름에 한두 번 정도는 학교 앞 개울에서 물놀이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시나 큰 학교는 상상도 못 할 경험이겠지.


그런 아이들도 나도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자연을 닮은 아이들.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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