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킬러. 학교 교실이든 집이든 수없이 많은 식물들은 내손을 거치면 하나같이 비실비실 힘을 못 쓰다가 죽어나간다.
다행히 학교 텃밭의 식물들은 내 손을 덜 탄 덕에 잘 자라주었지만 말이다. 역시 내 손이 덜 타고 자연의 손을 타야 모든 식물은 잘되는 것인가 보다.
봄이 되고 집이나 학교 주변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걸 보니 우리 집에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화분들이 안타깝고 해서 분갈이를 해주기로 했다.
이사하면서 화분을 많이 정리하고 오랫동안 키웠던 벤자민 나무와 수투키 화분만 겨우 살아남아서 썰렁한 거실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래도 이사하면서 화분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서울을 다녀오다 성남 쪽 큰 화원에서 본 극락초를 사 와서 분갈이도 안 하고 몇 개월 키우니 시들시들 죽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번 분갈이로 새로운 화분에 새로운 배양토를 가득 담아 꽤나 그럴듯하게 잘 옮겨 심어 잘 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일요일 가까운 화원에서 분갈이 흙과 새로운 화초를 알아보려고 집사람과 함께 여주, 이천을 돌아다니다 몇 곳의 화원을 들러봤지만 맘에 쏙 드는 화초가 없었다. 그럼 배양토나 사서 분갈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에 들른 화원에서 한쪽 구석에 작은 잎사귀들을 반짝거리는 산초나무를 발견해서 좋은 가격에 구입하고 가져간 빈 화분에 분갈이까지 부탁하여 잘 심어왔다. 거기다가 천리향이라는 작은 향기 나는 나무도 사서 집에 안 쓰는 토분에 심어 놓으니 꽤 그럴듯한 거실 정원이 완성되었다.
거실에 있던 키가 큰데 볼품없던 벤자민은 분갈이 후 햇볕 잘 드는 안방 베란다로 이사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거실 메인으로 극락초 화분을 두고 이사하며 꿋꿋하게 살아남은 스투키 화분, 천리향, 고무나무, 작고 귀여운 산초나무까지 배치하니 꽤 그럴 듯 한 거실 정원이 완성되었다.
가까운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사 와서 아파트 앞 밭흙으로 채웠던 다육이 3형제도 새로운 배양토로 예쁘게 심어서 베란다로 야외 바람 쐬러 나갔다. 이제 쑥쑥 자랄 일만 남았다.
식목일이 아직 남은 우리 집에서 봄맞이 식목행사를 잘 마무리했다.
우리 집 거실 메인 극락초 - 화분을 길고 예쁜 흰 화분으로 하니 고급 카페가 부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