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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구름 Nov 05. 2023

푸른 제복의 선배, 동기, 후배

경인교대 176 학군단 총동문회 만남의 날

2023년 11월 4일 토요일. 경인교대 경기캠퍼스(안양)에서는 경인교육대학교 176 학군단 총 동문 만남의 날 행사가 있었다.

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93학번이었던 나는 1, 2학년의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고 나서 대한민국 남자라면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인 군에 대하여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선택은 91학번부터 교대에도 생겨난 ROTC 제도에 지원하여 장교생활을 2년 6개월(28개월)을 하느냐 병으로 입대하여 이등병부터 병장까지 약 2년 2개월의 군생활을 하느냐였는데 나는 ROTC 7기(성균관대)로 임관하셔서 수방사 헌병 영관급으로 전역하신 큰외삼촌의 영향과 공군으로 군생활을 하고 있었던 연년생 형님과 그래도 교대로 군대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플러스 장교로 생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으로 학군단에 지원하였었다.  

 다행히도 같은 과의 친했던 두 명의 친구도 함께 지원하였는데 성적, 체력검정, 면접의 선발과정을 거치고 모두 같이 선발이 되어 경인교대 176 학군단 후보생 생활을 하게 되었다.   후보생 생활도 장교가 되는 길을 가는 과정이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과 함께 학교 생활과 준 군인의 생활을 함께 하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선배들의 군기는 나름 무시무시해서 바짝 긴장하고 학교생활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3, 4학년 후보생 생활을 하다 보니 후배인 3학년들은 한 학년 위인 4학년 선배들에게 교육도 받고 여러 가지 악습이라고 여겼던 비밀 교육과 군기 교육을 받기도 하였다.  나중에 내가 선배가 되어서도 비슷하게 후배들을 괴롭혔으니 나름 전통 아닌 전통이 되어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학군단의 선후배들은 그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졸업과 동시에 임관하여 전국 각지의 초급 소대장으로, 참모로 군 생활을 하고 전역을 하게 된다.   우리는 특수목적대학교이어서 의무 임기를 마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대부분 임용되었고 아직까지도 선후배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선생님이거나 장학사 이거나 교감이거나 교장선생님이다.   재작년에 첫 기수인 33기 선배님들 중에 공모교장으로 교장이 된 선배님이 배출되었고 장학관으로 근무하는 선배,  장학사, 연구사로 근무하는 선후배, 교육위원회 연구관으로 있는 후배, 해외 학교에 파견 나가 있는 선후배, 대학에서 교수가 된 동기 등 나름대로 교육계에서 다들 중책을 맡고 자신의 일들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다.

  1995년 임관한 33기부터 지금 현역인 59기까지 약 550여 명이 전역하여 176 학군단 총동문회를 구성하였고 우리 35기가 전역한 1999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176 학군단의 총동문회 사무국장을 약 20년 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난 176에 대한 애정이 참 깊다.  

 

 군 생활도 나름 176 학군단의 초대 정훈장교로서 포문을 열었다는 자부심도 있고 일본이랑 전쟁 나면 최전방인 목포에서 대대 정훈공보참모,  연대 정훈공보참모로 근무하면서 나름 다양한 군 경험도 해보았다.  피가 끓는 젊은 시절 푸른 제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군인이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중에도 선택해서 지원한 학군단 출신 장교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 학군단 총동문회 행사가 몇 가지 있는데 입영훈련을 하는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 총장님과 함께 육군학생군사학교로 위문을 간다던지, 임관 신고식에 참여해 축하해 주고 총동문회 기념선물을 준다던지 하는 활동도 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 규모가 있고 많은 선, 후배들이 모이는 자리는 총 동문 체육대회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3년간 행사를 추진하지 못하고 모든 이벤트가 사라지고 난 뒤 올해는 체육대회보다는 서로 얼굴 보고 가벼운 산행을 위한 행사로 준비를 하여 많지는 않지만 33기부터 44기 후배들까지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뒤에 있는 삼성산의 삼막사까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산행을 했다.

 산행 후에는 식당을 예약하여 선후배들이 함께 어울리며 술잔과 음료수잔을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많은 선후배가 모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비슷한 경험을 한 젊은 장교였던 이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는 항상 어제 같고 신이 나고 유쾌하다.

 누군가 그랬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만나면 군대이야기나 축구이야기, 아니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꼭 한다고.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함께 입영훈련 했던 이야기, 자대에서 경험했던 군대 이야기. 힘들었지만 젊은 청년의 머리에 박혀버린 그 어려웠던 시절이 지금은 맛있는 안주가 되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총 동문회장님과 집행부가 조금 노력하여 이런 자리를 만들어 선후배들을 만나니 참 즐겁고 기분 좋은 만남이 된다.  아쉽게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동문회이지만 앞으로 더 발전하고 끈끈한 정으로 이어지는 모임이 되길 바라본다.


 41기 후배들이 만들었다는 구호가 새삼 멋지다.


'명예와 전통의 무한한 자부심.  176! 176!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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