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독한 감기
11월 중순쯤 갑자기 맡게 된 교원 연수가 생겨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연수 날이 월요일이라 주말에 집에서 발표준비와 자료를 챙겨 놓고 월요일 아침 학교에 가서 실기 연수를 위한 준비를 열심히 하는데 컨디션이 예전과 다르다.
기침이 계속 나서 따뜻한 물을 연신 마시는데도 영 시원찮았다.
독감이 유행이라니 감기에 걸렸나?
어렵게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멀리 연수를 위해 방문한 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정보와 자료를 보여드리고 연수를 겨우 마쳤다. 선생님들은 연신 기침하는 나를 보고 걱정하였지만 제대로 된 연수를 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기만 했다.
연수를 마치고 열도 펄펄 나는 듯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듯해서 이래서는 수업도 안 되겠다 싶어 방문한 병원에서 코와 목을 후비적 대는 검사를 받고 A형 독감 확진을 받았다.
'요즘 독감이 유행이니까 조심하셔야 합니다. 열과 몸살이 있으니 좀 쉬셔야 하고 격리하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또 학기 중 병가를 써야 하는 민폐를 끼치게 되었다는 미안함이 먼저 떠 올랐다.
학교에 관리자님들과 분교장에게 소식을 알리고 집으로 와서 코로나 이후 또 안방 격리생활을 시작했는데 내리 3일을 정신없이 앓아누웠다. 고열에 몸살이 나니 계속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예전에 아팠던 허리까지 말썽을 부려 바로 옆 화장실까지 가는 것도 부담스러웠던 힘든 날을 보냈다.
격리하는 동안 애꿎은 집 사람만 거실 생활 신세를 지고 아이들과의 거리도 더 두게 되었다.
4일 동안 앓아누웠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까지 복부 CT, 심전도, 엑스레이 검사, 피검사까지 하고 수액까지 맞아서 겨우 회복이 되었다.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회복이 늦은 걸 보면 몸 관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3주가 지난 아직까지 잔기침이 멎질 않아 걱정이 된다.
내 몸도 예전 같진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즈음에 독감을 겪으니 더 절실히 와닿는다.
내년부턴 독감 예방주사 꼭 맞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 면역력도 별로 좋지 못한 것 같은 하찮은 몸뚱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