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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마음 Jan 17. 2024

음주가무의 민족, 그 민족의 후예

연말연초의 음주가무 기록

연말연초,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임과 술자리가 계속되는 날들이죠. 어쩌다 보니 연말, 연초의 모임에 나가 먹은 음식과 술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는데 아마도 일기를 쓰려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맥주 3잔에 나가떨어지던 제가... 술이 참 많이 늘기도 했고요. ㅎㅎㅎ 음주가무의 민족의 후예답게... 아주 찬란하게 2023년의 막을 내리고, 매우 눈부시게 2024년의 막을 올렸습니다.


아래는 크리스마스에 친한 언니들과 함께 한 자리의 사진입니다. 와인과 코스요리 그리고 재즈공연이 함께 어우러졌던 곳인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저희는 룸으로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즈공연 소리가 너무 커서 식사를 하는데 방해가 될 만큼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그런 곳이었어요. 아마도 또 가야 한다면 다른 곳을 찾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음식은 맛있었어요.ㅎㅎ (와인을 2인당 1 보틀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었던 곳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로 주셨는데 이 꽃은 금방 시들어버렸다는 슬픈 소식. 시끄러워서 밥을 정신없이 먹고 얼른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가까운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맥주와 칵테일, 위스키를 파는 곳이었어요. 규모는 작았는데 분위기는 매우 좋았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자리를 옮기자마자 케이크에 불 붙이고 메리크리스마스를 외쳤습니다. 사실 외국명절을 우리가 왜 챙기고 있는 것인지... 가끔 헷갈릴 때도 있지만ㅎㅎㅎ 기분은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술집은 술만 팝니다. 안주는 팝콘 딱 하나밖에 없어요. 그래서 케이크를 먹어도 뭐라고 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ㅎㅎ(밥 안 먹고 먹으러 가는 건 비추! 안주가 없기 때문에 ㅎㅎ)



저희는 여기서 유명하다는 칵테일을 시켰는데 그걸 먹기 전에 이렇게 웰컴주를 작은 잔에 주십니다. 많이 독하지 않고, 한 입에 톡 털어 넣으니 맛있었던 웰컴주예요. 여자 다섯 명이 크리스마스에 모이기 쉽지 않은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ㅎㅎ



오이맛이 났던 칵테일인데 이 술집의 베스트라고 해서 시켰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깔끔하고 맛있었고요. 나중에 배부르지 않을 때 와서 여러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은 배가 너무 불러서 많이 못 마시고... 두 잔 마시고 헤어졌던 기억이 ㅠㅠ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두 번 해야 제맛이죠? ㅎㅎ 가족들과 함께 했던 파리크라상의 케이크인데요. 작은 케이크인데 46,000원 실화인가요? ㅠㅠ 파리크라상 케이크이라 맛은 있었지만 정말 작은데 크리스마스라고 너무 비싸게 파는 것 같아서 맴찢...  



그렇게 술을 마셨으니... 해장을 얼큰하게 해 보기로 합니다. 쌀국수에 청양고추와 매운 소스를 가득 넣고, 삶은 숙주까지 듬뿍 넣어서 맛있게 촵촵. 어째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재감성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ㅎㅎㅎ) 주로 밤에 글 쓰고 생활하는 작가들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밤이나 새벽에 문 연 곳은 다 아재감성 밖에 없음 ㅠㅠ



또 다른 날의 연말 모임입니다. 이곳은 이자카야 오마카세라는 아주 특이한 곳이었어요. 2시간 동안 사케, 맥주, 하이볼 등등 원하는 술을 마음대로 시켜서 먹을 수 있고요. 그래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주 많이 마실 수 있지만 술이 약한 분들에게는 비추하는 곳입니다.ㅎㅎ 안주는 10분에 한 메뉴씩 나오고, 맛있었던 메뉴가 있다면 또 달라고 하면 더 주기도 합니다. 저희는 석화가 맛있어서 더 달라고 했더니 4피스나 더 주셔서 사케를 아주 맛있게 먹었어요.ㅎㅎ


안주와 함께 찍힌 사케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케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이것저것 먹어보는 재미가 있고요. 저희는 사케는 5 종류 정도 먹은 것 같고, 중간에 맥주도 좀 마시고, 하이볼도 시켜서 마셔서 아주 배가 터질 것 같을 때 2시간이 되어 나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빙수까지 아주 가성비가 좋은 곳인데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술을 못 드시면 안 가는 것이 낫습니다.ㅎㅎ (저희는 두 시간 만에 아주 만취되어 나왔다는 슬픈 소식...) 술 취하면 노래방을 가자고 우기는 저 때문에... 노래방을 갔다가 정신없이 노래 부르고 술이 깨서 집에 갔습니다. ㅎㅎㅎ



다음 날 해장은 짬뽕으로 했습니다. 고추쟁반짜장이랑 함께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고요. 단짠맵달. 이렇게 먹으니 술도 늘고, 살도 찌고... 연말의 저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던 거 같아요. 출근해서 일도 해야 하고, 일 끝나고 술도 먹어야 하고, 다음 날 해장도 해야 하고. 매일매일이 바쁘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또 음주가무의 후예 아니겠습니까?ㅎㅎ 노는 거 좋아해서 빠질 수가 있어야죠.ㅎㅎㅎㅎ


작가는 술을 마시며 고뇌를 한다는... 이상한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 그래서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고요. 글이 안나와서, 글이 쓰기 싫어서, 글 쓰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술을 마십니다. 글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힐 수 있다고 믿었는데 요즘에는 그 믿음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속상한 것 같아요.ㅠㅠ



이것은 12월 31일의 음주가무입니다. 양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프랜치렉을 먹기 시작해서, 양꼬치로 넘어가 버렸어요. ㅎㅎㅎ 가지튀김도 먹고요. 한 해의 마지막 날도 역시나 술과 함께 마무리를 했다는 슬픈 소식... 사실 좋은 사람들과 먹으면 술자리도 참 좋은데요. 너무 잦은 술자리는 건강에 정말 해롭습니다. 연말에 걸린 감기는 아직도 낫질 않고, 아직도 약을 먹는 중입니다.ㅠㅠ



1월 1일의 음주는 의도치 않게 시작되었습니다. 분명 해장을 하기 위해 아주 맛있는 닭볶음탕이 있다고 해서 먹으러 갔다가, 닭볶음탕과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저희도 모르게 소주를 시켜 마시고 있었다는 슬픈 소식... 이곳이 정말 맛집이라서 30분이나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거든요. 그러니까 더 맛있더라고요.ㅎㅎ 그렇게 1월 1일도 소주와 함께 시작해 버렸네요.ㅎㅎ 정말 음주가무를 너무 사랑해지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가 술꾼이 되면 안 될 텐데 말이죠.ㅎㅎ



1월 2일의 음주소식입니다.ㅎㅎㅎ 달큼한 갈치조림과 굴솥밥을 먹으러 갔는데요. 이곳도 맛집이라 30분 넘게 웨이팅을 하고 들어갔습니다. 몸은 해장을 원하는데 자꾸 술을 먹게 되는 신기한 상황. 메뉴는 점점 더 아재를 닮아가는 슬픈 상황. 2024년에 더 아재감성이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슬퍼집니다. 저랑 같이 노는 작가님들께 아재감성을 너무 많이 배우는 것 같아서 좀 자제할까 했는데 요즘엔 아재감성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ㅎㅎㅎ



그래도 이 날은 양심이 있었는지 해장을 커피로 했습니다. 커피빈에 나온 케이크인데 애플시나몬치즈케이크이거든요? 제가 원래 애플파이를 좋아하는 것도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저 케이크 강추합니다! 부드러운데 정말 맛있어요. 사과와 시나몬과 치즈의 조합이 환상적이었던 맛! 시원한 커피와 케이크를 마시며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이제 당분간 술은 안 먹고 정신 똑띠 차리고 살겠다고 다짐하며 집으로 들어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친한 언니와 또 술잔을 기울이고 말았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인지 인생 살기가 점점 팍팍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답답한 마음이 크기도 하고... 마음이 영 답답해서 술잔을 안 기울일 수가 없더라고요. 매운 안주, 달콤한 안주, 여러 개 섞어서 사케를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취할 때까지 먹으며 온갖 이야기를 다 나눈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연말과 연초를 술과 함께 보내며 깨달은 사실인데... 술은 참 여러 가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고, 웃게 하기도 하고, 꾹 참고 있는 사람의 눈물을 터뜨리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 술과 커피 아니겠습니까? ㅎㅎ 사실 저는 술만 먹어도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 왜 마약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희로애락의 마음을 겪을 때 술을 찾나 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는 술맛을 잘 몰라서 이 쓴걸 왜 마시나 했었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술을 찾는 것을 보니 저도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소주가 맛있어진다고 하잖아요. 예전엔 소주를 그렇게 싫어했었거든요. ㅎㅎ 요즘엔 소주가 맛있는 날이 있더라고요. (이거 슬퍼야 하는 거 맞죠? ㅠㅠ ) 그래도 새해엔 주 1,2회만 술을 먹어보기로 다짐합니다... 매일 먹다가 위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요.ㅎㅎ


우리 모두 건강한 음주문화와 함께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보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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