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 리뷰
영화 '엘리멘탈' 리뷰
마음이 싱숭생숭, 헛헛했던 어느 밤. 오랜만에 친한 언니와 심야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영화를 보게 된다면 언제나 심야영화를 보는 타입인지라 익숙하게 티켓팅을 하고 영화관으로 향했죠. 유난히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해서 상영 중이었지만 보고 싶었던 영화는 바로 '엘리멘탈'이었어요. 디즈니 영화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이 특별하기도 해서 더 끌렸습니다. 물론 박스오피스도 1위였고요.
이 영화는 물, 불, 흙, 공기. 4 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피터 손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인데요.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미국으로 넘어오셨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면 느끼겠지만 그래서인지 한국적인 정서나 감정들이 아주 많이 담겨있어요. 또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이야기들은 담은 것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스토리가 많이 노출되면 안 되기에 자세한 이야기를 담진 않겠지만 저는 크게 세 가지가 가장 많이 와닿았어요. 이 영화에서 아버지가 딸에게 건네는 대사 중에 "화내는 것도 나쁜 건 아냐. 화가 날 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가 안 돼서라고. 마음의 소리를 못 들으니까 화가 나는 거야."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자주 욱! 하고는 하는데요. 특히 일을 하다가 그럴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대사를 듣고 나니 왜 제가 그동안 그렇게 많이 욱! 했는지 알게 되더라고요. 제가 아직 마음의 소리를 들을 만큼 여유가 없던 것이죠. 그래서 조금 더 마음의 넓이를 넓히고 마음의 소리를 들을 준비를 잘해보기로 했습니다.
특히 아버지가 딸에게 하는 대사들에서 인생에 대한 고찰들이 대사로 나오는데요. 잔잔하게 제 마음을 어루만지는 느낌이었어요. 다 괜찮다고,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기도 했고요. 나이가 들어도 삶을 산다는 건 언제나 어렵고, 큰 숙제 같고, 누군가 나를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요. 제가 특히 마음이 말랑말랑한 시기에 이 영화를 봐서 그런지 아버지의 대사들이 오롯이 마음이 잘 전달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시킨 일을 하려는 불에게 물이 하는 대사에서였어요. "불, 출입금지라는 건 남이 정한 거잖아. 왜 남이 정한 대로 살려고 해?" 사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지점은 이 지점이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대로, 남이 정한 대로 해야만 하는 것들 앞에서 내가 무너질 때... 그럴 때 가장 힘이 빠지고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 물은 아주 씩씩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인생을 개척합니다. 물론 불도 곧 물을 따라 가요. ㅎㅎㅎ
대학, 입사, 결혼, 육아, 그 외에도 생활수준, 취미생활까지. 우리는 누군가가 어떤 것들을 기준치로 정하면 꼭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최근에 유난히 오춘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사실 남들이 사는 대로 살지 않기로 아주 예전부터 마음먹고살고 있었는데요.(마이웨이를 걷는 중입니다...)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로 더 그 기준 앞에서 어떻게 해야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인지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완전히 제가 정한 대로 살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는 완전히 제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도록 틀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 보려고 해요.
물론 한국에서의 결혼, 일, 그 외에도 나이에 맞게 해야 하는 여러 문턱 앞에서 이미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계속해서 불편한 질문들을 당연하게 하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이 마음이 어렵더라고요.ㅎㅎ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살도록 선 넘는 질문은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내가 정한 대로 사는 멋진 삶을 살 수 있기를 더 크게 꿈꿔보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공존할 때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물과 불은 섞일 수 없는 존재이지만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공존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둘은 사랑에 빠지죠. 이 둘이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무지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든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는데요.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간다면 아마도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지만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기질을 가지고 있으니까 물과 불처럼 모두가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인간관계가 편해질 것 같더라고요.
여행이 끝난 뒤,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와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이 영화가 저에게 답을 찾아가는 실마리를 준 것 같아서 고마웠습니다. 디즈니 영화답게 자극적인 내용 없이도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힐링이 되는 영화였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남이 정한 대로 살지 않을 용기를 가득 마음에 품어봅니다. 저도 남들과 똑같지 않은 고유한 한 인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