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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마음 Feb 29. 2024

못다한 숙제, 해결되지 않은 과거

경성크리처 2


너무 늦었지만 지난 글에 이어 후기를 쭉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요 근래 봤던 드라마들 중에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어서였는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기록으로도 남겨두고 싶더라고요.



옹성병원의 지하에서는 생체실험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잘못된 실험의 결과물인 괴물도 함께 있었죠. 어머니와 명자를 찾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간 두 주인공은 그곳에서 만난 죄 없는 아이들을 먼저 탈출시킵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병원에서 일본군들에게 붙잡히고 말죠. 


총을 들고 괴물을 만든 일본군 가토에게 다가간 채옥은 자신의 어머니 성심을 어떻게 아냐고 묻습니다. 가토는 실험으로 인해 채옥의 어머니가 괴물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채옥은 충격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그 사이, 태상은 괴물과 싸움을 벌이며 병원 어딘가에 있을 채옥을 찾습니다. 


가토는 채옥에게 엄마를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채옥은 쇠사슬에 묶인 채로 괴물과 마주하게 되죠. 괴물은 다른 때와 같이 채옥을 보고도 죽이려고 합니다. 그때 채옥은 괴물에게 엄마라고 부르고, 가토는 괴물에게 네 딸을 먹어버려, 네 딸을 죽여버려라고 명령하지만 괴물은 이상하게도 채옥 앞에서 멈춰 섭니다. 


괴물은 딸을 알아보고 눈물을 흘리고, 가토는 괴물을 포획하라고 명령합니다. 일본군들은 가토에게 수 없이 많은 총을 쏘고, 피를 쏟으면서도 괴물은 딸이 다치지 않도록 막아냅니다. 몸에서 수많은 촉수를 꺼내 날개를 만들어 딸에게 우산을 만들어 손끝 하나 다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괴물. 일본군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랍니다. 


그 순간, 장태상이 채옥을 구하러 오고, 채옥은 이 모든 사실을 태상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함께 몸을 피하죠. 그 사이 태상은 명자도 찾게 되었습니다. 


세탁실의 옷감을 엮어 밧줄을 만들고 탈출을 시도하는 두 주인공과 명자, 그들을 돕던 한국인들은 일본군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맙니다. 일본군과의 교전 중에 채옥이 살려주었던 조선병사도 죽고 말죠. 채옥까지 무사히 아래로 내려보낸 태상은 다른 사람들의 무사탈출을 위해 자신이 옹성병원에 남기로 합니다. 


자신이 옹성병원에 남아 일본군들의 시선을 돌리고, 병원 외부에서는 태상이 미리 계획했던 애국단 술집에서 파티를 시작합니다. 음악을 크게 틀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춤을 추며 일본군들을 정신없게 만든 것이죠. 




“함부로 죽지 마. 진짜로 죽어야 할 때 그때 죽거라.”
-채옥이 조선인 병사에게

일본군과의 교전 때 죽은 조선병사는 사실 자살하려던 것을 채옥이 살려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채옥은 그 병사에게 이렇게 말했죠. 정말 그 병사는 채옥과의 약속을 지키고 진짜로 죽어야 할 때 죽었습니다. 


"그래,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조선이지. 그러니 작작 들 하거라."
- 장태상이 일본군에게

나라의 안위에 관심 없는 척하던 태상이 조선에 대해 각성하던 순간 내뱉었던 대사입니다. 일본군들이 주둔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선인의 현실을 안타깝게 마주하던 가슴 아팠던 장면이었죠. 


"나라도 빼앗아간 놈들인데 뭐는 몬 빼앗을까?"
-나월댁이 한탄하며

그 시절엔 빼앗긴 것보다 안 빼앗긴 것을 찾는 것이 더 쉬웠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안 가져간 것이 없었네요. 돈, 건물, 사람, 문화까지... 


"여기서 살아나간다 한들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는 한 거예요?"
- 채옥이 태상에게

옹성병원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난 뒤, 채옥은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합니다. 이곳에서 나가도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겠지요. 괴물이 된 엄마를 보는 그녀의 마음, 옹성병원을 지배한 일본군, 밖으로 나가도 똑같은 현실. 저 같았어도 그랬을 것 같네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보면 여전히 아프고 쓰라립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못다 한 숙제를 남겨둔 것처럼 해결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마저도 살아계신 분들이 얼마 남지 않아 몇 년 남지 않아 보이지만... 부디 피해자 분들이 살아계실 때,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와 분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 오지랖 부리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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