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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마음 Nov 08. 2024

하늘을 보는 여유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나요?


여행을 하며 가장 생소했던 일은 하늘을 보는 일이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흐린 날을 빼고) 하루의 반은 하늘을 보며 ‘예쁘다’를 연발 하니까요. 유럽의 하늘은 유난히 아름답거든요. 파란 하늘에 아름답게 펼쳐진 구름들을 보면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서울에서도 하늘은 볼 수 있는데 평소엔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하늘을 볼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내느라 힘겹고, 하루에 몇 분 행복을 느낄 새도 없이 마감과 여러 가지 일에 치여 살았더라고요.


잠깐이라도 하늘을 보면 될 텐데 그 잠깐의 짬이 나질 않는 건지, 휴대폰만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만 뭐 그렇게 대단한 일 하고 산다고 하늘 한 번을 못 보고 살았는지.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구 평화 지키는 것도 아니고.



여행을 시작한 지 며칠만에 탁 트인 맑은 하늘을 봤을 때엔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질 뻔 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 속에서 응어리졌던 무언가가 슥하고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울 순 없었습니다. 지노그림, 지금사진 작가님이 평생 놀릴 게 뻔했거든요. 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두 분이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슥 닦고는 빨리 웃어버렸죠.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 때마다 의도적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주변 사람들이 찾아와 자주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위로가 참 어렵습니다. 괜찮다는 말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위로한답시고 툭 던지는 한마디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위로받고 싶었던 때의 저도 누군가의 조언이나 섣부른 위로로 더 상처를 받기도 했었고요.


그래도 나름의 방법으로 공감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는데요. 생각해 보니 정작 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멀리서 바라보니 끙끙거리며 버티고 서서 혼자 아등바등거리는 저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혹자는 버텨내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던데 그동안의 저는 참 많이 억지로 버티느라 무던히도 애썼구나 싶었습니다.



살다 보면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어두운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가 여행하는 동안에도 꽤 많은 시간 비가 와서 하늘의 먹구름만 봐야 하는 날도 있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을 보여주며 쨍한 햇빛을 선물해 준 날도 있었죠. 모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흐리고 어두운 날이 있기 때문에 맑은 날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여행하면서 마주했던 매일의 하늘을 들여다보니 그 짧은 시간 속에서도 매일의 하늘이 다르더라고요. 여행이 끝난 뒤에는 맑고 푸르른 날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긴 하지만요. 아마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모든 순간이 뒤섞여 있지만 아마 인생의 끝에선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만 기억될 거예요. 그래서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날들을 조금 더 반갑게 맞아주고 사랑해 주기로 마음먹었죠.



또 하나 마음먹은 것이 있습니다. 하루에 서너 번 하늘을 볼 여유 정도 가지고 살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죠. 어느덧 제법 연차가 쌓인 작가가 되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늘어납니다.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모자란 모습까지 보여주며 스스럼없이 밝고 명랑하고 유쾌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며 살기 어려운 세상이니, 품이 넓은 마음을 가지고 긍정을 나누며 살고 싶었습니다. 먼저 안부를 건네는 여유 정도는 있는 삶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하루에 서너 번 하늘을 볼 여유가 있다면 이만큼의 여유도 더 생기지 않을까요?


“ㅇㅇ야, 오늘 아침 바람이 차가워진대. 따뜻하게 입고 나가자. 고생은 조금만 하고 성취감을 가득인 하루이길 응원해.”

이런 카톡 하나 받으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따스하지 않을까요? 달걀노른자를 삼키는 것 같은 퍽퍽한 내 삶이… 내 사람들의 안부를 챙길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사는 따뜻한 삶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하늘 서너 번은 보고 살아요, 우리.



Photographer 지금사진

Painter 지노그림

Writer 지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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