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건 더 재밌거든요.
여행을 하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누군가 툭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인생에서 하등 쓸모없는 짓들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어요. “
“맞아요. 재밌는 건 다 쓸모없는 짓이라니까요.”
“예를 들면 제가 돈 벌기 위해 쓰는 글 말고 그냥 쓰는 글이요.” - 지마음 작가
“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림 그리는 일이 그렇잖아요? 이건 인쇄비도 비싸. “ - 지노그림 작가
“저도 일일이 파일 쪼개가며 보정해도 사람들은 차이를 잘 모르는데 이러고 있잖아요.” - 지금 사진작가
그런 기억 있지 않나요?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일 때, 숙제가 밀려 밤새 숙제에만 매달려도 끝이 없을 것 같을 때. 그런데 그런 날은 딴짓이 더 재밌잖아요. 심지어 그렇게 하기 싫어했던 방 정리와 책상정리까지도 말이에요. 몇 분 보지도 않은 것 같은 SNS를 보다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기도 하고요.
혹자가 그러더라고요. 돈이 되는 일만 하기에도 인생은 짧고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먹고살기 위한 일만 하겠어요. 무엇보다 먹고살기 위한 일은 재미가 없는데, 돈이 안 되는 일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다 깨어나는 것처럼 짜릿하고 신나는걸요.
인간은 자신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런 것 같더라고요. 지리멸렬한 일상을 견디다 견디다 숨이 넘어갈 것 같으면 비행기 티켓을 끊고, 다가오는 여행의 날짜를 보며 버티는 거죠. 조금만 더 참으면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자유의 시간이 온다라고 되새기면서요.
“남들 사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그건 지금 네 인생이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란다.” - 단 한 사람, 최진영 작가
최근에 읽었던 소설에서 무릎을 탁 쳤던 구절입니다. 아마 이런 쓴 물이 내 안에서 마구마구 올라오면 그때가 바로 여행을 떠날 최적의 타이밍이 아닐까 생각되더라고요. 이런 패턴이 자주 반복되고 나면, 이제는 쓴 물이 올라오지 않아도 그러기 전에 알아서 떠날 타이밍을 잡기도 하는 경지에 오르곤 합니다.
여행도 쓸모없는 짓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휴가를 맞추고, 내 돈을 내가 내고, 내 시간을 써 가면서, 낯선 곳에 가서 나를 던져두고 온전히 그곳을 느끼며 다니는 것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쓸모없는 짓들을 나열해 보자면, 커피 마시며 멍 때리기, 영화 보기, 드라마 몰아보기, 책 읽기, 책상 정리하면서 수납 정리하기(강박이 있음), 슬라임 가지고 놀기, 위스키와 와인 종류별로 마시며 좋아하는 술 찾기, 다양한 맥주 섭렵하기, 휴대폰으로 숫자 맞추기 게임하기,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기 등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업무 효율을 위해 제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들이죠.
참고로 지금사진 작가님의 쓸모없는 짓은 사진 찍고 보정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되는데, 퀄리티가 너무 남다르잖아요. 저는 지금사진 작가님과 같은 장소에 갔는데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서는 다른 장소에 온 줄 알았다니까요? ㅎㅎ
그런데 다른 것과 다르게 여행이라는 이 쓸모없는 짓이 제 삶에 주는 유익이 참 많더라고요. 일단 재밌습니다. 매일 아침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눈을 뜨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풍경을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서툰 영어로 소통을 하기 위해 애쓰는 저의 모습까지도 다 재밌어요. 다녀온 이후에도 이 쓸모없는 여행은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쓸모 있는 짓을 조금 더 잘 버티며 할 수 있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도 하죠.
그래서인지 이 쓸모없는 짓은 아마도 조금은 쓸모가 있지는 않을까, 의미를 부여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 자주 더 많이 떠나야겠다는 다짐도 하고요.
여행을 하며 잠시 머물렀던 장소,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풍경들, 그 짧은 순간들이 눈부시게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되잖아요. 쓸모없는 짓을 하며 얻은 소중했던 조각의 추억들을 모아 끌어안고 남은 인생을 사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내년 상반기에는 어딜 갈지 벌써 두 군데나 마음에 찜을 해 두었습니다. 4월 첫째 주에는 베트남 사파, 6월 첫째 주에는 캐나다 밴쿠버와 캘거리를 다녀오려고 해요. 생각만 해도 벌써 기분이 짜릿한데요. 베트남 사파에는 가능하면 우리 작가님들을 꼬셔서 함께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생각을 하니 벌써 또 기분이 마구 좋아지네요.
역시, 쓸모없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다니까요. 정신건강에도 아주 유익하고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쓸모없는 짓은 무엇이 있나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알려주세요. : )
참고로 우리 지노그림 작가님은 분위기 있는 여자가 들어간 풍경을 그리는 쓸모 없는 짓을 매우 좋아합니다! ㅎㅎㅎ 쓸모 없는 짓이라기엔 아래 그림이 너무 근사하죠?ㅎㅎ
Photographer 지금 사진
Painter 지노그림
Writer 지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