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16. 2023

[27] 나를 괴롭힌 가해자가 움직였다

직장 내 괴롭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차 피해가 시작되었다.

직장내 괴롭힘을 인정 받고 모든 게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 하고, 회사에서 조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결국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을 받았다. 공식적으로 가해자가 잘못을 했다고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 결과로 인하여 가해자와는 나는 분리조치가 이루어졌고, 가해자는 작은 징계를 받게 되었다.




나는 이로써 모든 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 




결과를 받았을 때는 "이제 다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컸다. 그래서 오랜 기간 괴롭힘으로 인하여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폐해진 나 자신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만 더 설명을 해보겠다.



 

보통 괴롭힘을 오랜 시간 당하다 보면, 정신이 가해자에게 잠식되어 간다. 음... 세뇌당한다고 하는 표현이 적당할 수도 있겠다. 요즘 용어로는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보면 된다. 주변 사람들을 믿지 않게 되고, 모든 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늘 긴장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긴장 상태에 있게 되면, 작은 자극에도 놀라기 쉽다. 예민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쉽게 받게 된다. 늘 예민하고 긴장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꾹꾹 눌러져서 내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 어디로 가지 않는다. 




그런데 편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려버려서 꾹꾹 눌러왔던 스트레스가 터져 버린다.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폭발을 하는 것이다. 긴장으로 잡고 있던 스트레스들이,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지면 쾅 하고 터져 나온다. 이건 어떻게 멈출 수가 없다. 





가족에게든지 연인에게든지 크든 작든 이러한 경험을 해보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면, 내 주변의 인간관계가 모두 같이 무너져 내린다. 가족, 지인, 회사 동료까지 모두 말이다. 한번 무너진것은 다시 세우기 쉽지가 않다.




내 자신과 주변이 무너지는 과정을 자세히 알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슬프다. 하하... 나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마무리 되고 나서 무너진 나와 주변을 회복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가해자와의 싸움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였고, 회사에서도, 밖에서도 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지친 나 자신을 회복하기 위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가해자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가해자는 뭔가 억울했나 보다. 내 귀에 가해자가 나를 욕하는 소문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가해자는 이런 말들을 회사 사람들에게 하고 다녔다.




"내가 누굴 괴롭힐 사람으로 보이냐, 너무 억울하다"

"저 xx 가 여직원을 성희롱 하길래, 내가 한마디 한 것이다"

"저 xx는 성격이 좀 이상한 놈이다"




가해자가 나를 욕하고, 험담하는 내용들이 건너 건너 나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보다 뒷담화가 더 기분 나쁜것 잘 알지 않은가?? 가해자는 본인이 너무나도 억울하다며 회사 사람들에게 호소를 하고 다니고,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들을 퍼트리고 다녔다. 




나는 이러한 뒷담화가 나에게 별 영향이 없을 줄 알았다. '어디서 개가 짓나' 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미 다 끝난 일이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잘못한것으로 회사에서 인정을 하였고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렸다. 여기서 끝 아닌가?? 




가해자도 대단한게, 이러한 뒷담화를 몇달간 지속해 왔다. 회사에서도, 회식자리에서도 말이다. 점점 나에게 타격이 오게 되었다. '가해자는 이미 평판이 끝난거 아니야? 사람들이 가해자 말을 믿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런줄 알았다.



가해자는 생각보다 회사에 영향력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가해자는 10년 이상 회사를 다닌 사람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고 친한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 인사를 받아 주던 사람들도 무시하기 시작했다.

- 안 그러던 사람이 나와 일을 할 때도 퉁명스럽게 대하기 시작했다.

- 점점 회사에서 고립되기 시작했다.




가해자가 낸 거짓 소문들이 고스란히 '2차 피해'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이제 얌전히 회복하며 지내고 싶은데, 가만히 두질 않았다. 대체 뭐가 그렇게 억울할까?. 억울한 사람은 나인데 말이다.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내 욕이 들려올 때마다 회사 생활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공식적으로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 되지 않았나?"

"왜 인정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거지?" 

"대체 왜 반성하지 않는거지?"




왜 계속 나에게 이러는지 정말 분한 마음에 화가 났다. 가해자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상식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억울한 감정이 마음속에 이 응어리가 되어 떠나지가 않았다. 계속해서 무거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이러한 뒷담화는 증거 잡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고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고민을 많이 하였고, 정답은 단순하게 나왔다. 더 이상 참고만 사는 나는 이제 더이상 없다. 또 다시 싸움을 거난구나.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 받아쳐 주겠다. 




나는 한 달간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싸울 준비를 하였다. 그 전에는 신고하면 어떻게 될지 두려워 하며 싸움을 했다면, 이번에는 100% 이기는 싸움을 준비하려 한다.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그만큼 고생도 덜 하기 때문이다. 




나는 민사소송을 준비하였고, 가해자와 다시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물론 90% 이기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전보다 심리적 부담감은 적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가해자야!! 몇달 뒤, 당신의 집으로 민사소송 소장이 날라갈 것이다. 법원에서 보자


이전 27화 [26]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과 코끼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