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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15. 2023

[26]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증과 코끼리

상담사 : 당신마저 이 감정을 저버리실 건가요??

이번이야기는 상담사와의 이야기 입니다. 이분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 이야기를 남겨보려고해요.



직장 내 괴롭힘의 후유증이라는 게 생각보다 더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감정의 파편들이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느낌이에요. 원래는 정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였는데요. 오랜 기간 괴롭힘이라는 큰 상처를 받고 나니 통제가 되지 않아요. 지금은 어린아이가 된 기분입니다.




어린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나요. 저도 지금 마찬가지입니다. 그 동안 통제했던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야 하고, 즐거우면 웃어야 하고, 우울하면 울어야 합니다. 때로는 원치 않은 감정에 휘둘리면서 힘들어할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하루 종일 온종일 우울해서 이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가 않아요. 




무기력한 건 덤이고요.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만사가 귀찮고, 생각하는 것도 싫더라고요. 어떤 날에는 정말 아기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잔 적도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요즘 글을 잘 적지 못한 것 같아요. 




이번에 적을 내용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문 상담 선생님께 제 상황을 이야기드린 적이 있는데, 좋은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내용을 한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정신의학과 선생님과는 다른 분이에요. 전문 상담사 분입니다.






■ 전문 상담사님의 말씀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해야 하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분하게 돼요. 이것은 부모님이나 학교로부터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혹은 다른 집단에서의 행동을 통해 학습이 되어 갑니다. 그러면서 점점 틀이 잡혀가게 되는 것이지요. 




틀이 잡힌다는 것은, 제가 앞서 말씀드린 감정과 행동이 잘 정리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자기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에요. 




'공부를 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

'우울하면 안 된다'

'불안하면 안 된다'

'쉽게 짜증 내면 안 된다'

'쉽게 화를 내면 안 된다'




자주 들어오던 말일 거예요. 부모님으로부터 들었을 수도 있고, 학교 선생님한테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저희는 모두 이렇게 배워오고, 환경을 통해 학습이 되어 있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저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사실 맞아요.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하는 것들'이  잘되지 않을 경우 삶이 힘들어지거든요.




공부나, 일찍 일어나는 것을 못할 경우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됩니다. 감정에 심하게 휘둘리게 되면 우울증, 불안증, 적응장애, 분노조절 장애라고 이름이 붙게 됩니다. 경쟁에 뒤쳐져서 나의 삶이 힘들어지거나, 정신적으로 통제가 안되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울 수가 있어요.




즉,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잘 살기 위해서 이  '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고 있어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긴 해요. 하지만 ㅇㅇㅇ씨 같이 이미 괴롭힘의 상황 때문에 우울증이라든지, 불안증이라든지 감정의 기복이 심하여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해야 한다'가 오히려 독이 되어버려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돼요. '해야 한다'라는 잣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제 이야기를 잠깐 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하여 하루하루 힘들어했고, 다음날에는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에 의하여 '불면증'이 발생했습니다. 잠들 때는 오늘 당한 일들에 대해서, 그리고 내일은 무슨 일을 당할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체력도 정신력도 점점 약해져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악순환의 시작되었어요. 잠을 못자고 → 신경이 예민해져 있고 → 일상생활이 어렵고 → 오늘 있던 일을 후회하다가 다시 잠을 못자고 → 신경이 예민해지고 이 반복입니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좌절감에 '우울증'이 왔습니다.





물론 퇴사라든지, 신고라든지 방법은 있었지만 당시의 저로서는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막연하게 두려운 마음이 가장 컸어요. 퇴사는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라는 강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스트레스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회사를 다니는 동안 현재 상황을 극복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 지옥 같은 상황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과연 왜 일어난 것일까요??




정답은 하나입니다. 제가 '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리자면, 직장 내 괴롭힘 상황 속에서  '참아야 한다', '주변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게 있어서 그대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잣대인 '해야 한다'가 저에게 독이 되어 버린 것이에요.






다시 상담사님의 말씀으로 돌아와 볼게요.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ㅇㅇㅇ 씨는  '우울감'에 빠져 있습니다. 불안감에 빠져 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 감정을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에요.




당신의 감정을 자기 스스로가 부정하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세요. 극복해야 할 존재로 보고 계신 것 같아요. "우울해서는 안돼! 극복해야 해!" 라구요. 당신의 감정은 그 누구도 이해해 줄 수가 없어요.




"당신마저 이 감정을 저버린다면, 대체 당신의 이 '우울'이라는 감정은 누구에게 의료를 받아야 하나요?"






이 이야기를 듣고 뭔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우울'이라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만 노력을 해왔습니다. 술을 마신다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본다든지, 지인들과 즐겁게 논다든지 하면서요.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할 때만 괜찮았지 여전히 이 감정은 제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아니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봐주지 않고, 챙겨주지 않고 외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니면, 이 감정을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누구도요. 타인에게 단편적인 이해와 공감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그때뿐입니다. 내가 방치한 상황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사 : 혹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눈을 감고 천천히 10초를 세 보세요. 단, 그 시간 동안 코끼리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러나 1초를 채 세기도 전에 당신은 필연적으로 코끼리를 떠올릴게 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코끼리를 떠올립니다.




특히 ‘절대’나 ‘무슨 일이 있어도’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정의 어조를 강조할수록 당신은 더욱더 깊이 코끼리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우울증은 극복해야 해!!라고 하는 순간 우리는 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에요. 코끼리에 대해 깊이 빠지는 것처럼, 저희가 우울한 감정을 거부하는 것이 강해질수록, 더욱더 깊이 우울한 생각에 빠지게 돼요.


 


사실 방법은 단순해요. 감정을 거부하지 말고,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에요. 자기 자신과 다른 자신 안의 또 다른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게 접근하기가 편할 거예요. 그리고 챙겨주고, 시간을 내어주면서, 위로를 해주는 것이에요. 




"그랬구나"

"그래서 우울하구나" 

"슬펐겠다"




등, 자신 안의 또 다른 생명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정말 황당한 이야기인데요. 이게 또 대화가 됩니다. 내가 왜 우울했는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대화가 돼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놓으시고 아니면 저 멀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두세요.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천천히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윽박지르거나,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마시고요.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대화를 해주세요.

위로를 해주세요. 




그동안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었을 것에요. ㅇㅇㅇ씨 스스로도 매번 부정하고, 거부하는 기억밖에 없던 우울이라는 감정이에요. 분명 외롭고 쓸쓸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자기를 봐달라며 ㅇㅇㅇ 씨에게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에요




이제 ㅇㅇㅇ씨 말고는 이 감정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ㅇㅇㅇ마저 외면한다면 더 깊은 동굴 속으로 숨어서 병들을 거예요. 그리고 곪아서 터지겠지요. 그러기 전에 챙겨주고 위로해 주고 같이 시간을 보내줘 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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