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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27. 2023

[33] 평생 참고만 살아 왔다 이제는 참지 않는다

굳이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손해 보는 싸움을 하는 이유

가해자와 다시 싸우기로 굳게 결심한 후, 나는 민사소송을 시작했다. 하루는 버스를 타고 이동 하는 와중에 눈물이 왈칵 흘러 나왔다. 




'대체 나는 왜 이 손해 보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직장내 괴롭힘 당한 것도 억울하고, 가해자로 부터 2차 피해를 당한 것도 화가나서 민사소송을 하는 것은 맞았다. 그런데 이 이유로는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도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하염없이 보고있다가, 나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내 싸움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단순하게 가해자에게 복수해야 겠다는 마음을 넘어서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왜 이렇게 까지 하느냐에 대한 이유 말이다. 



이걸 깨 닫고 순간 버스안에서 정말 꺽꺽 하면서 숨죽여서 울었다. 나의 속 깊은 곳에는 민사소송을 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을 한 번 글로 정리해 보겠다.






사실은, 이해받고 싶었다...




그 누구도 가족도 회사 동료도, 전 연인도 소송을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해 주지 않는다. '대체 왜 그러냐고', '하지 말라'라고 한다. '이제 잊으라고', '앞으로는 좋은 시간만 보내자'라고 한다. 




나는 싫다.




잊는 것이 된다면,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된다면 내가 소송을 왜 하겠는가. 왜 내 지인들은 나에게 계속된 노력을 원하는 거지. 나도 노력을 해보았는데, 안된다. 지인들이 하는 말들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 감정과 상황을 설명하였지만, 이해해 주지 않았다. 걱정되니 하지 말라고만 할 뿐.




그런 그들에게 별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미 괴롭힘을 통해 내 정신은 피폐해져갔고, 내 주변 관계는 금이 갔고, 무너져 내려간 상황이다. 더 무너져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굳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다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응원받고 싶었다. 돌아오는 건 걱정과 위로를 가장한 비난과 질타뿐이다.




서운하고 슬프다. 모두들 반대만 하니 '내가 잘못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민감한 상태여서 그런가.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인데 이렇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잘 모르겠다. 




내가 잘못된 사람일 수도 있다.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야겠다. 뜨겁게 응어리진 내 마음이 풀리거라면 할 수 있는 무엇이든지 하겠다.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하여도 할 것이다. 




평생을 참고 살아왔던 것 같다. 




놀고 싶어도 참고 공부하고, 여행을 가고 싶어도 참고 취업 준비하고, 회사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묵묵히 일했다. 이게 옳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배웠다. 어릴 때부터 명심보감이라든지 논어라든지 하는 책에서는 이렇게 가르쳐주었다.




참는 게 이기는 것이다.




근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번에도 참아서 넘기면?' 만약 내 자녀에게는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 물론, 나는 현재 자녀가 없지만, 만약 생긴다면? 머리를 세게 한대 맞은 느낌이더라. 이번에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내 자녀를 지켜줄 수 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자녀는 이런 고통을 격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번에도 '나만 참지' 하고 넘어갔을 때, 내가 교육한 나의 자녀도 나랑 비슷한 성격이 되어서 어디선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해줄 말이 없지 않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마음의 울분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알려줄 수가 없다. 




"아빠가 참고만 살아서 미안해".

"가르쳐줄게 없어서 미안해"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만 참는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그래서 행동했다.




'돈' ? 많이 들었다. 

'시간'? 많이 들었다.

 '감정 소모' ? 많이 들었다.




다만 내 미래의 자녀를 위해 할 수밖에 없었다. 이 귀찮음과 수고로움과 돈도 안 되는 일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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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해 받고 싶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당하고 살아왔지만 내 자식에게는 이것을 되물림 할 수 없었다. 내가 도망친다면 나중에 나의 자녀에게 해줄 말이 없지 않겠는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민사소송이라는 더 큰 싸움을 시작했다.




나는 이제 내 자녀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아빠는 도망치지 않고 싸웠다고, 그리고 이겨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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