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31. 2023

[5] 상처 받은 피해자들에게 잔인한 이야기

너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할 수 있어

회사원 : 방금 저에게 큰 가치를 주셔서 존경심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네요.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나의 인간관계가 힘든 건 가해자 탓이야 라고 생각하며 평생 동안 가해자를 미워했을 것 같아요. 억울함에 빠져 쓸모 없는 것에 집중을 빼앗길 뻔했습니다. 인간관계의 문제와 가해자로부터의 직장 내 괴롭힘은 따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스승님 : 응?? 의외로 빠르게 인정하네. 사실 여기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야. 자기 자신을 해친 사람을 마음속에서 지우는 것이 말이야. 




회사원 : 그럴 것 같아요. 저도 1년이 지난 지금이야 인정할 수 있지, 제가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쓰러진 그 시기였다면 인정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스승님 : 1년 전 일이었구먼. 다행이야. 상담사가 너를 나한테 보낸 이유를 알겠다. 너는 상처받은 너 자신을회복하려는 의지가 강하구나. 전문적인 용어로는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어려우니 하지 말자 우리 쉽게 쉽게 가자구.




회사원 : 쉬운거 좋아요! 근데 말씀하신거 칭찬 맞죠?? 자꾸 공격만 하셔서, 갑자기 이런 말씀하시니 부담되네요 

스승님 : 칭찬인지 아닌지는 너 하기에 따라 달려있지, 다만 너는 앞으로 당분간 편하게 살기는 글렀어. 

회사원 : 편하게 살기는 글렀다고요??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스승님과 상담을 하고 있는 건데요??




스승님 : 행복과 편안함은 다른 이야기야. 이 이야기를 네가 받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너는 방금 최고의 방패를 잃어버린 거야. 하지만 스스로의 길을 가려고 하고 있지, 그리고 너랑 나랑 앞으로 할 작업들은 쉬운 길이 아니야. 너는 앞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야해

회사원 :  최고의 방패이니 스스로의 길이라니 자신의 세계라니 말이 너무 어려워요.




스승님 : 최고의 방패이지만 썩은 방패이지, 너는 네가 겪는 모든 인간관계에 관한 문제에 "내가 이렇게 행동

하는 건 가해자 탓이야". 나는 잘못이 없어. 이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위로할 수 있는 방패를 잃어버렸다는 거야.

회사원 : 저번주까지만 해도 모든 것을 가해자 탓 하고 있었으니 부정할 수는 없겠는걸요.




스승님 :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너처럼 강하지 않아.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서 가해자 탓을 하면서 편하게 살지. '내가 이걸 안 하는 건 가해자 탓이야'. '내가 저걸 못하는 건 가해자 탓이야'. '내 성격이 이렇게 된 건 가해자 탓이야'. 이렇게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되게 편하거든. 내 잘 못이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살 수가 있어. 내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모두 가해자 탓하면 되거든. 너는 이제 가해자 탓을 할 수가 없어. 명심해



회사원 : ??





응??? 뭔가 이상했다. 행복과 편안함에 대해 이야기를 할줄 알았다. 근데 내가 생각하던 내용이 아니였다. 피해자들이 결국 남탓을 하면서, 자신의 모든 문제상황을 가해자 탓하면서 편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들린다. 




이건 매우 불편한 이야기이다. 가뜩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가해자에게 받은 상처가 떠올라 일상으로 못 돌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이야기이다. 가해자 탓이 아니라 피해자 탓을 하다니. 




아닐 수도 있다. 이 분은 상담사 이다. 공감과 위로를 해줘야 할 상담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말이 안된다. 내가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으니, 확인을 위해 다시 한번 질문을 해야겠다.





회사원 : 혹시? 마음이 편하다는 게, 문제 상황에서 모두 가해자 탓을 해서 스스로 편해진다는 말씀 건가요?? 편하게 살기 글렀다는 것은 이제 부터 가해자 탓을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구요??

스승님 : 맞아. 잘 이해했네



회사원:  설마 했는데 제가 추측한게 맞군요!! 어쩜 이리 잔인한 말씀을 하시나요!! 실제로 사람이 망가진 건가해자 탓이 맞습니다!! 방금 한말 취소하세요.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얼마나 상처 받겠어요! 피해자 들이 가해자 탓을 하면서 편하게 살아간다는 말은 정말이지 너무 잔인합니다!! 왜 피해자들은 두번 죽이는 이야기를 하시나요?!




스승님 : 취소할 수는 없어. 이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야. 안 그러면 정신이 무너지니 말이야. 이렇게 사는 사람들에게 뭐라 하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야. 너니까 이렇게 말하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 안 해. 너 말대로 무척 잔인한 이야기 이거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이야기 맞아. 다만 이 과정을 넘어가지 못하면 과거에 살 수 밖에 없어. 




회사원 : 그런데 저한테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제가 만만해서인가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실 줄 알았어요?? 가해자 탓 하면서 편하게 산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고요?!!




스승님 : 화가 많이 났구먼. 충분히 이해해. 네가 받은 상처가 크면 클수록 더 화가 많이 나겠지. 하지만 이거하나는 알아둬. 네가 가해자에게 깊게 fall in 되어 있을수록, 너 자신의 인생을 살기란 불가능 해. 빠져나와야 해. 






또 fall in 인가?? 가해자에게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이 인간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줄은 알겠다. 하지만 화가 너무 많이 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 탓을 하면서 편하게 살아간다니 말이다. 이런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이런 이야기라니. 이게 2차 피해가 아니고 뭔가... 




나쁜 건 가해자가 맞다.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 




우리의 잘못이 있다면 성격이 온순한 것뿐이다. 남들과 싸우지 못하는 것뿐이다. 배려를 하려고 하는 것뿐이다. 관계가 나빠지지 않기 위해져 주는 것뿐이다. 그냥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것뿐이다... 그냥 잘 지내고 싶은 것뿐이라고




그런데 '너는 최강의 방패를 잃어버렸으니, 앞으로는 가해자를 탓하면서 편하게 살지 못한다고?' 이게 말이냐 방귀냐. 그러면 다른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탓하면서 편하게 산다는 이야기 인가? 어떻게 피해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거지?? 미친 거 아닌가??




나는 반박을 해야만 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불현듯, 하루 종일 가해자를 원망하면서 살아온 날들이 떠올랐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 가족과의 유대, 헤어진 연인, 회사의 동료과의 관계까지 이 모든 것은 가해자 탓이 맞다. 이 부서진 조각들은 다시 붙여보려고 해도 붙지가 않는다. 




이 사람이 계속해서 말하게 두면 안 된다. 







회사원 : 인정 못합니다!! 그럼 제가 잃어버린 것들은요?? 가족, 지인, 연인, 친구들, 회사 동료들, 제 건강, 제 돈 이 모든 것도 가해자 탓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스승님 : 그건 가해자 탓이 맞아.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의 일까지 가해자 탓을 해서는 안 돼. 그렇게 편하게 살려고 하지 마. 너는 너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이 과정만 넘긴다면 어디에도 fall in 되어 있지 않은 더 '자유' 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 다시 한번 이야기하마. 네가 가해자에게 깊게 fall in 되어 있을수록, 나 자신의 인생을 살기란 불가능 해. 




회사원 : .....

스승님 : 너는 거기서 빠져나와서 이제 너만의 인생을 살아야지. 너는 가능성이 있어




회사원 : 무슨 가능성을 말하는 건가요?

스승님 : 너는 지금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즉 how를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말이야.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시도 해보면서 fall in 된 곳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야. 계속 도전하다 보면 결국에는 되거든. 나 같은 사람들이 도와주면 더 빠르게 되고. 아마 너의 지난 시간 동안의 어떻게는 나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을 수도 있어. 어떻게를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해결을 해. 

회사원 :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아직 말씀하신 것을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스승님 :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 '어떻게 해야 하지?'까지 생각이 못 미치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거야. 이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 숨쉬기도 버거운데 노래를 하라는 거지. 노래를 부르려면 일단 숨부터 고르고 해야지. 이 숨을 고르는 시간은 사람마다 달라. 편하게 산다는 것을 편하게 숨을 고른다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을 하면 돼

회사원 :  아... 편하다는 게 가해자 탓을 하면서 문제 상황에서 도망친다는 게 아니라, 일단 편하게 숨을 고르라는 다른 의미였군요.




스승님 : 아니야. 도망치는 건 맞아. 현실을 부정하고 자기를 치유하는 시간인 거지. 본질적으로 보면 같은 이야기야. 하지만 이렇게 말을 해서는 안 돼.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치유에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기다려 줘야 해. 닦달해서는 안 돼. 상처를 더 헤집어 놓을 뿐이야. 그러면 치유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평생 치유가 안될 수도 있어. 너는 준비가 된 것 같으니 내가 말 한 거고. 아니면 이렇게 말 안 해. 이 이야긴 아까도 했지?



나니까 이렇게 이야기 한다라... 매우 힘든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을 두번 죽이는 것이다. 올바른 말이라도 그 사람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상황해서 해야 한다. 이렇게 이해를 했다. 이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지금 받아 드릴 수 있는 상황인건가?? 하지만 받아드리기가 쉽지는 않다. 1년 전, 마음 고생하고 있었을 때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아마 주먹이 나갔을 것이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회사원 : 그렇군요. 말씀을 들어보니 아까는 제가 너무 발끈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저보고 준비가 되셨다고 했는데, 제가 이렇게 발끈하는 거 보면 아직 준비가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여요.



스승님 : 또!! 또!!! 도망치려고 약한 소리 하는구먼, 너는 준비가 되었어.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자기의 세계를 만드는 것에 도움이 안 돼. 겸손한 척하지 마. 겸손하지도 않은 놈이 자기 방어하려고, 겸손한 척만 하고 있어.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회사원 : 방어라니요??!! 근데 사실 겸손한 척 하는건 맞아요. 아마 제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가 봐요.

스승님 : 중요한 단어를 말했네 자존감!!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움주에 와. 실전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자꾸 이야기가 세는구만. 아마 이렇게 진행하는게 너한테는 더 맞을 꺼야. 너는 상처가 너무 많아. 아까 발끈 하는 거 보니 괜찮은 척 하는데 아니야. 나도 깜박 속았네. 오늘 한 이야기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고. 특히 가해자 이야기 말이야!! 다음에는 자존감 이야기를 해보자




회사원 : 그러고 보니 한시간이 훌쩍 넘었네요. 넘은 시간에 대해서 돈을 따로 드려야 할까요?

스승님 : 됐어!! 다음에 와서 설렁탕이나 한그릇 사. 요 근처에 맛있는 집 있어

회사원 : 알겠습니다. 오늘 뭔가 제가 생각하고 있던게 많이 부서진 것 같아서 혼란 스럽기도 하고, 많이 배운 것 같기도 하고 어지럽네요.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스승님 : 잠깐 기다려바바

회사원 : 네??



스승님 : 너 서울에서 여기 오는 동안에 열차에서 혹시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이런거 보면서 왔어??

회사원 : 물론이죠. 유튜브 보면서 왔어요. 재밌기도 하고 시간이 빠르게 가자나요.



스승님 : 앞으로 나와 상담 이후에 유튜브 금지야. 유튜브에 fall in 되어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된다. 

회사원 :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스승님 : 지금 시간이 가장 중요해! 배운 것을 흡수하는 시간 말이야. 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지 말고 오늘 대화한거나 곰곰히 생각해!!  무언가를 배우고 나서는 뇌가 흡수하는 시간이 필요해. 처음 보는 것을 배울 때 그날 보다 그 다음날이 뭔가 더 잘 이해되는 기분이 드는 것도 이러한 이치야. 안 풀리는 문제를 다음날 풀어보면 잘 풀리는 것도 같은 이치고. 하지만 너가 바로 버스나 열차에서 유튜브를 본다면, 오늘 배운 것을 바로 덮어 버리는 거야. 오늘 배운 거는 날라가고 유튜브의 자극적인 지식이 흡수되겠지. 

회사원 : 아... 그런 이야기 였군요. 네 알겠습니다. 유튜브 안보고 고민하면서 갈께요.



이렇게 첫날 상담이 끝났다. 집에가는 길에 유튜브를 너무 보고 싶었지만 10만원이 아까워서 보지는 않았다. 습관적으로 카카오톡을 누르거나, 유튜브를 누를 때마다 아 10만원!! 하는 생각이 들어서 보지를 못하겠더라. 돈의 힘이 정말 크긴 크구나... 그리고 수첩을 열어서 오늘 배운 것을 정리해 보았다. 


                    

이전 06화 [4] 복수가 왜 허무한지 알게 되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