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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적인 회사원 May 30. 2023

[4] 복수가 왜 허무한지 알게 되었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가해자를 이제야 보내주었다

스승님 : 우선 나한테 찾아온 이유가 정확하게 뭐지?? 한번 설명해봐바. 가급적 자세하게. 그래야 나도 어떻게 하면 더 잘 도와줄지 설계를 할 수가 있어.

회사원 : 이야기하자면 긴데요, 짧게만 이야기드려볼게요.






나는 눈앞의 처음 보는 할아버지에게 직장 내 괴롭힘 당해서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죽을 뻔한 이야기. 인간관계를 맺을 때 과거 기억이 떠올라 새로운 회사에서 관계가 어렵다는 이야기. 같은 이유로 이제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운 이야기 등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가장 큰 이야기. '내가 지금까지 잘못 살아왔나?'라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든다는 이야기도 드렸다. 나의 현재는 과거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나의 현재가 스트레스성 실신으로 죽을뻔한 일을 겪은 것이라 지금 까지 잘못 살아온것 같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과거의 삶이 너무 후회되고 답답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결론을 지어서 말씀드렸다.

 





스승님 : 정말 힘든 일들을 겪었구먼. 그럼 질문 하나만 하자. 너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기 전에는 인간관계를 잘해왔던 거야??



회사원 : 음... 사실,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가해자한테 제가 이렇게 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것 같아요. 저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늘 제가 참고 넘겼거든요. 괜히 불편한 걸 말해서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두려웠어요. 그래서 '나만 참으면 괜찮아' 하고 그대로 받아 드렸던 것 같아요. 



스승님 : 물론, 네가 참고,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을 상대방은 전혀 모르고 말이야? 



회사원 : 맞아요. 전혀 모르더라고요. 가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참는다는것과 배려한다는 것을 단 한 명도 몰라줬어요. 심지어 연인도 말이에요. 실신으로 쓰러지고 난 후 더 이상 배려를 하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갔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제가 참다 참다가 터지면 관계가 끝나고는 했어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터지더라고요.



스승님 : 이런 일이 자주 있었어서 힘들었겠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이거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해. 너의 앞으로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회사원 : 어떤 것을요??



스승님: 일단은 너의 회복에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과 가해자 이야기는 빼자. 

회사원 : 네??!! 제가 지금 이렇게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은 가해자 때문인걸요??



스승님 :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겠구먼, 너의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 같아. 물론 가해자가 너의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에 불을 지핀 건 사실이야. 과거에도 인간관계가 힘들었는데, 가해자 때문에 더 힘들어졌을 거야.

회사원 : 맞아요. 가해자가 저를 괴롭힌 기억 때문에 더 힘들어졌어요.



스승님 : 모든 게 가해자 탓이라는 그 생각부터 고쳐야 될 것 같아. 괜히 가해자한테 분풀이하면서 감정 소모,시간 소모는 그만했으면 좋겠네. 이 사람한테 분풀이해도 네가 겪고 있는 인간관계라는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어. 이 사람이 널 힘들게 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더욱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그리고, 들어보니 민사소송도 하고 분풀이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구먼. 분풀이를 더 하면 네가 인간관계를 더 잘할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더 해도 되고

회사원 : ....




나는 할말을 잃었다. 모든 원인은 가해자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게 없다. 이렇게 믿어 왔고, 이 마음으로 살아 왔다. 그런데 갑자기 가해자 이야기를 빼자니 무슨 말인가?? 너무나도 억울했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가해자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들려왔다. 스승님은 내 표정을 유심히 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스승님 :  우리 만났을 때 한 이야기 기억나?? '상처받은 내면의 어린아이' 이야기 말이야. 이 과정을 겪게 되면 부모탓을 하게 되고, 부모에게 사과를 받으면 모든게 나아질 거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지. 하지만 사과를 받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이 이야기 기억해봐바. 지금도 마찬가지야. 너가 가해자 탓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아무리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고 사과를 받는 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 너 자신이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야 해. 남 탓만 해서는 전진 할 수가 없어. 

회사원 : ....




사실 그렇다. 모든 할 수 있는걸 다 했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이다. 가해자에 대한 복수와 내가 처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늘 법정 싸움을 하고, 신고하면서 대응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 가해자에게 복수는 다 했지만, 여전히 인간관계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끌려다니고,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고, 하기 싫은거 억지로 하고 말이다. 그대로 이다. 나는 그동안 대체 무엇을 한것일까.



......

이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가 맞다. 




그렇다. 이제 모든 게 설명이 된다. 나는 그동안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문제가 가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싸워 왔다. 이것이 해결된다면 모든 게 해결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해자가 상황을 악화시킨 건 사실이나, 내가 겪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은 더 근본적인 문제였다. 




가해자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민사소송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복수를 다 했을 때 나의 문제도 해결되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전히 나는 인간관계로 힘들어하고 있었다. 

가해자가 나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은 맞다. 내가 가해자 때문에 망가진 것도 맞다. 그렇지만 이것 때문에 인간관계가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도 힘들어했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받은 피해는 법적으로 인정받아 정신적 손해배상 금액도 받지 않았는가? 이제 그만 놓아주자. 그동안 너무 가해자에게 집중했다.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고 속 시원해진다면 모든 게 다 잘 마무리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그렇구나. 이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을 것 같다. 갑자기 이 눈앞의 할아버지가 다르게 보였다. 정말 가치 있는 가르침이었다. 안 그랬으면 나의 모든 문제를 가해자 탓으로 돌리고, 평생 동안 가해자를 원망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앞으로는 가해자 말고 더욱 가치 있는 것에 집중을 해보자.





회사원 : 스승님이 방금 해준 말씀으로,뭔가 안개가 걷힌것 같아요. 스승님 말이 맞아요. 저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해보고 싶어요. fall in 에 대해서 더 가르쳐 주세요.

스승님 : 그래 쉽지는 않겠지만, 해보자고. 근데 왜 갑자기 스승님이라고 고쳐 부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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