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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사람 Mar 30. 2021

꿈같은 봄

봄 같은 꿈

  온 세상의 가지가지 것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봄이다. 엊그제만 해도 겨울 같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새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꽃이 저녁 햇빛 속에도 피어 있고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서도 푸르다.


 경치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봄이 아닐까. 하지만 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너무 짧다. 봄에 피는 꽃들, 특히 벚꽃은 거의 피자마자 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좋은 계절이 금방 지나가버리는 것도 아쉬운데 봄에는 꽃샘추위와 미세먼지라는 방해꾼들도 찾아온다.


 요 며칠, 낮에도 오들오들 떨어야 할 정도의 꽃샘추위는 4월이 다가옴을 무색하게 했다. 이른 봄의 소소리바람은 살 속을 에듯이 매섭게 불었다. 반팔에 땀까지 흘리며 이제 정말 완연한 봄이구나 싶었던 날도 있었는데. 잠깐 따뜻했던 게 꿈이었나 싶은 정도이다.​


 꿈은 잠에서 깨고 나면 거의 기억이 나지 않거나 가물가물하게나마 생각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덧없고 허무한 세월이나 이야기를 "꿈같다"라고 말하나 보다. 나에게 꿈같았던 건 봄의 따뜻했던 기억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누군가를 만났다가 헤어지는 일이 가장 꿈같은 일인 것 같다. 떠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낮거나 없다. 그래서 그 누군가와의 추억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꿈같은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자주 만나거나 친하다고 할 정도의 사이가 아니어도 마음 한편에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했던 이와의 이별은 항상 그렇다. 친구의 오래된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집 앞 경비실에 계시던 경비아저씨가 처소를 옮기셨을 때, 좋아하는 연예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등등 내 존재도 모를 것 같은 이들과의 헤어짐도 똑같다. 그저 스쳐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인연들조차 꿈같이 느껴지고 그립다. ​


 이별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생기고 의지로 막을 수가 없다. 또, 한번 일어나면 돌이키기도 힘들다. 이러한 특질들 때문에 그런 소식을 듣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게 당연하지만 이별을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작은 관계에서도 작별은 힘든데 소중한 사람들과는 얼마나 더 그럴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심지어 정말 후련하리라고만 생각했던 퇴사를 하던 날도 그렇다.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내 모습은 그 정반대였다. 퇴사를 앞두고 한 일주일 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이상하더니 당일에는 자꾸 목이 메고 눈물이 나왔다. 마지막 퇴근 후 집에 오고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약 4년 동안 세상에 나랑 이 정도로 안 맞는 위인도 있구나 싶었던 친구와도 애틋하게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런저런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지지고 볶으면서 미운 정이 들긴 했나 보다.


 관계가 크건 작건, 좋아했건 싫어했건 그 모든 이별이 그냥 한때의 꿈같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았다.

 지독한 미세먼지가 있었더라도, 겨울보다 더 혹독한 꽃샘추위가 있었더라도 봄은 항상 떠나보내기 아쉬운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봄 같고 꿈같은 추억을 만들어 준 이들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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