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마음에 드는 것이 포옹을 할 이유가 되오?

달빛 by. 모파상

by Sophia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잊어버린다.

다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순간을 공유하며 같이 벅차오르고 싶은 마음뿐이다.


소설 속 주인공 또한 그랬을 것이다.


"경치가 마음에 드는 것이 포옹을 할 이유가 되오?"


황홀한 풍경을 보고 감격에 겨운 주인공이 남편에게 안아달라고 하자, 주인공의 남편이 한 말이다.

주인공의 마음을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든 이 대사는 내 마음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남편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분명하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느끼는 감정을 나누는 것,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애정 어린 스킨십을 하는 것, 황홀한 경치보다 더 황홀한 눈빛으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러한 순간들에 대한 사랑이 그 사람마저 사랑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아, 그 반대인가

사랑해서 그 순간들 마저 사랑하는 것인가.


나는 어땠었나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밤, 달빛에 반짝이던 청계천, 아무도 없던 거리, 은은한 가로등 조명과 살짝 습했던 날씨, 살랑거리는 바람과 어색하게 잡고 있던 손까지 다 기억하고 있는 나는.

그 순간을 사랑했던 것인가, 아니면 그를 사랑해서 그 순간들 마저 사랑했던 것인가.


메마른 남편에게 질려버린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공감하는 또 다른 남성에게 빠져버린 것을 고백한 순간, 주인공의 여동생은 이렇게 말했다.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나의 애인은 그날 그 계절이었을까, 그 거리였을까, 아니면 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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