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by. 공지영, 츠지 히토나리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면 되잖아, 잘못했다고 하면 되잖아. 사과하면 누가 벌이라도 줘?"
홍이 자신을 외롭게 만든 준고와 다투던 순간 내질렀던 말이다.
그리고 떠올랐다.
"가끔은 논리고 뭐고 없이 그냥 미안하다고 해주면 안 돼? 난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모든 게 해결되는 사람인데.. 그냥 한 번만 그래 줄 순 없어?"
그와 다투던 순간, 감정이 격앙된 채 내가 그에게 했던 말들이.
그는 논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해 주길 바랐고, 사실은 '그냥 오빠가 날 덜 사랑하는 것 같아서.. '라는 빈약한 이유만 가득 찬 내 머리는 그에게 이 다툼의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논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어린 내 투정을 받아주기엔 현실이 벅찬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나에게 기대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그의 기댈 곳이 되어주지도, 그를 나의 기댈 곳으로 여기지도 못 하는 어정쩡한 마음으로 나마저 그의 벅찬 현실 중 하나가 될까 불안해했다.
스물두 살의 홍은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 모든 걸 등지고 준고의 집에 들어가 생활한다.
결혼하자며, 결혼선물은 자신이라고 외치며..
아르바이트를 다섯 개씩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준고의 주머니사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리고 스물아홉이 된 홍은 준고를 다시 마주쳐도 스물두 살의 홍처럼 달려들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서 그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되었든, 논리와 역사와 상황과 이런 거 잠깐만 옆으로 밀어놓고 그냥 여기 지금, 이 한순간만, 한 번만 다시 그의 품에 안겨서 그의 입술에 힘껏 내 입술을 맞추고 싶었다"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그랬었는데..
그와 헤어지고 쓴 일기에 '홍'과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서른이 된 나는 사랑만을 혼수로 그에게 나를 던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사랑의 빛이 내 마음속에서 밝아질수록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그만큼 짙게 드리워진다는 건 세상천지가 다 아는 일이었지만, 나만은 다를 거라고, 우리의 사랑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다.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