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는 무조건 을인가?
이전에 봤던 임원 면접과 비슷한 느낌...
떨어질 것 같은 느낌마저 똑같았다.
그 기업도 그리 인상이 좋진 않은 느낌이었는데, 세상에 이번에 간 중견 기업 2차 면접이 더 인상이 좋지 않았다. 대박적으로.
우습게도 완전 그린라이트라고 생각해서 고민했던, 중소 면접엔 똑 떨어졌다. 역시 면접은 까보지 않으면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옆 자리 사람이 사내 추천인이 있다고 했던 영향력이 컸으려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외에 어떤 면접자가 합격했는지 궁금해졌다.
아님, 다른 날에 또 같은 직무에 새로운 면접자들을 면접했나. 아무튼 중소 면접관님 유죄다. 난 정말 붙었다고 생각했으니까. 2차 면접 당일에 그런 소식을 접해서 우울했는데.
어렵게 어렵게 기차를 타고, 먼 곳에 있는 본사에 10분 일찍 도착해 면접을 기다렸는데. 세상에 원래 시간보다 1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앞에 순서가 밀려서 그렇다는데. 솔직히 면접자가 굉장히 소수라는 걸 아는 지라, 조금 그랬다. 앞 순서가 많았으면, 10분 혹은 20분씩 한 명씩 다수가 밀려서 그렇게도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안다. 이곳에서만 면접을 본 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뻔히 내 앞 순서는 한 명이었는데, 그 한 명으로만 한 시간 이상 밀렸다는 건 다른 면접자들의 시간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면접관은 면접자를 한 치도 기다리기 싫어하면서, 면접자는 한 시간 이상 기다리게 해도 되는 사람인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고 느껴졌다. b2b 기업은 아무래도 고객을 큰 기업으로만 상대해서, 면접자들이 회사에 갖게 되는 반감과 비호감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무리한 면접 일정을 잡나 싶었다.
나보다 일찍 온 2차 면접자는 내가 1차에서 붙을 거 같다고 생각했던 면접자였다. 역시 사람이 느끼는 건 다 비슷한가 보다.
아무튼 중소보다도 예의가 없는 중견 2차 면접에 기분이 우울했다. 난 앞 면접자보다 면접시간이 반토막으로 짧았다. 면접관은 엄청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마냥 친절한 느낌이 든다기보단 사람을 꿰뚫어 볼 것 같은 관상가 재질이었다. 진짜 예기치 못한 것들을 물어봐서, 정말 당황 타서 준비해 온 것 말하지도 못하고 나왔다. 희망 연봉을 왜 이렇게 쓴 거냐고부터 시작해서, 상상치도 못한 질문들이었다.
- 이 희망 연봉을 적은 이유가 뭔가?
- 4년제 괜찮은 대학의 00 학과를 나와서, 왜 계약직을 했었나?
- 이 직무를 하는 주변인이 있는가? 왜 선택했나?
- 궁금한 거나 질문이 있나?
- 왜 자차로 오지 않았나? 고속도로 운전이 오히려 쉽다.
상황면접? 그런 건 없었다. 면접관 분의 연극 비슷한 독백이 길었는데, 경청하는 태도를 보려는가 싶었을 뿐. 한 번 들었을 땐, 그런가? 싶다가 곱씹으면 불쾌했던 이야기나, 면접관 태도 같은 부분에서 비매너가 많았는데. 이것들을 다 쓰기엔 너무 구체적일 것 같아서 이야기를 길게 쓰면서도 몇 번이고 지웠다.
그리고, 나중엔 원래 알려줬던 기간보다 지나서 불합이라는 통보를 뚝 받았다. 몇 번의 면접을 거치면서 알게되는 건, 합격이면 전화를 먼저 주는 곳이 많다는 것 정도다.
이렇게라도 면접 후기를 남겨보는 건, 아무한테도 얘기 못하면 화병만 늘 거 같다는 이유에서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