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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란아이 Oct 16. 2023

프로 공감 리더의 레시피

프로 공감리더의 별거 아닌 재능

Falling slowly, eyes that know me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천천히 빠져듭니다. 나를 안다는 눈빛으로 

천천히 빠져듭니다. 당신의 노래를 불러요. 내가 따라 부를게요.      


아일랜드의 독립영화 ‘Once(원스)’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Falling Slowly’ 가사 중 일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잡다한 일에 관심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 깊이 있게 하나를 공부하기보다는 얕고 넓게 두루 살피는 스타일이다.      


음악을 들어도 발라드부터 락까지 다 들어봐야 했고, 

아이들을 키울 때도 여러 가지 활동들을 하면서 나 자신의 흥을 따라 아이들과 움직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일에 빠지면 그게 무엇이든 오랜 시간 몰두하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 만난 북클럽이 내게는 다 이루지 못한 몰두의 공간이었다.     


2022년 1월이니까 작년 겨울 적당하게 추운 날이었다. 

내 친구와 나는 육아의 시기가 달라 서로 만나기가 쉽지 않아 설이나 추석이 되면 함께 살던 동네에서 만나곤 했다. 그날은 차를 타고 계양산 어귀에 있는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 갔었다. 일을 새로 시작한 나와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와의 대화는 밤이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서려는데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 달라고 하려다 만 사람처럼 


“너 북클럽에 들어올래?” 이 한마디를 했다. 


“북 클럽? 그게 뭔데?”     


그 길로 북클럽에 입문한 나는 미치도록 몰입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신기했다. 

매달 책을 사는 것도 너무 좋았고 함께 읽고 나누는 작업도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그렇게 몇 달 만에 북클럽 리더가 되었다.      


원서 독서 클럽의 일원으로 리딩을 하다 보면 많은 질문들이 오고 간다. 

시작하는 리더 님들이 매달 있기 때문에 인증하는 방법부터 낭독을 하는 방법, 단어를 외우는 방법 등은 리딩방의 단골 질문이다. 

영어에 대한 진심이 담긴 단상들과 제안도 서슴없이 나온다. 


“영어에 콤플렉스가 있어요. 

10년을 넘게 했는데도 늘지 않는 게 참 속상해요. 

가끔은 말하지 못해 답답함 감정들에 억울한 적도 있어요. 

늘지 않는다는 생각에 지칠 때도 있어요 등 누구나 고민해 봤을 만한 상황들을 함께 나누다 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하며 다시 힘을 얻는다. 


이럴 때는 차라리 정답을 드리고 싶다. 

문제집 뒷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답안지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나를 프로 공감 리더라 부른다. 

편하고 쉽게 다가갈 품을 내어주고 고급지지 않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해서 그런지 내가 운영하는 방에서는 늘 질문이 많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부분도 어디가 가려운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느낌으로 안다. 

긴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한 내가 먼저 지나왔던 작고 힘든 과정들을 함께 하시는 분들이 똑같이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무슨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공감 리더가 아니다. 

육아라는 작은 재능 속에서 탄생한 엄마라는 이름의 특별한 능력과 기회가 결합된 결과다. 

공감이라는 작은 재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블렌딩 커피를 아는가? 

최초의 블렌딩 커피는 인도네시아 자바 커피와 에티오피아 모카, 예멘 커피를 섞은 모카 자바라는 커피다. 

블렌딩을 하면 좋은 게 완벽하지 않은 커피들이 조금씩 섞여 향과 맛을 증대시켜 준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나의 부족함도 깊은 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나와 함께 함으로써 더 깊고 풍부한 향의 커피가 된다. 

이리재고 저리재고 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에게 젖어든다. 내가 아이들을 사랑하면 아이들이 사랑으로 성장하듯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온라인일지라도 전달된다.      


우리는 누구나 프로 공감 리더가 될 수 있다. 


리더는 지적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 내가 더 주고도 기꺼이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다     


나는 북클럽을 블렌딩 하고 싶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섞어 더 깊고 좋은 향을 내는 커피가 되듯 서로의 약한 부분들을 조금씩 나누어 하나가 됨으로써 더 진한 향기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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