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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란아이 Oct 09. 2023

365일 더하기 365일

영어 공부 365일

  아침부터 비가 촉촉하게 내린다. 매달 28일, 북클럽 마지막 날이 되면 임무를 완수한 것처럼 뿌듯함이 느껴진다. 매달 1일에 시작하는 북클럽 안에서 살아온 28일간의 스몰 독서, 즐거움과 뿌듯함, 아쉬움까지 한꺼번에 밀려온다. 페이백은 내가 28일간 열심히 인증해 온 대가이자 증표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맡겨 둔 선물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나는 20년 만에 영어를 원서로 다시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처음 원서를 함께 읽게 된 너란아이입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읽겠습니다.      

첫인사에 “부족하지만 열심히”라는 단어를 붙여둔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처음인 것을 강조해 본다.

처음이라고 하면 많은 것들을 이해해 줄 거란 생각 때문이다. 방에 들어오면 방장님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해 주는데 서로 말하지 않아도 묘한 소속감이 생긴다. 읽지도 않았는데 다 읽을 것 같은 뿌듯함이 먼저 든다. 원서 네 권을 가로로 눕혀 놓고 주문을 걸어본다. 완주, 완독 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한글 책도 마찬가지지만 원서는 양질의 도서를 혼자서 고르기 힘들다.

분야별로 다 확인해 볼 수도 없고 내가 고른 원서가 재밌으란 법도 없다.

하지만 북클럽에서는 리더님들이 각자 맡은 분야의 책을 선정해 주고 그 안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때로는 선택의 어려움을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한 권당 20분씩, 또는 한 챕터씩 낭독한다. 필사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노트북을 이용해 필사를 하거나 좋았던 문구를 써 보는 정도로 인증을 하지만 낭독은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인증 방법 중 하나다.     


처음 ‘원더’라는 원서를 완벽하게 낭독했는데 낭독으로 완독을 하고 나니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래, 이거야!”      


그러다가 야간 낭독이라는 시스템이 있어 신청했다. 한 권을 혼자는 힘들지만 여럿이 낭독하니 한 권 완독이 더 쉬워졌다. 화, 목 일주일에 두 번 1시간씩 8번이면 한 달에 완독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한 단락씩 읽었고 그다음에는 한 페이지씩 읽었다. 낭독하면서 조금씩 방법들을 수정해 갔고, 지금은 읽고 싶은 만큼 읽고 다음 사람에게 패스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유창하게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음에 민감하지 않기로 했다. 톡방에 올라오는 오디오 파일을 자주 듣는 편인데 어느 날은 한 남자분이 밥을 먹으면서 낭독을 하고 계셨다. 함께 먹는 가족들의 목소리가 배경이 되어 있는 낭독파일이었다. 소음에 민감했던 내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정말 영어가 생활이 되었구나 싶어서 부럽기도 하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낭독은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작업이다.

텍스트를 읽다 보면 읽는 능력이 당연히 좋아지고 내 목소리와 다른 사람들의 낭독 소리를 들으면 안 들리던 소리까지 들린다.

귀가 트이는 지름길이다.

      

낭독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점을 자꾸 확인하게 됐다.

일부터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덜컥 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을 했다.

영어 듣기 연습, 영미문학, 미국문학사 등 학교에서 정해진 스케줄대로 6과목을 꼬박꼬박 들었다.

어떤 날은 완벽하게 또 어떤 날은 수업만 겨우 겨우 채우는 식으로 끌고 갔다.

6개월쯤 되니 번 아웃이 왔다. 원서 4권에 학교 수업에 아이들 수업까지 포기하려고 하는 순간 또 덜컥 등록부터 했다.

그렇게 지금 4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다.       


방통대를 다닌다고 해서 영어가 느는 건 아니다.

대학 수업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부족한 것과 필요한 것들을 찾아다니며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귀가 트이고 읽기 실력이 늘어 갈수록 말을 떼기 어렵다는 것이 나를 무척이나 비참하게 만들었다.      

듣기와 읽기, 쓰기의 실력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는 내 말하기 실력은 나를 또 도전하게 만들었다.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버겁지만 전화 영어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전화영어를 전문으로 하는 랭*라는 업체를 통해서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수업 방식이 아니었다.

길게 오래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페이스* 에 광고를 했다.

가격과 시간을 오픈하니 많은 외국인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트라이얼 레슨을 거쳐 나에게 맞는 선생님을 찾았다.


그렇게 매일 오전 1시간은 영어로 아무 말 대잔치를 한다.      


매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처럼 배고프다. 그렇게 365일, 1년      


여전히 나는 궁금하다.

이렇게 하면 외국어를 언어로 온전히 가져갈 수 있을까?

그게 언제쯤 일까? 그렇게 의문을 품으며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살면서 제일 후회되는 일은 해보고 이불킥 했던 순간들이 아니라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또 365일을 채우며 앞으로 나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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