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시도 때도 없이 핥고, 짖는 데다 저 날카로운 이빨로 나를 물면 어떡하지? 저 발톱으로 나를 할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13년전까지는.
그러던 내가 어쩌다보니 현재 13살된 요크셔테리어 2마리, 그리고 7살된 포메라니안 같지 않은 포메라니안과 함께 살고 있다.
요 녀석이 첫째다. 토토
이 녀석은 그러니까... 내가 스물여섯이 되던 해, 한창 오춘기를 겪던 시절 데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한참 어렸고, 젊었고, 생기 가득했지만, 인생이 내 맘 같지 않았고(물론 13년이 지난 지금도 인생은 조금도 내 맘 같지 않지만), 그저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었으면 싶었다. 토토를 처음 데려왔을 때의 나는 개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어설픈 주인이었다. 이 녀석이 꽤 귀엽긴 하나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몰랐고, 배변 연습을 어떻게 시키는지, 산책은 얼마나 자주 시켜줘야 하는지, 어떤 것들은 먹여도 되고, 어떤 것들은 안 되는지 아는 것이 전무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1년쯤 지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사람들이 왜 반려견을 키우는지.
토토는 이제 나에게 가장 친밀한 가족 구성원이자, 친구이자, 또 딸 같은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다.
세 마리를 키우고 있지만 토토와 나는 누구보다도 각별하고, 또 애틋하다. 이 아이는 늘 내 발채에서 잠들고, 집 안에 들어서는 나를 가장 먼저 반긴다. 가끔 토토가 아닌 내가 이 녀석과의 분리불안을 겪을 정도다. 언젠가는 이 녀석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내겐 너무 힘겹다.
이제는 나이가 제법 들어서 13살이니, 사람 나이로 치면 70세가 넘은 노인의 나이라는데 아직 매우 건강하고 활발하다. 잔병치레 없이 13년을 정말 잘 지내주었고, 가끔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받아도 결국에는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였을 뿐,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는 기특한 녀석이다.
토토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 말고는 없다. 결국 이 녀석은 내가 바랬던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 되어주었다.
둘째. 별이
하루 종일 집을 비우면 첫째 토토가 혼자 있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 친구를 들여주려고 고심 끝에 데려온 녀석이다. 신기한 것은 토토가 약 6살쯤 됐을 때 별이를 데려왔는데 사실 나는 다소 사나운 토토가 별이를 콱 물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는데 갑자기 토토의 젖이 부풀어올랐고, 별이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정말 세상 기특한 녀석이다....
별이는 어릴 때는 아주 작고 소중했다... 아래 사진 참고
녀석이 정말 너무 예뻐서 아주 잘 먹였다. 엄마도 이 녀석에게 하루 세끼를 대령하셨다.
확실히 하고 싶은 것은 이 녀석은 포메라니언이다. 폼피츠가 아니다. 분명히 꽤 많은 비용을 치르고 데려왔다. 애견샵에서도 특별히 더 예쁜 아이들만 모아둔다는 vip룸에 있던 녀석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 안에서 다른 아이가 먼저 눈에 띄어서 그 아이를 데려오려고 했는데, 바로 옆에 있던 강아지가 세상 불쌍한 표정을 해서는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안 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걔가 바로 별이다. 결국 별이를 지금은 녀석의 머리도 다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아주 작은 상자 안에 넣어서 집으로 데려왔다.
현재 이 녀석은 포메계의 최홍만처럼 키가 쑥쑥 크고 몸집이 자라나서 이제는 언뜻 보면 진도 새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하다. 잘 먹고 발육이 남달라서 그런지 이 녀석도 큰 잔병치레는 하지 않았다.
슬개골 수술만 양쪽 했다.
유난히 아련한 눈빛을 가진 애교 많은 별이는 사실 포메의 특성상 매우 예민해서 정말 심하게 짖는다.
겁도 많아서 산책하다가 다른 강아지들을 보면 뒷걸음을 치며 짖는다. 너무 시끄럽게 짖어서 주변 세대에 피해가 가서 잠시 지방으로 유배(?)를 다녀오기도 하지만 참 사랑스러운 녀석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알리
사실 이 녀석은 처음부터 키우지 않았다. 기존 주인이 이 친구를 그냥 방치해둬서 어찌어찌 겨우 데려온 지 약 4년 정도 되었다. 10년 가까이 거의 산책시키지 않았고, 케이지 안에 배변패드와 밥통을 두고 그냥 닭처럼 가둬뒀다. 늘 갇혀있다 보니 너무 움직이지 않아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 처음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아이다. 처음 집에 데려온 날, 침을 잔뜩 흘리며 한걸음 떼고 픽 쓰러지고 또 한걸음 떼고 픽 쓰러지는 이 아이가 너무 안쓰러워 어쩔 줄 몰랐다.
이제 알리는 잘 걷고, 잘 뛰고, 잘 먹는다. 아직도 사람의 눈치를 보고, 다른 개들과 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치료해야 할 크고 작은 질병들이 많았지만, 이제 제법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건강한 녀석이 되었다. 게다가 마치 냉혈동물처럼 햇빛을 좋아해서 낮에는 베란다에 배를 까고 누워서 잔다.
이 녀석이 노년(?)의 나이에 그래도 조금은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