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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견일기

주사 공포

개들의 복지(?)와 맞바꾼 나의 왼팔

by 당이


한 달쯤 된 거 같다. 왼팔이 불편한 게.

기존에 사용하던 '개모차'의 뒷부분이 찢어졌다.


바느질할 자신도 없고 뭔가 더 튼튼한 걸 늘 사고 싶었어서 기회다 싶어 개모차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에어 버기를 구입했다. 근데 문제는 손에 힘이 없어서 조립을 못한다는 거다. 겨우 어찌어찌했는데 어댑터 봉을 잘못 끼웠다. 그런데 그걸 다시 뺄 수 있는 힘이 없는 거다. 길거리에 나가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이 것만 좀 빼주세요...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개모차 뼈대만 끌고 출근해서 남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다 버티고 버티다 팔목, 손목의 고통이 극심해 신경외과를 찾았다. 나의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해주길 바라며.


의사는 내 왼팔 여기저기를 만져보는데 나는 악 소리를 냈다. 이렇게 아픈데 왜 이제 왔냐 하며 내게 엑스레이를 찍어보자 했다. 나는 엑스레이로 염증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게 필요하냐 하니 실제로 뼈에 이상이 있는지는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 한다.


난 넘어진 적도 다친 적도 없고 그냥 강아지 세 마리가 번갈아가며 아프니 매일 안고 병원으로 출근도장 찍어서 그런 건데.. 하지만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얌전히 하라는 대로 했다. 역시나 골절은 아니고, '상과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주사 진짜 안 맞을 거예요?'라고 물었다. 의사가 보고 있는 내 차트에는 '이 여자는 늘 주사 거부함'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듯했다. 윽... '저 그냥 약만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자 그는 그걸로는 안 될 거라 한다. 이 정도면 주사 맞아야 호전될 것이라 했다...


어쩔 수 없이 주사실로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대왕 주사기를 들고 온다. 살면서 처음 본 크기의 주사기다. 순간 벌떡 일어나서 도망갈까 잠시 고민했다.

신경주사라 의사가 다시 와서 주사를 놓는다.


나는 늘 그랬듯 주사 맞는 팔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는다. 와... 진짜 너무 아프다... 찍 소리도 못하고 인상을 쓰자 의사는 '허허 이게 원래 좀 아파요. 서너 시간은 감각이 좀 없을 수도 있어요. 부을 수도 있고요. 진통패치도 같이 붙여드릴게요.'


주사를 다 맞고 이제 일어났는데 간호사가 말한다.

'이제 진통 소염 주사 맞으실게요.'

나는 '네??? 주사가 2대라고는 이야기 안 하셨는데요???????'라고 정색을 했으나 소용없었다. 다시 간호사가 또 다른 대왕 주사기를 가져온다. 와..... 이번엔 오른팔에 주사를 놓는다. 식은땀이 난다. 그 와중에 너무 빨리 주사를 하는 듯 손이 저려서 '천천히 좀...'을 외치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처치가 끝났다.




너덜너덜해진 두 팔을 부여잡고 병원 로비로 나왔다.

그리곤 혈압측정기에 붙어있는 저 문구를 보고 또 한 번 눈살이 찌푸려진다.



잘 미끄러지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잘 미끄러지니 조심하라니.

안 미끄러지는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될 거 아닌가.

(저놈의 의자 얼마나 한다고.)


이 병원 특성상 대부분 노인들이 방문하는데

낙상이라도 생기면 어쩌라고 그러는지.

낙상 생기면 정형/신경외과니까 무료로 진료라도 해주겠다는 건가.


상상초월의 대왕 주사, 그것도 2번이나... 맞은 후에 뾰로통해져서 더 거슬렸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 팔은 퉁퉁 부어있다 ㅠㅠ 아프다

강아지들 들어 올릴 힘도 없어서 산책도 어렵겠다.

근데 일단 내가 먼저 이번엔 살아볼게 얘들아 ㅋㅋ ㅠㅠ


어찌 됐든 개모차는 완성되었다...


산책을 쉬려했지만..

현관 중문 앞에 엎드려 시위하는 별이때문에

New 개모차 개시했다.


산책권리운동가이자 노조위원장 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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