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할 자신도 없고 뭔가 더 튼튼한 걸 늘 사고 싶었어서 기회다 싶어 개모차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에어 버기를 구입했다. 근데 문제는 손에 힘이 없어서 조립을 못한다는 거다. 겨우 어찌어찌했는데 어댑터 봉을 잘못 끼웠다. 그런데 그걸 다시 뺄 수 있는 힘이 없는 거다. 길거리에 나가서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이 것만 좀 빼주세요... 부탁할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개모차 뼈대만 끌고 출근해서 남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다 버티고 버티다 팔목, 손목의 고통이 극심해 신경외과를 찾았다. 나의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해주길 바라며.
의사는 내 왼팔 여기저기를 만져보는데 나는 악 소리를 냈다. 이렇게 아픈데 왜 이제 왔냐 하며 내게 엑스레이를 찍어보자 했다. 나는 엑스레이로 염증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게 필요하냐 하니 실제로 뼈에 이상이 있는지는 한번 봐야 하지 않겠냐 한다.
난 넘어진 적도 다친 적도 없고 그냥 강아지 세 마리가 번갈아가며 아프니 매일 안고 병원으로 출근도장 찍어서 그런 건데.. 하지만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얌전히 하라는 대로 했다. 역시나 골절은 아니고, '상과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주사 진짜 안 맞을 거예요?'라고 물었다. 의사가 보고 있는 내 차트에는 '이 여자는 늘 주사 거부함'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듯했다. 윽... '저 그냥 약만 주시면 안 돼요?'라고 묻자 그는 그걸로는 안 될 거라 한다. 이 정도면 주사 맞아야 호전될 것이라 했다...
어쩔 수 없이 주사실로 들어갔는데 간호사가 대왕 주사기를 들고 온다. 살면서 처음 본 크기의 주사기다. 순간 벌떡 일어나서 도망갈까 잠시 고민했다.
신경주사라 의사가 다시 와서 주사를 놓는다.
나는 늘 그랬듯 주사 맞는 팔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을 질끈 감는다. 와... 진짜 너무 아프다... 찍 소리도 못하고 인상을 쓰자 의사는 '허허 이게 원래 좀 아파요. 서너 시간은 감각이 좀 없을 수도 있어요. 부을 수도 있고요. 진통패치도 같이 붙여드릴게요.'
주사를 다 맞고 이제 일어났는데 간호사가 말한다.
'이제 진통 소염 주사 맞으실게요.'
나는 '네??? 주사가 2대라고는 이야기 안 하셨는데요???????'라고 정색을 했으나 소용없었다. 다시 간호사가 또 다른 대왕 주사기를 가져온다. 와..... 이번엔 오른팔에 주사를 놓는다. 식은땀이 난다. 그 와중에 너무 빨리 주사를 하는 듯 손이 저려서 '천천히 좀...'을 외치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처치가 끝났다.
너덜너덜해진 두 팔을 부여잡고 병원 로비로 나왔다.
그리곤 혈압측정기에 붙어있는 저 문구를 보고 또 한 번 눈살이 찌푸려진다.
잘 미끄러지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잘 미끄러지니 조심하라니.
안 미끄러지는 의자를 가져다 놓으면 될 거 아닌가.
(저놈의 의자 얼마나 한다고.)
이 병원 특성상 대부분 노인들이 방문하는데
낙상이라도 생기면 어쩌라고 그러는지.
낙상 생기면 정형/신경외과니까 무료로 진료라도 해주겠다는 건가.
상상초월의 대왕 주사, 그것도 2번이나... 맞은 후에 뾰로통해져서 더 거슬렸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