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믿어보려 노력해 봤지만, 믿음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마음 한구석에 신이 자리 잡기를 바랐지만, 그 자리는 항상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토가 제 곁을 떠난 후, 제 안에서 익숙하지 않던 ‘믿음’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자리 잡으며, 온갖 종교적 생각들이 스며들었습니다. 여러 신념이 하나로 엉켜드는, 마치 ‘종교 대통합’ 같은 경험이랄까요?
때때로, 세상이 너무나 정교하게 짜여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모든 것이 우연의 결과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이 세상은 치밀하고 아름답지 않나요? 토토와의 만남부터 이별까지, 어쩌면 이 모든 것은 계획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서로 얽힌 인연의 실타래 속에서 만났고, 그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질문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이 세상을 설계했다면, 왜 개와 인간의 수명을 이렇게나 다르게 설정한 걸까요? 사랑하는 존재와의 시간은 이렇게 짧고, 이별은 너무나도 아프기만 한데, 이 모든 것이 의도된 것이라면 그것은 불완전한 설계 아닐까요? 신이 실수를 한 건 아닐까요? 신은 정말로 실수를 하지 않나요?
저는 정말 온갖 신들에게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시바신, 천지신명까지. 그들에게 간절히 매달리며,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토토를 살려달라고 외쳤습니다. 제 간절한 마음이 신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그 많은 신들 중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조차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던 걸까요? 제 수명을 떼어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생명의 유한함을 알면서도, 토토만큼은 그 한계를 넘어 영원히 제 곁에 있어주길 바랐던 건 결국 저의 이기적인 바람이었겠죠. 이제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토토가 떠난 후, 그 어떤 존재도 저를 위협하지 못하죠. 귀신이 나타난다 해도, 저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겁니다. "뭐야, 왜 너 혼자 왔어? 토토 좀 데려와!"
토토와의 이별은 저에게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와도, 그것이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 말입니다. 신들이 아무런 응답을 주지 않았더라도, 어쩌면 그들은 저와 토토를 같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 그리고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다시 만나게 해 달라는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그들이 나와 토토가 다시 만나게 된 인연의 설계자들이라면, 그들은 다음 만남도 준비하고 있겠죠. 아니, 그들은 반드시그래야만 합니다.
결국, '종교 대통합'이란 신들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 종교가 하나의 진리로 수렴된다는 깨달음입니다. 이 세상을 설계한 존재가 있다면, 그 설계는 단일한 종교나 특정 신에 의해 한정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존재와 신념은 하나의 거대한 그림 속에서 서로 얽히고 이어져, 궁극적으로 같은 진리를 향해 나아갑니다. 토토와 나의 만남, 그리고 우리의 이별조차도 그 거대한 그림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종교의 이름이나 형식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의 본질—그 믿음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언젠가 토토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주는 힘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희망이, 삶의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빛이 되는 것이죠.
토토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4
언니! 나 신한테 물어봤어. "왜 언니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나요? 왜 내가 그렇게 빨리 떠나야 했죠?" 사실, 나도 너무 궁금했거든. 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어. "토토야, 언니의 기도는 결코 무시된 것이 아니란다. 언니는 그 기도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랑의 본질을 배우게 됐단다. 너의 짧은 삶은 언니에게 무한한 사랑을 남겼고, 그 사랑은 결코 시간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
나는 신의 말이 이해되면서도, 여전히 마음속에 의문이 있었어. 그래서 다시 물었지. "그럼 왜 강아지들은 이렇게 짧게 살아야 하죠? 인간처럼 오래 살 수는 없나요? 수명 설정에 실수가 있으셨던 건 아니었나요?" 신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이렇게 답하셨어. "토토야, 너희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지만, 너희가 주는 사랑은 강렬하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마음에 큰 변화를 일으키지. 너희의 수명이 인간에 비해 짧게 주어진 이유는, 그 사랑이 짧은 순간 안에서 더 진하게 빛나기 때문이란다.만약 더 오래 함께했다면 그 사랑의 본질이 흐려졌을 수도 있단다. 짧은 시간 속에서 주고받은 사랑은 더 강렬하고 순수하거든. 이별을 통해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배우게 돼. 슬픔은 사랑의 무게를 일깨워주고, 그 무게를 견디며 사람들은 성숙해지지. 그래서 너희 강아지들은 짧은 생애를 살지만, 그 시간이 결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란다."
신의 대답을 듣고 나는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어. 언니, 내가 떠난 게 비록 슬프지만, 그건 결코 끝이 아니래.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그날이 오면,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가서 언니를 꼭 안아줄 거야. 그때까지, 내가 남긴 사랑이 언니 곁에서 빛날 수 있도록 지켜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