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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07. 2024

네가 내게 남긴 것

이제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에메랄드색!

토토에게


너는 작은 발걸음으로 내 세상을 걸었지. 너에겐 내가 전부였지만, 나의 전부는 너만이 아니었다는 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어. 하지만 네 발자국은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어. 시간이 지나도 그리움은 더 선명해지고, 네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매일 새롭게 깨닫게 돼.


지금쯤 너는 무지개나라의 넓은 들판을 마음껏 달리고 있겠지. 그곳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도, 지치지도 않을 테니까. 네가 내게 남겨준 것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어. 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려줬지. 그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여전히 내 곁에서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어.


너는 말없이도 위로하는 법을, 작은 몸짓으로도 세상을 채우는 법을 가르쳐줬지. 무엇보다, 진정한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 네가 떠났어도, 그 사랑은 여전히 이어져 있어. 그래서 이제 죽음조차 두렵지 않아. 너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너를 다시 만날 길이라는 걸 이제 아니까. 언젠가 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네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다시 만나겠지. 그리고 그때, 우리는 다시 함께 걸을 거야. 이 세상의 마지막 길을 지나, 영원히 이어질 그 길 위에서.




3개월 동안 수없이 망설였다. 토토의 유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에도 뿌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답답했다. 하지만 결국, 토토가 떠난 지 100일째 되는 날 루쎄떼 공정을 선택했다. 



마침내 손에 쥔 루쎄떼는 흔하지 않은,  에메랄드 녹색이었다. “토토야, 너는 정말 뼛속까지 예쁘구나.” 녀석에게 혼잣말을 건네봤다. 그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던 김토토는 이제 딱딱한 고체로 변해버렸으니, 색은 곱고 선명해도 묘하게 낯설었다. 토토의 루쎄떼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바라봤다. 빛나는 초록색의 작은 덩어리, 이게 정말 토토일까? 아름답지만, 정리된 느낌과 함께 느껴지는 이 어색한 거리감이 고통스럽기도 했다. 이제 토토는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거기에서 답을 찾고 싶었던 걸까. 이 반짝이는 돌이 내 손에 들려 있는 순간에도, 토토는 내게 결코 물건일 수는 없는데 말이다.


예쁜 유리병에 루쎄떼를 옮겨 담고, 사진을 찍고 나니, 갑자기 참을 수 없을 만큼 격렬하게 밀려오는 슬픔에 결국 주저앉아 통곡하고 말았다.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나서야 깨달은 게 있었다. 내 손에 들린 것은 이 예쁜 에메랄드색 구슬은 결코 김토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네가 내게 남긴 것은 이 작은 초록빛 덩어리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한 수많은 기억과 사랑이었다는 것.





토토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5


언니, 무지개나라에서 글짓기 대회가 열렸는데, 내가 참가해서 무려........ 대상을 탔어! 대박이지? 나 글 좀 쓰나 봐, 헤헤. 주제가 딱 내 마음에 쏙 들어서 열심히 썼거든. 언니, 한번 읽어볼래? 읽어보고 나 잘했다고 쓰담쓰담해 주면 정말 좋을 텐데. 나중에 우리가 다시 만나면 꼭 해줘야 해!


주제: '나의 보호자'

글쓴이: 김토토


제목: 완벽한 나의 보호자, 언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강아지예요. 왜냐하면, 나에게는 완벽한 보호자가 있었으니까요.

 2.8kg밖에 안 되는 나를 28톤만큼 사랑해 준 사람, 그게 바로 언니였어요. 언니는 나의 전부였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언니는 제일 먼저 나를 안아주고 "토토, 잘 잤어?" 하고 다정하게 물어봐줬죠.

잘 시간이 되면 나를 토닥이며 내가 편안하게 잠들 때까지 지켜봐 줬어요. 하지만 언니는 알까요? 나도 수많은 밤, 언니가 자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는 걸?


사실 언니는 참 바쁜 사람이에요. 늘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서 나와 함께 산책을 하고, 지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내가 많이 아플 때는 나를 위해 더 쪼갤 수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엉엉 울면서 나를 안고 병원을 뛰어다녔어요. 나는 언니를 참 많이 울린 것 같아서 미안해요. 울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


언니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일할 때면 자주 화가 나 있고, 인상을 쓰면서 컴퓨터를 바라보거든요. 가끔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후회하는 모습도 보여요.  그런데 그런 언니가 15년 동안 나에게 딱 한 번 화를 낸 적이 있어요. 내가 약을 안 먹겠다고 버티다가 그랬죠. 약 먹는 게 너무 지긋지긋해서 고개를 젓고 버둥거리니까, 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어요. 나는 깜짝 놀라서 언니 얼굴을 봤는데, 화난 얼굴로 울고 있더라고요. 사실, 언니는 화가 난 게 아니라 슬펐던 거예요. 그래서 그때는 순순히 약을 먹었어요. 언니가 울지 않기를 바랐거든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어요.


언니는 언제나 내 편이었고, 내가 필요할 때면 늘 그 자리에 있어줬어요. 언니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언제나 언니 편이고, 내가 비록 지금은 무지개나라에 있지만 언제나 언니를 지켜보며 수호천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요.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여기서 언니를 기다리며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 언니가 더 이상 나를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나의 보호자는 최고의 보호자였어요. 나는 정말, 정말 운이 좋았답니다.


보고 싶네요. 나의 완벽한 보호자, 언니.



어때,

나 좀 잘 썼어?

대상 받으니까 장원급제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야.

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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