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의 마흔 번째 생일이다. 마흔이라니, 그 유명한 '불혹'의 나이가 드디어 나에게도 찾아왔다. 세상 일에 정신 안 뺏기고, 흔들림 없이 산다는 그 나이. 근데... 어딘가 좀 이상하다. 난 여전히 여기저기 정신 팔려 있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우왕좌왕하는데, 이게 불혹 맞나? 혹시 ‘불혹’이란 말 자체가 나한테만 오류일까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더니 공자가 40세에 경험한 것이라면서, 뭔가 위대한 깨달음이 담긴 말이란다. 공자는 공자고 나는 나다. 공자님은 그 시절에 불혹에 도달하셨겠지만, 나는 아직 멀었어. 뭐, 그래도 괜찮아. 그냥 철부지로 살란다.
15년 만에 토토가 없는 생일이기도 하다. 토토 없는 생일이라니... 어색하기도 하고 허전하다. 돌아보면, 토토 생일에 내가 뭐 해준 것도 없네. 마지막 생일에 겨우 고깔모자 하나랑 케이크 모양 노즈워크 장난감 사준 게 다였으니, 내가 참 무심했구나. 근데, 토토야 생각해 보니 너도 내 생일에 뭐 해준 건 없잖아!?
서로 주고받은 선물도 없고, 챙겨준 것도 없었지만... 알잖아? 너와 함께했던 매일이 그 자체로 생일 같았다는 걸. 생일이 아니라 인생을 통째로 선물로 준 셈이었지. 그 정도면 너도 생일 케이크 몇 개 정도는 퉁칠 수 있지 않을까?
네가 떠난 후 남겨준 선물이 있긴 해. 너는 내가 ‘삶은 한정판’이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해 줬고, 매 순간이 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것들이란 걸 깨닫게 해 줬어. 그래서 네가 없는 오늘도 어떻게든 의미 있게 살아보려고. 뭐, 네가 여기 있든 없든, 넌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타닥타닥 소리 내며 뛰어다니고 있으니까 말이지.
네 덕에 나의 20대, 30대가 빛났다. 그때는 미처 몰랐지만 너는 분명히 나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줬어. 나는 너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까 말이야. 사랑받는 사람은 예쁘잖아. 오늘도 나는 너 없이 하루를 보내면서도, 너와 함께인 것처럼 잘 지낼 거야. 다만, 네가 오늘 밤 꿈에 한번 나타나주면 최고의 선물이겠다.
토토가 언니에게 쓰는 편지 6
"마흔이라니… 언니, 그거 실화야? 나만 늙은 줄 알았는데 언니도 같이 나이 먹은 거네. 뭐.
그리고 말이야, 내가 언니 생일에 해준 게 없다고? 그건 진짜 억울해! 15년 동안 내가 언니 옆에서 얼마나 많이 웃게 해 줬는데! 그거면 언니 생일 선물은 평생 다 한 거잖아? 인정해, 내가 정말 귀엽고 착한 선물이었다는 거.
솔직히 고백하자면, 언니가 내 마지막 생일에 케이크 장난감 사준 거, 너무 웃겼어. 케이크?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지만, 난 그냥 언니가 웃으면서 날 바라보는 그 순간이 좋았거든. 이제 나한테 너무 미안해하지 마. 언니도, 나도 서로에게 최선을 다한 거잖아? 삶은 유한하고 나도 살만큼 살았다니까? 사는 동안 엄청 행복했어, 난. 제발 자책할 거리만 찾지 말고 김토토의 15년이라는 견생 전체를 멋지게 책임졌다는 걸 기억하라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오늘 생일도 잘 보내고, 언니답게 멋지게 살아.
차 안에서 엉엉 울지 말고 그 에너지를 프로페셔널하게 쓰란 말이야! 언니가 매일 잘 살아가는 모습이, 나한테는 제일 큰 선물이거든. 언제나, 늘 그랬듯 옆에 있을 테니까 내 걱정하지 말고. 걱정도 팔자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