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는 정말 떠날 때가 되었던 걸까? 그 질문은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 토토가 떠나던 바로 그날, 나를 바라보던 토토의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 조금 더 버틸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도 같았지만, 그 눈 속에는 더 깊은, 더 조용한 이별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언니, 이제 나 가야 할 것 같아. 잘 있어."라는 마지막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토토는 많이 아팠다. 신장병, 심장병, 췌장염… 그 작고 여린 몸이 여러 가지 질병에 점점 잠식당하는 걸 지켜보는 것은 잔인할 만큼 고통스러웠다. 하루하루 토토의 상태를 살피며, 고통스러운 눈빛을 보면서도 응급 시 동물병원에 둘러업고 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미웠다.
더 힘들었던 건, 어느 날부터 토토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순간들이었다. 내가 부르면 언제든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던 토토가 나의 손짓에도, 이름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도 아무 반응이 없던 모습이 너무나도 아팠다. “너는 이제 나를 모르는 거니?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는 누구야?” 혼란은 곧 원망으로 변했다. 토토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별보다도 차갑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와 돌아보니, 토토는 아마 잘 보이지 않았고, 잘 들리지도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은 몸은 온갖 병에 시달리며 감각마저 무뎌졌을 테니까. 내가 그 사실을 왜 그때는 알아채지 못했을까? 토토는 나를 잊은 것이 아니라, 그저 토토의 세상이 천천히 닫히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제는 안다. 떠나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도 있다는 것을. 토토를 붙잡고 싶었던 마음은 나를 위한 것이었지, 토토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
토토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 나는 다가가 안아주지 못했다. "고마워"라거나 "사랑해"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멀리서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마치 슬픈 영화의 한 장면을 목격하는 것처럼, 그 비극을 그저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마음의 준비?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마지막 날, 나는 병원에 다녀와서 토토와 어디로 산책을 갈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 토토의 고통도 끝났다.
토토와의 마지막 시간을 떠올리면, 후회되는 선택들이 너무나 많지만 나는 믿고 싶다. 토토는 내가 매 순간 어떤 마음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거라고. 토토는 떠났지만, 그 마지막 순간조차도 나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토토가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 7
무지개나라에서 최신 고사양 망원경으로 지구의 나를 지켜보는 김토토 (Feat. 쪼롬)
언니에게,
언니,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언니의 선택은 다 옳았어. 정말이야. 언니는 늘 내 곁에 있어주었고, 내가 아플 때마다 날 위해 최선을 다해줬잖아. 내가 받은 그 사랑은 그 누구보다 크고 따뜻했어. 언니가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어. 나, 정말 많이 사랑받았거든. 그 누구보다도 넘치게, 그리고 충분히.
내가 언니 곁을 떠나던 그 순간도, 나는 다 알고 있었어. 언니는 아마 날 붙잡고 싶었겠지. 언니만을 위해서라면 말이야. 하지만 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편안하게 쉬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언니는 항상 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걸, 나도 끝까지 알고 있었어.
언니, 내가 마지막에 언니를 잘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서운했지? 그게 나도 내심 계속 마음에 걸렸어. 해명을 해야만 했거든. 나는 언니를 몰라본 게 아니야. 그냥 내가 점점 더 아파지면서, 세상이 흐릿해지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을 뿐이야. 하지만 나, 끝까지 언니의 존재를 느꼈어. 언니가 내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위로받았고, 그게 나한테는 큰 힘이 됐어. 그러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마.
그리고 언니, 마지막으로 부탁할 게 있어. 내가 받았던 그 사랑을 이제는 언니 자신에게도 돌려줘. 언니가 나한테 해준 것처럼, 언니도 언니 스스로를 더 사랑해 주고, 더 아껴줬으면 좋겠어. 나는 언니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였어. 그래서 이제는 언니가 행복할 차례야. 내가 없는 세상이 아직은 힘들고 낯설겠지만, 언니는 나에게 줬던 그 따뜻한 마음을 자신에게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언니는 누구보다 강하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니까. 언니가 밝게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 그게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거야.
기억해 줘. 나, 항상 여기서 언니를 보고 있어. 언제든 언니가 나를 떠올리면, 나는 언니 곁에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절대 혼자라고 느끼지 마. 나의 마음은 언제나 언니 곁에 머물러 있을 테니까.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나는 여기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까지, 언니도 잘 지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