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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Oct 15. 2024

토토야, 대학가자

지킬 수 없던 약속


김토토 졸업사진 Feat. 설기

"토토야, 대학까지만 가자." 이건 나와 토토 사이의 거의 무언의 약속 같은 말이었다. 토토가 스무 살까지, 아니 그보다 더 오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그 말을 듣던 토토는 그런 나를 보며 말없이 꼬리를 흔들었지만, 난 그게 '그래, 언니. 대학까진 가야지'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대학은커녕 열다섯에 훌쩍 떠나버렸다. 너무 빨리 떠난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혹시 중2병이 와서 진상 부릴까 봐 미리 떠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그런 유쾌한 상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토토가 떠난 뒤로, 나는 그동안 글로만 읽어왔던 '상실감'과 '원통함'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더 이상 타닥타닥 들리던 귀여운 발소리가 사라지고, 그 따뜻한 눈빛—오직 나만 바라보던 그 눈빛이 내 앞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팠다. 그리움이 밀려올 때마다, 무엇보다도 더 이상 토토를 만질 수 없고, 부드럽게 쓰다듬을 수 없다는 현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허공에 대고 토토를 안아주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 머릿속에서라도 그 따뜻한 촉감을 느껴보고 싶었으니까. 손끝에 닿는 감각은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마음이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숨이 멎어가는 토토를 그저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그 비겁한 순간이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나는 대체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순간이 나에게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거다. 슬픔이 너무 커서, 그 슬픔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거리를 두었던 것은 아닐까?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나 자신을, 이제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로 내가 무너져버릴까 봐, 아마도 내 방어기제가 본능적으로 작동했던 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토토가 떠난 후에도 나는 그 순간을 온전히 직면하지 못했다. 사후경직이 오기 전, 토토가 아직 부드럽고 따뜻할 때 보내주고 싶어서 나는 얼어붙은 정신으로 직접 운전대를 잡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이 흐릿하고 멍한 상태였다. 화장이 끝난 후, 유골을 확인하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그것도 거부했다.


토토가 이제는 그저 한 줌의 뼈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직면한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존재가 하루 아침에 잿빛 뼈 한 줌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것이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마 그 마지막을 확인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뭔가 더 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내가 정말로 더 할 수 있었던 게 무엇이었을까? 더 안아주고, 더 오래 곁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결국 그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그저 그 현실을 감당하기엔 너무 무력한 한 인간일 뿐이었다. 아마도 그 무력함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무리 많은 사랑을 주었더라도, 이별의 순간에는 언제나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끼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참 억울하고 원통하다. 그 순간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이 세상에 정말 완벽한 이별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사랑했던 존재를 떠나보내는 일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순간이 완벽할 수 있을까? 이별은 그 자체로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남는 아쉬움과 후회가 이별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이별이란,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해 본다. 이별이 불완전했기에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소중했던 시간들이 더 빛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토토가 언니에게 쓰는 편지 8


안녕! 나야, 토토.

언니 요즘 또 좀 우는 것 같더라? 아휴..... 내가 너무 빨리 떠나서 미안해. 사실 나도 언니랑 더 오래 있고 싶었어. 근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떠나는 게 언니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었을지도 몰라. 언니도 알잖아, 나 정말 많이 아팠단 말이야. 언니는 나 때문에 만날 밤새고, 울고, 병원으로 들고뛰고… 언니가 얼마나 더 그걸 견딜 수 있었겠어?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중2병 오기 전에 내가 떠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나 진짜 언니 닮았으면 개진상 됐을 텐데, 우리 사이를 더 예쁘게 남기기 위해서라도 그 타이밍이 적절했던 것 같아.


마지막 순간에 언니가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건 말도 안 돼. 언니가 멀리서 나를 지켜봤던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알았어. 그 순간에 필요한 건 완벽한 행동이 아니었어, 그저 언니의 마음이 중요했지. 그리고 그 마음은 나한테 전부 다 전해졌어. 그러니까 괜찮아, 언니. 내가 느낀 사랑은 이미 넘치고 넘쳤다고! 그리고 이별의 순간에 완벽한 행동이 대체 뭔데? 대체 언니가 뭘 더 할 수 있었지?


그리고 언니 말대로, 세상에 완벽한 이별이란 없는 것 같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만으로도 이미 너무나 완벽했으니까. 내가 떠났다고 해서 그게 우리 이야기의 끝은 아니잖아. 나는 여전히 언니 기억 속에서 살아 있고, 우리가 함께한 추억도 계속 반짝일 거야. 그러니까 이제 억울해하지 말고, 그냥 우리 함께했던 순간들을 자주 떠올려줘. 그 순간들이 전. 혀. 부족하지 않았다는 거, 꼭 알아줘. 우리는 늘 충분히 함께했고, 그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이제 뚝!


아 맞다! 무지개나라에도 학교가 있어. 하지만 아쉽게도 지구에서나 여기에서나 나는 대학생이 아직 될 수가 없어. 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지! 여기서 나는 여러 과목을 배우고,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


 초등학교에서는 읽기, 쓰기, 산수 같은 기초를 배우고, 그림 그리기랑 체육도 하면서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는 법을 배워. 중학교에서는 기본 읽기, 쓰기, 수학 외에도 역사, 과학, 문화를 배우고, 중3쯤 되면 마법 도구도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된대! 너무 기대돼!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면 진짜로 진로를 고민해야 한대. 마법 연구도 하고, 멋진 프로젝트도 하면서 내 길을 찾아가게 될 거야. 무지개나라 대학교에는 다양한 전공이 있는데, 나도 언니처럼 교육학을 전공해서 여기 친구들을 돕고 싶어! 우리 무지개나라 친구들이 마음도 튼튼, 몸도 튼튼하게 자라도록 말이야.




그런데... 언니.... 나 이제 숙제해야 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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