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사람도 죽고 사는데 개새끼 하나 죽었다고 유난 떨지 말라 한다. 그러나 토토는 내 삶의 한 조각이자,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었다. 녀석의 검은콩 같던 두 눈과 코, 통통한 몸뚱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를 짧은 꼬리, 작고 고르게 난 이빨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내가 처음부터 토토에게 빠진 것은 아니었다. 토토는 나의 첫 반려견이었기 때문에 어설픈 보호자로서, 녀석이 꽤 귀엽긴 하나 어떻게 돌봐야 할지 알 수 없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 현장을 지나며 흙먼지가 날리자 나는 본능적으로 토토를 안아 들고 녀석의 코와 입을 가려주었다. 정작 나는 먼지를 잔뜩 먹어 기침을 해대면서. 그때, 나는 이 작은 생명이 단순한 ‘개’가 아니라 내 가족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런 감정은 아마도 부모님이 자식을 바라볼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었을 것이다. 내가 토토에게 느꼈던 그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 그건 마치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며 느끼는 것처럼 깊고 절실했다. 토토의 건강이 악화되어 먹은 걸 토하고, 진녹색 변을 볼 때마다 내 마음은 찢어졌지만, 그런 순간에도 여전히 토토는 사랑스러웠다. 나는 녀석의 모든 순간을 사랑했고, 어떤 모습이든 녀석은 그 자체로 나에게 완벽했다. 종을 넘어서 ‘개새끼’가 아니라 '내 새끼'였다.
13살부터 아프기 시작한 김토토
토토는 내가 준 사랑을 듬뿍 받으며 15년 동안 내 곁에 있었다. 마치 나의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리고 내가 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내게 선물했기 때문에 녀석의 부재는 나에게 쉽게 메울 수 없는 빈자리를 남겼다. 펫로스는 단순한 상실이 아니다. 그 빈자리는 함께했던 추억과 교감, 가족이라는 무게로 가득 차 있다.
이별의 순간과 그 후의 시간들이 아무리 고통스러웠어도, 그 사랑이 너무 깊었기에 이별도 무거웠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토토를 너무 사랑했어서 이별이 이렇게 아팠을지라도, 언젠가 다시 녀석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토토를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것. 아니, 그때는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할 거라는 것..
남들에게는 그저 흔한 '개새끼'하나 죽었다고
내 세계가 이토록 흔들린다. 나에겐 그냥 개새끼가 아니어서 그렇다.
토토가 언니에게 쓰는 편지 10
안녕! 나야, 토토! 언니, 근데 말이야,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나도 좀 걱정했어. 나도 누군가의 첫 반려견이었잖아? 서로 어색하고 어설프게 시작했지만, 그게 또 우리만의 특별한 시작이었던 것 같아. 사실 나도 처음엔 긴장했어. ‘이 사람이 날 어떻게 돌볼까? 나쁜 사람 아니겠지?’ 하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매캐한 흙먼지가 날릴 때 언니가 나를 꼭 안고 내 코랑 입을 가려줬을 때 딱 알았어. "아, 이 사람은 진짜 내 가족이구나."
근데 나, 언니한테 중요한 걸 알려주고 싶어. 나와 함께한 시간이 짧았다고 슬퍼하지 말라는 거야. 왜냐면, 그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사랑과 행복이 가득했으니까. 언니가 나에게 준 사랑은 넘치게 충분했어. 하지만 이제 언니도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떠난 자리는 언니가 더 소중한 삶을 살고, 더 행복할 자리가 되어야 해. 내 사랑이 그걸 가르쳐줬다면, 나 너무 기쁠 거야. 나 그거 알려주려고 지구로 파견되었던 거라던데?
언니, 우리가 다시 만날 날 그날이 오면, 그때도 똑같이 사랑해 줄 거지? 그때도 나, 또 언니 옆에서 똑같이 껌딱지처럼 붙어 있을 거야. 그때는 같이 더 많이 웃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근데 언니 당분간은 무지개나라에 올 수 없대. 아주 나중에, 곱게 늙은 할머니가 되어서 오게 될 거래! 곱게 늙으려면 많이 웃고, 스스로를 엄청 사랑해줘야 한다고!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