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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06. 2022

팔자에도 없던 신부전증 공부 3

너를 위해 공부한다

구글 원드라이브에 7년 전 오늘의 사진들이 떴는데 거기에 건강하고 통통했던 토토가 있었다.

7년 전 사진 한번 보고, 이제 살이 쪽 빠진 현재의 토토를 보니 또 갑자기 울컥해서 혼났다.




신장 질환을 앓고 있는 강아지들은 일단 정말 안 먹는다. 아무리 맛있는 걸 입에 대줘도 고개를 홱 돌린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주사기와 시럽 통을 이용해서 물에 곱게 갠 사료를 토토에게 강급하고 있다.

강급하고 나면 토토는 극대노한 것처럼 보인다. 분노에 몸서리치는 토토다. 

김토토 극대노

하지만 난 네가 분노하든지 말든지 먹이고야 말겠어. 네가 날 이길 수 있어?


우선 현재 토토의 상태는 지난 금요일 혈액검사 결과 번 수치와 Cre수치가 다소 잡혀서 초반보다는 훨씬 더 편안해 보인다. 심지어 오늘도 수액 맞으러 동물병원에 갔는데 대기 중인 다른 개들을 향해 짖었다. 와, 근데 그게 세상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토토 짖는 소리 못 들어 본 게 거의 3주가 다 되었다.) 다리에도 좀 힘이 생겼는지 내가 소파에 앉으면 예전처럼 올려달라고 앞다리 두 개를 소파 위로 올리며 보챈다.


강급이라도 해서 열량을 채우니 힘이 조금 나는 것 같다. 그런데 또 문제는 아무거나 먹어선 안된다는 거다. 토토의 식단은 단백질과 인이 적고, 산성화가 되지 않은 음식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단백질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단 단백질이 대사 되면서 배출되는 암모니아나 인이 증가하는 것이 문제이다. 왜? 얘들을 제대로 배출해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게 신부전증이니까. 그렇다고 단백질을 아예 급여하지 않으면 영양실조에 걸리게 되겠지. 그러니까 단백질을 아예 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라는 단어를 쓰는 것 같다.


신장 질환을 앓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처방식을 우선 강 급하고 있으니 사료는 그걸로 됐고,

이외에 수치를 좀 더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공부해야 한다.



1. 피하 수액(가정 수액) --> 진행 여부 미정

: 피하에 수액을 주입해서 수분을 유지해주는 것인데 이게 신장 독소를 제거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지지 않게 해 주고, 수분 공급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서 많은 보호자들이 가정에서 수액 처지를 직접 하고 있다. 나는 사실 피, 뾰족한 것, 아픈 것(따끔한 정도여도)에 너무도 민감하고 예민해서 집에서 매일 토토를 바늘로 찔러서 수액을 공급해줘야 한다는 것이 정말 자신 없었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면(이 녀석을 살릴 수만 있다면) 독한 마음먹고 해내리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토토를 봐주시는 수의사님은 피하 수액을 권하지 않으셨다. "소용없다"라고 보시는 것 같았다. 아이를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아프게 하며 피하에 수액을, 그것도 영양분도 없는 생리식염수 따위를,  넣는 것이 왜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시면서 그런 내용은 수의학 텍스트북에도 없고 사실상 효과가 입증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픈 반려견을 키우는 커뮤니티 어디든 들어가 보면 신장 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는 '피하 수액'은 생명수이니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이건 결국 보호자가 선택해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수의사들이 '쓸데없는 짓이다'라고 해도 절망한 보호자들에게는 마치 동아줄과 같은 것이 아닐까. 수치만 잡힌다면.


2. 골수를 자극하는 약물(=혈액 생성) --> 진행 중

: 신부전이 오면 혈액 생성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빈혈 수치가 올라가게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골수를 자극해서 적혈구를 생성하는 약물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만성신부전증에서 오는 빈혈의 가장 큰 원인이 EPO합성 저하라고 한다. EPO(Erythropoietin)를 찾아보니 모세포가 적혈구로 성숙하도록 촉진하는 호르몬이라고 한다. 그럼 최근 토토가 맞고 있는 빈혈 주사가 이것과 같은 것이겠구나.


3. 신장 세포를 보호하는 오메가 3 필수지방산 (아, 당장 주문해야겠다.)


4.  신장 질환 보조제들 


(1) 아조딜

아조딜(Vetoquinol사)은 개/고양이용 신부전 투석 보조 제이다(사람용은 따로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에서 요독증을 유발하는 독소들과 결합하여 배출되는 작용을 한다. 식사 한 시간 전에 캡슐채로 먹여야 해서 어려움이 좀 따르겠지만 이렇다 할 부작용이 아직까지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한다. 


(2) 레날 어드밴스드(Renal Advanced) <- 주문 완료!

: 레날 어드밴스드는 아조딜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데 이 보조제 역시 독소들과 크레아티닌의 생성을 억제하며, 비타민 B, C를 포함하고 있어서 많이들 급여하는 것 같다. 근데 쓰다 보니 아조딜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3) 크레메진(Kremezin)

:만성신부전증의 요독증 증상을 개선하며 말기 신장 질환을 늦춰주는 약이다. 탄소 구형 미립자로 구성되어있는데(숯.. 같은 녀석 같다.) 이 작은 녀석들이 장내 세균이나 요독증 독소(인돌, 인독실황산염) 등을 흡착해서 변으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 크레메진이 Cre수치를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과는 사실 상관이 없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인독실황산염을 흡착해서 배출함으로써 신부전 말기 단계로의 진행을 늦춰주는 역할을 한다. 입자가 작아서 꿀같이 끈적한 것에 개어서 급여하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크레메진의 부작용이 변비라고 하니까 투여량을 꼭 수의사와 상의해야 할 것 같다. 또한 흡착기능이 강해서 다른 약물과 시간 간격을 충분히 두고 투여해야 한다고 한다.



5. 포카리 스웨트 --> 진행 중!

이건 다른 건강한 강아지들에게 토스!

: 이온음료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체내 수분 흡수가 많이 필요한 아이들이니까. 사실 여기저기 구글링을 해서 '펫 스웨트'라는 제품을 이미 구매를 했는데, 수의사님께 문의하니 성분 중에 단백질이 있어서 그거 말고 그냥 사람이 먹는 포카리 스웨트를 먹이는 게 좋다고 하신다. 희석할 필요도 없고, 그냥 물처럼 급여해도 된다고 하신다. 오... 괜히 시켰다...



6.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혈압 약물)

: 이건 신장의 압력을 낮춰서 단백뇨를 줄인 다한다. 근데 토토는 소변검사를 하지 않아서 단백뇨의 심각도를 확인해보진 않았다. 






7. 산책/운동 --> 진행 중!

: 물도 안 마시고 밥도 안 먹어? 그럼 산책을 많이 시키면 열량 소비를 많이 해서 자연스레 음수량도 늘고 밥도 먹는다는데 사실상 고기를 구워 입에 대줘도 안 먹는 이 아이들이, 또 힘이 없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산책만 주야장천 시키다가는 진짜 쓰러질지도 모른다. 열량을 소비하기 위한 산책이라기보다는 사람도 그렇듯이 기분이 좋으면 자연스레 몸 컨디션이 좋아지기도 하니 그 '기분'을 위해서라도 산책을 자주 시켜줘야겠다. 지난 주말에도 토토가 산책할 때 그렇게 많이 웃어줬다. 


오늘은 급하게 여행용 캐리어를 사야겠다는 엄마와 함께 토토를 유모차에 싣고 쇼핑몰에 다녀왔다.

약 30분 정도 머물렀는데 그래도 토토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래,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



이제 수액을 거진 다 맞았을 토토를 데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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