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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10. 2022

팔자에도 없던 신부전증 공부 4

토토가 해냈다!


  지옥 같은 2주가 흘렀다. 첫 주는 밤낮 울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고, 그다음 주는 많이 울진 않았지만 여전히 제정신은 아니었다. 토토가 아프기 전엔 3.4kg의 이 생명체가 내게 이렇게 엄청난 존재인지 정말 몰랐다. (이젠 살이 많이 빠져서 오늘 재보니 2.9kg..ㅠ_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아침에 부랴부랴 일어나서 정맥 수액 맞아야 하는 토토를 동물병원에 데려다주고 6-7시간 후 다시 녀석을 데리러 갔다. 그렇다고 얘가 수액 맞는 6-7시간 동안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멍~하니 있거나 신부전증 공부를 하거나 울거나 셋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 일을 이따위로 하면 잘려야 마땅한데, 내가 나를 자를 수는 없으니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반성한다.)


매일 같이 토토를 안고, 음식을 갈아서 혹은 물에 개서 강급하느라 내 왼쪽 손목이 병이 났다. 안 그래도 아픈데 왼쪽 손목을 짚으며 넘어져서 인대가 나간 것 같다. 그래도 괜찮다. 3번째 혈액검사 결과, 토토의 수치는 꽤 많이 내려갔다. (그래도 아직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8/29)      (9/2)        (9/8)

BUN   133     --> 109    --> 71.7

Cre    5.29    --> 3.9     --> 2.48

Phos  21.6   --> 12.2    --> 6.8 정상범위!



수의사님이 이제 아주 위험한 단계는 지났고, 꾸준히 관리해줘야 할 것이라 했다. 추석 연휴 동안엔 근처 동물병원 가서 정맥주사를 계속 맞힐 것을 추천하셨다.

처음(8/29) 수치 같아서는 얼마 못 버틸 거라 보셨는데 토토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진짜 고맙다 내 새끼 ㅠㅠ기특하다 내 새끼..

내 구역이야!


병원 다녀오는 길에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도는데 개모차에서 벌떡 일어나서 지나가는 다른 강아지를 보고 대차게 짖었다. 시끄러워서 잠시 민망했지만 이제 일어나서 짖을 힘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또 기특....


처방 습식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기 때문에 액체로 된 신장처방식(Renal Liquid)을 주사기로 강제로 급여하고 있다. 문제는 얘가 이제 힘이 세져서 강급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거다. 먹지 않겠다며 버티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이 매우 기특한 것은 엄마의 마음인가..... 토토가 사과 귀신이었어서 혹시나 해서 사과를 입에 대주니 딱 두 조각 먹었는데 울컥했다. 진짜 제발 먹자 제발.


다행히 연휴라서 토토를 돌 볼 시간이 많고, 하루 평균 5-6번 산책을 하고 있다. 강급을 하고 산책을 하는 방식으로 행동 강화를 의도하는 중이다.


지난 2주간은 걷지를 못했다. 집에 있는 다른 두 마리 강아지들이, 그리고 지나가는 강아지들이 잘 걷는 것만 봐도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났다. 근데 이제 토토가 제법 잘 걷는다. 경보 수준으로 빠르게 걷기도 한다.


산책하며 풀 냄새, 흙냄새, 각종 기둥에 남아있는 동네의 다른 강아지 냄새들을 킁킁대며 맡고 나면 이내 코가 또 촉촉해진다.


기특하고 이쁘고 다 한다!


[토토의 주식단]


-레날 리퀴드 + 레날 어드밴스드(독소, 크레아틴 생성 억제 + 비타민 B, C)

-레날 리퀴드 + 유산균

-레날 리퀴드 + 오메가 3 (신장 세포 보호)

-포카리 스웨트 (물과 1:1로 희석해서 급여)


이것저것 알려진 영양제/보조제는 많은데 사실상 아무리 보조제라고는 하나 간에 부담을 줄 것 같아서

꼭 필요한 것 같은 것들만 먹이는 중이다. 다음 주에 혈액 검사 수치를 한번 보고 더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은 기존의 병원이 추석 연휴로 문을 닫아서 집에서 아주 가까운 동물병원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는 정맥 수액을 권하지 않아서 피하 수액으로 대체해서 맞았다. 낙타처럼 물주머니가 생긴 토토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란스러웠다. 기존 수의사는 피하 수액이 전혀 효과 없다 말했고, 오늘 만난 수의사를 포함한 타 병원에서는 피하 수액을 권한다.

사실 나는 토토를 옆에서 오랫동안 봐줄 수 있으니 빨리 끝나는 피하 수액이 마음에 든다. 효과만 있다면 말이다. 피하 수액의 최대 장점은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고, 시간적으로 효율적이고, 반려견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폭풍 검색 결과 토토는 우선 공격적으로 신장 관련 수치를 낮출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기존 수의사님 말대로

당분간은 정맥 수액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주까지만 정맥 수액으로 공격적인 처치 해보고, 수치가 좀 안정이 되면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피하 수액을 맞으며 식단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를 해주면 될 것 같다.


얘를 먹이겠다고 이것저것 사모으다 보니 식탁과 냉장고가 꽉 찬다. 정말 열심히 돈 벌어야 한다.



와... 이 글을 쓰다가 애들이 배고파서 찡찡대길래

토토가 입도 대지 않는 습식사료 캔들을 다른 아이들 먹으라고 전자레인지에 덥혀서 밥그릇에 나눠주고 있는데


토토가 갑자기 관심을 보여서 토토 밥그릇에 조금 넣어줬는데

먹. 었. 다!!!!!!!!!!!!!!!!!!!!!!!!!!!!!!!


와............................


이 글 마무리를 못할 정도로 기쁘다.

밥 잘 먹었다고 내 짝꿍이 토토와 산책을 다시 나갔다.


마무리는 맥주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와 어묵탕, 그리고 맥주다.

와......


글 마무리 못함.


노을이 끝내준다.

노을보며 만취하고 싶은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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