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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13. 2022

팔자에도 없던 신부전증 공부 5

기특한 내 새끼

기특해 죽겠다. 김토토.

신부전 관련 중요한 수치 3개 중 2개가 거의 정상범위에 들어왔다.

내 생활도 이제 좀 안정을 찾아야지. 지난 2주, 생업을 거의 포기했다.

       

        


BUN 정상수치 6-27

Cre 정상수치 0.4-1.6

Phos 정상수치 2.5-6.8


2주 가까이 강급을 하다 내 왼쪽 손목이 나갔으나 나는 손목을 잃고 토토의 수치 감소를 얻었다. 만족한다.

최근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처방식을 먹어주기도 한다.

오물오물 먹어주면 그게 또 그렇게 기특하다. 이제는 힘이 세져서 강 급하기 정말 쉽지 않다.

내 생각인데 음식이 받지 않아서가 아니라 먹고 싶지 않아서(토토 기준 맛이 없는 거라서) 안 먹는 것 같다.


주말에 치킨을 먹다가 혹시 토토가 관심을 보일까 해서 토토 코앞에 가까이 가져가 봤는데

와 진짜 입을 새끼 새처럼 쫙 벌린다. 그래... 치킨은 주면 잘 먹겠구나. 하지만 줄 수는 없지...



개모차에서 바깥세상 구경

추석 연휴 동안 내 짝꿍이 토토를 1일 5-6회 산책을 시켰다. 잘 걷긴 하지만 너무 많이 걸으면 또 무리가 올 것 같으니 아파트 단지 안을 개모차에 태워 돌다가 사람이 없을 때 잠시 내려놓고 걷게 했다. 진짜 잘 걷는다. 뚱뚱할 때보다 오히려 잘 걷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밤이 좋았다. 아~무도 없어서 개인 정원처럼 단지를 사용했다 ㅋㅋㅋ (내 정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신부전은 구토하고 설사하면 진짜 답 없이 수치 올라간다는데 토토는 잘 토하지 않고(먹기 싫은 거 억지로 강 급하면 토할 때는 있다.) 똥도 아주 예쁘게 싼다. 토토 똥을 사진 찍어가며 예쁘네 아니네 하는 내 모습에 약간 현타는 왔으나 그래도 이 병은 보호자의 공부 빨로 버티는 거라 했다.





오늘 걷다가 1년 만에 다시 만난 이름 모를 이 나무에 열린 빨간 열매 말이다.


작년에 토토 산책시키고 들어왔는데 입에 빨간 액체가 잔뜩 묻어있어서 피 흘리는 줄 알고 정말 너무 놀랬던 기억이 있다. 범인은 저 열매였다. 저 열매가 뭔지 모르겠고, 독성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저걸 보니 작년 이맘때의 비록 뚱뚱했으나 건강했던 토토를 떠올려봤다.


그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못 걸어서

나를 대성통곡하게 했던 녀석이 신나게 걷고 있는 걸 보니 또 새삼 너무 감사하다.


BUN수치만 잘 잡으면 되니까 진짜 케어 잘해줘야지...ㅠㅠ






사진이 좀 흔들렸지만 토토가 저 호수공원까지 걸어갔다는 것이 매우 대단한 일인 거다. 최애 사진이다.


속이 답답해서 아픈 강아지들 돌보는 사람들이 모인 카페에도 가입하고, 특히 신부전증으로 고생하는 강아지 보호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에도 참여를 하게 됐다. 진짜 다들 나처럼 독하게 공부하고 나처럼 마음고생 몸 고생하고 있더라.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서로 걱정하고 격려하는 그 공간에서 진짜 큰 위로를 받는 요즘이다.


이제 막 진단받았다고 하니 작년에 신부전으로 강아지를 떠나보냈다며 그때 알았으면 좋았던 것들이 있었다고 본인이 공부하며 모은 자료들을 내게 모두 넘겨준 정말 따뜻한 분도 있었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이론이야 대충 알 수 있어도 경험에서 오는 그 연륜은 따라갈 수가 없다.


오전에는 그 방에서 응급상황이 있었다. 이제 7살밖에 안 된 아이가 밤새 설사를 하고 호흡도 가빠지고 발작이 너무 잦고, 심했다. 보호자는 사실 자기 품에서 강아지를 보내고 싶다고 밤새 울며 편안하게 가길 기도했다. 근데 그 녀석은 8시간을 버텼고 번뜩 정신이 든 보호자가 아이를 들처안고 근처 병원에 방문했는데 아이가 정맥 수액 맞으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그 시간 동안 단톡방에서는 응원과 기도의 물결이 쏟아졌다. 얼마나 든든했을까?(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이는 정맥 수액 처치 중 발작이 와서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자고 있는 토토를 들어 올려서 두 손으로 붙잡고 '토토야, 언니는 아직 준비가 안됐어.'라고 했더니 거의 3주간 뽀뽀조차 하지 않던 토토가 혀를 쑥 내밀어 내 입술과 얼굴을 핥았다. 그리고 나는 또 통곡을 했다. 너, 알아듣는 거지?  


토토가 아파서 나머지 두 녀석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하고 있다. 일단 급한불부터 꺼야지 어쩌겠니.


그래도 이 녀석들도 이번 주 안에 동물병원 데리고 가서 혈액검사해볼 예정이다. 아플 때 말고,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도록.



오늘의 공부는 넘겨받은 귀한 자료 중 처방 사료 파트만 샅샅이 훑어보는 것이다.












 

세라마이드 오메가 3(잘 부스러지고 기호성 좋음)

--> 액상 형태의 오메가 3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는데 그래도 산패 걱정이 되었었다. 요걸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시그니처 바이 P/a  <-- 약 먹일 때 섞어 먹이면 좋은 처방식 (단백질, 인 성분 모두 조절되어 있음) <-- 주문 완료


 포르자 10 신장용 처방 사료 <--(기름기 많아서 기호성 좋다고 하나 췌장염 있으면 안 좋을 것 같네. 근데 어차피 이거 지금 품절임)


 -  세니메드 신장 사료 --> (소분 포장이 따로 또 돼있어서 보관 용이, 알이 크지만 물에 잘 불기 때문에 괜츈) <-주문 완료



이것저것 사들이다 번뜩 든 생각인데

반려견과 함께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아픈 강아지들을 위해 많은 보호자들이 아낌없이 돈을 쓰는데

사실 이런 처방식들이 매우. 매우. 매우. 비싸다.

동물병원이나, 애견카페나, 처방식이나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형편이 안 좋아져서 강아지를 케어할 상황이 아니라고 안락사해달라고 동물병원에 찾아온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병원에선 입양을 권했으나 어떤 주인한테 가서 학대를 당하면 어쩌냐고, 얘도 가고 나도 곧 따라갈 것이라 하며 울던 한 보호자가 생각난다. 그 견주는 개를 데리고 나가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고 다시 동물병원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건강한 그 녀석은 결국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다. 수의사님은 저 보호자님은 그 강아지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 마음을 본인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정말로 아직도 그녀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건강한 반려견도 비용이 꽤나 들지만, 게다가 녀석이 아프다면 정말로, 비용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반려인들에게는 남들이 보는 그냥 '개'가 아니라 '가족'이며, '자식'이다. 내 가족이 아픈데 빚을 내서라도 고쳐주고 싶은 건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단지 개들이 사람이 아닐 뿐.


마치 보건소처럼 아주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진단받고, 상담/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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