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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15. 2022

온 우주가 나를 미워하나

나 이제 진짜 안 심심하다

8월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고생을 했고, 일주일 격리하고 나니 토토가 아파서 마음/몸고생을 또 했으며, 토토가 이제 좀 괜찮아지려나 싶으니 저질체력인 나는 손목과 허리가 저려 밤을 지새웠고,

이 모든 불행(?)에 정점을 찍듯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


이쯤 되면 온 우주가 나를 미워하나? 나는 무엇을 위한 액땜을 지금 하고 있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기도 하다.


요즘 들어 확신하게 되는 삶의 진리는 무슨 일이 있어야 행복한 게 아니라 '아무 일도 없어야 행복한 거'라는 거다. 돌아보면 나는 삶이 평온할 때는 지루하리만큼 매일매일이 똑같으니까 '왜 내 삶은 재미가 없지?'라며 투덜댔다. 크고 작은 재밌는 이벤트가 없는 내 삶이 맨밥만 먹는 것처럼 심심했다.


그러고 보니 '그래서, 어떠냐? 이제는 좀 안 심심하냐?'라고 우주가 나에게 외치는 것만 같다.

진짜 하. 나. 도. 안 심심하다. 제발 좀 심심하고 싶네.


그러니까 토토가 밥도 잘 먹고, 꼬리 치며 잘 뛰어놀고 똥도 잘 싸는 일상적인 날들이, 내 손목과 허리가 너덜너덜해지기 전이 행복했던 거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평범한 날의 연속이라 징징거렸던 그날들이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이었던 거다.


사실 이건 내가 암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이번 여름에 한번 겪었다. 그땐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그 병만 아니라면 내 삶은 행복으로 가득 차서 날아갈 듯이 기쁘겠다 생각했고, 막상 내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가정하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삶에 대한 집착마저 느꼈다. 다행히 나는 그 몹쓸 병에 걸리진 않았으나 그 행복한 기분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흥분되는, 짜릿한 이벤트에서 오는 행복감은 오래가지 못하며, 행복은 '미래에', '어디선가' 찾아야 하는 게 아니고 '지금', ' 여기서' 찾아야 하는 거라고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지겹도록 외치고 있는데, 실제로 그걸 겪고도 그때의 깨달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당장 지금부터라도 회복하고 있는 토토를 보며 행복해해야 하고, 물리치료와 약빨로 버티고 있는 내 손목과 허리에 감사하고, 비록 코로나 감염은 되었으나 심각한 증상 없이 잘 버티고 있는 엄마의 상황에도 기뻐해야 한다.


그래서 간증하듯 이 글을 쓴다.

이 마음이, 이 결심이 또 흔적 없이 사라질 때쯤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마치 언제나 작심삼일 하는 사람이 삼일마다 작심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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