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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21. 2022

팔자에도 없던 신부전증 공부 6

TO BE CONTINUED....

숫자에 이렇게 집착해본 것이 얼마만인가. 토토의 신부전 수치는 나름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

조혈 주사를 맞고 있으니 빈혈 수치도 정상 범위로 올라왔다. 하.. 정말 기특한 김토토...

(혹시나 수혈해야 할 일이 있다면 아직 어리고 건강한 별이 피를 뽑아서 토토에게 주리라 생각했었다. 별이가 알아듣는다면 별이둥절하겠지..?ㅋㅋㅋ)


수의사님 말로는 토토의 8월 29일의 수치 정도면 10마리 중 1-2마리 살아남는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수치가 쭉쭉 내려가 주는 것이 토토의 의지 + 보호자의 사랑으로 가능했을 것이라 하셨다.

그래.. 난 아직 준비가 안됐다니까 토토야.. 역시 내 말을 알아 들었군. 넌 어쩌면 개가 아닐지도 몰라.



킁킁킁... 잘 찾는 토토와 그게 부러운 별이(?)

BUN수치를 더 확 안정적으로 낮추기 위해 일단 이번 주까지는 정맥 수액을 맞아야 한다.

이번 주 금요일에 확인해보고 20-30 정도로 낮춰지면 이제 보름에 한번 정도로 조정해서 수액을 맞추자고 하신다. 이제 토토는 잘 먹고(물론 스스로 그릇에 담긴 사료는 먹지 않고 먹여줘야 먹는다), 잘 싸고, 잘 놀고, 잘 잔다. 몸을 떠는 것도 거의 보기 힘들고, 이제는 개모차에 태워놓으면 걷고 싶다며,  내려놓으라며 난리를 친다.



얼마만의 노즈 워크 놀이인가!


신장질환을 가진 반려견을 오래 케어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실상 혈액검사로 수치 볼 것도 없이 강아지들 컨디션만 봐도 대략 수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잘 먹고, 잘 자고, 기력이 있으면 대부분 수치가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 뜻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또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먹게 주고 그러면 수취 튀는 건 한 순간이니 방심하지 말라고들 한다. 참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병이구나 신부전 너.


토토는 요즘 강급(강제 급여)은 거의 하지 않고 있고, 처방식 혹은 화식과 함께 레날 어드밴스드, 오메가 3, 유산균을 함께 섞어주고 있고, 최근에는 인(p)을 흡수한다는 이파키틴을 추가했다. 이건 식사 후에 일정 시간 지나면 챙겨준다. 근데 이 약이 변비가 부작용이라고 해서 일단 토토의 인수치가 아주 많이 높지는 않으니까 하루에 한 번만 챙겨주려고 한다.





토토의 사생활_자아실현(?)

문제는 잔뜩 사놓은 처방 알갱이 사료는 입에도 대지 않고 습식과 화식만 잘 받아먹는다는 건데 그게 얼마나 얄밉고 야속한지 모른다. 좀 찾아보니 결국 그래서 알갱이 사료를 곱게 간 다음에 불려서(알갱이 사료를 절구에 빻고 있던 보호자들...)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구워서 주면 또 먹는다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와... 진짜 내가 하는 정성은 정성 축에도 못 끼는구나 싶었다. 대... 단.. 하다 정말 다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저놈의 붕가붕가.

기분 좋을 때만 하던 토토의 자아실현 현장인데

요즘에 다시 붕가붕가를 시작했다.

너무 사생활 공개 같지만 저 주책 떠는 것도 이제는 감사하다.

안 먹어! 안 먹는다고!!!


이번 주 금요일에 다시 한번 수치를 봐야겠지만 BUN수치가 20-30대로 유지만 되면 근처 동물병원에서 피하 수액을 가끔 하고, 식단과 운동으로 잘 관리해볼 생각이다. (사실 피하 수액을 다른 보호자들처럼 내가 집에서 할 수 있다면 돈도 아끼고 편리할 텐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토토 등에 바늘 꽂을 자신이 없다. 그냥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


이번 주에는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근처에 사시는, 작년에 반려견을 신부전증으로 보낸 분을 만나기로 했다. 이것저것 정보 주시는 게 이미 많은데 감사하게도 직접 전해줄 것도,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도 모두 해주시겠다고 해서 토토 데리고 나가서 인사시키고,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드려야겠다. 세상엔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토토 돌본다고 내 손목, 내 허리에 이어 내 짝꿍의 허리도 병이 났다. 이놈의 시끼....하지만 우리의 손목과 허리는 회복 가능하고, 너의 신장은 회복 가능한 장기가 아니니까 우리가 참을게.



풀숲으로 가고 싶다는 토토와 진드기때문에 그쪽으론 갈 수 없다고 말리는 나 사이의 팽팽한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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