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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04. 2022

팔자에도 없던 신부전증 공부 2

너를 위해 공부한다

그제는 신부전증의 정의, 진단에 필요한 각종 수치들을 정리해봤다. 토토의 수치는 하나 같이 모두 높아서 안타깝지만 만성 신부전증이 틀림없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8/29(월)~9/3(토)에 거쳐 매일 6시간 이상 정맥 수액 처지를 받았고 나는 오전에 토토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일하다가 병원 문 닫기 전에 열일 제쳐두고 토토를 데리러 갔다.


정신이 약간 나가 있었기 때문에 내 생업보다 토토를 우선시한 일주일이었다. 나도 정신없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오랜 시간 좁은 케이지에 갇혀서 수액 맞는 토토에게도 괴로운 시간들이었을 거다.

5일 차 수액 후 혈액검사를 다시 한 결과, 모든 수치가 다소 내려갔다.

BUN (혈중 질소 농도) 133 -> 109

CREA (크레아티닌) 5.29 -> 3.90

PHOS (인) 21.6- > 12.2


수의사님은 수치가 모두 내려가서 정말 다행이라고,

특히 CREA같은 경우는 5점대와 3점대는 천지차이라 하셨다. 하지만 BUN수치가 저 정도면 아마 아무것도 먹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렇다. 토토는 아직도 식음전폐 중이다.)


인(PHOS)수치가 아직도 높으나 인 흡착제등을 권하진 않으신다 했다.


다만 지난번에도 적혈구 수치(RBC)가 낮았는데 이번엔 더 낮아졌고 빈혈검사 수치도 보니 30%대라 걱정된다 하셔서 조혈 주사를 맞았다. 조혈 주사는 일정 범위 오를 때까지 일주일에 2회 정도는 계속적으로 맞아야 할 것이라 한다. 일주일에 7번 맞아도 좋으니 피를 잘 만들어주라 제발. (EPO주사라 하셨던 것 같고, 조혈 주사는 강아지 전용은 없어서 사람용을 사용한다고 한다. DPO라는 것도 있고 또 이것도 더 공부해봐야 알겠지만 서너 가지 정도 있는 같은데 EPO가 대중적으로 저렴하게 적당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EPO로 빈혈이 안 잡히면 다른 종류를 시도하는 것 같다.)


간 기능 검사 수치들은 사실상 모두 정상 범위이나 지난번 수치들보다는 모두 낮아져서 혹시 신장기능 이상이나 정맥 수액 등의 영향인지 여쭤본다는 것을 깜박했다. 다음 주에 꼭 여쭤봐야지.


토토가 제대로 걷질 못해서 아마도 이건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니 몸에 힘이 없고, 적혈구 수치가 낮아서 어지러운가 싶었는데 다른 이유가 또 있었다. 오른쪽 앞다리 관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파서 앞다리를 덜덜 떤다. (아, 정말 강아지가 말 좀 했으면 좋겠다.) 사실 관절염은 진통소염제로 처치하면 되는데 지금은 신장 수치 먼저 잡아야 하니 약을 따로 먹이진 말자 하신다.


[신부전증 관리]

신장은 회복이 안 되는 장기라서 신부전증은 유지/관리가 중요하다. 식욕부진, 설사, 구토, 몸 떨림이 대표적 증상이며 '먹는 것'과 아주 큰 상관관계가 있다.

먹기도, 안 먹기도 이래나 저래나 문제라서 참 까다로운 병인 것 같다. 음식 섭취와 소변/대변의 컨디션이 중요하다. 옛 말 틀린 거 하나도 없다. 역시 잘 먹고 잘 싸는 게 최고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토토의 식음전폐다. 그래서 신부전증 처방식(K/D)을 물에 개서 주사기로 강급하고 있다. 고마운 것은 어떤 아이들은 강 급해도 다 뱉어낸다는데 토토는 곧 잘 받아먹는다.

물론 강급 후엔 나를 째려보는 것만 같지만 말이다.


오늘 오전엔 불려둔 찹쌀과 양배추를 끓여서 죽을 만들어놨는데 이제 이걸 믹서기에 갈아서 강급하기만하면 될 것 같은데 검색하다 보니 양배추가 좀 안 좋을 수 있다고 해서 먹이기를 망설이는 중이다. (이게 참.. 많은 정보들도, 수의사들의 견해도 모두 달라서 진짜 알 수가 없다.)


신부전증을 앓는 아이들은 BUN(혈중 질소 농도) 수치가 높아지면 안 되니까 단백질을 제한하고, 전해질 불균형이 올 수 있어서 PHOS(인) 또한 제한해야 한다. 그렇다고 단백질을 아예 안 먹일 수는 없으니 탄수화물로 열량을 대부분 채우는 것 같다. 지방도 필요하지만 지방 또한 과하면 췌장염이 오니까 신장 수치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적당량의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필요한데 비전문가가 그렇게 매번 영양성분까지 고려하며 급여하기 어려우니 신부전증 아이들을 위한 처방 사료들이 많다.


일반적인 건사료도 있지만 이 아이들은 사료를 거부하니까 강 급하려면 습식이 편하다. 로얄캐닌 K/D, 힐스 KD, 레날 리퀴드 등이 대표적인 신부전 사료인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사료들은 동물병원에서 판매하고 있고, 레날 리퀴드는 그나마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도 주문은 해두었으나 일본에서 건너오는 귀한 놈이라 9월 중순쯤 받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식(닥터 맘마)도 잔뜩 주문해뒀으나 다음 주 수-목이나 해야 도착할 것 같다.

근데 이것도 태풍의 영향으로 제때 도착할지 미지수다.


아무튼 수치는 높고, 제대로 안 먹으니 수액 처치받으며 버티는 건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수액 처지 받을 수 없으니 집에서 강급으로 버텨야 한다. 다음 주엔 태풍이 온다는데 태풍 때문에 수액 맞으러 못 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다행인 건 제대로 걷지는 못해도 개모차에 싣고 아파트 단지 한 바퀴 돌고 오면 표정이 좋다.

기력도 의욕도 없던 애가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탐색하고 귀도 쫑긋 코도 킁킁한다.

몸도 덜 떨고 꽉 다물었던 입을 열어 혀도 내밀어 준다.

2주 만에 처음으로 토토가 웃어주던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봤다.



너도 힘내고 있는 것 맞지?

언니도 힘낼게!


넌 아직 떠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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