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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이 Sep 22. 2022

40대를 이렇게 못 생긴 채로 시작할 순 없다.

거울 파괴 충동

코로나 확진에 이어 토토의 829 신부전 사태(?) 이후,  나의 모든 것이 토토에게 맞춰진 3주였다. 물론 후회는 없다.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었고,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한다면 난 언제라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본업과 개인적인 일 모두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원래도 일에 허덕이며 테트리스 하듯, 퀘스트 깨기 하듯 급한 불만 끄며 살아왔는데, 더 급한 불(토토) 끄느라 거의 뭐..... 지금 내 두 발등이 활활 타다 못해 전소 직전이다. 정말 다행히도 인복 하나는 끝내주는 나인지라 선생님들이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면서 나 대신 많은 일들을 해내 주시고 계셨다. 새삼 참 감사한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거울을 보고 있으면 단전에서부터 분노가 올라온다는 것이다. 관리받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나는 못생긴 내 얼굴, 난 그냥 아파서 얼굴이 좀 부은 건가 했는데 아무래도 부었다가 그대로 살이 돼버린 모양이다. 거울 속에 있는 저 아줌마는 누구지 싶어 Oh my eyes! 를 외치며 고개를 돌려버리게 된다.


몸매는 더 가관이다. 가을 옷이 제대로 맞는 게 없다. 원피스도 불뚝불뚝 미운 살이 튀어나와서 세상 보기 싫고, 바지도 모두 작아져버렸다. 세탁을 잘못했나 의심해봤는데 모든 바지와 치마가 작아진 것을 보니 잘못된 건 세탁기가 아니라 내 몸뚱이다. 안 본 눈 삽니다.



너네는 신나지? 나는 너무 힘들다 ㅠㅠㅋㅋㅋ


응급상황이다. 어쨌든 나의 현재 얼굴 상태와 몸뚱이는 수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하루 이틀 해서 될 게 아니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게 결국 체중 감소의 핵심이니까 하루 만보 걷기를 결심해 봤다. (이렇게 써놓고 하루는 만보를 걸었고 그다음 날은 걷지 못했(않았)다.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 일일이다. 내일 또 작심하리라.)




오늘은 바쁜 날이어서 오전에 세 마리를 모두 끌고 나가 산책을 시켰고, 외부에서 또 테트리스 하듯 일하다 직장으로 돌아와 급한 퀘스트 몇 개 깨고 남아있는 일들은 내일 마무리하리라 마음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이게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싶다. 이 시간에 일을 하면 되지 않냐고. 글 쓰는 것도 매일매일 하겠다 마음을 먹었으나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글 쓰면서는 스트레스 안 받으니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결심을 지켜본다.





뒤에서 걸어오는 다른 강아지를 보고 짖어대기 직전의 별이

 나의 소울메이트가 토토라면 나의 산책 메이트는 별이다. 별이는 걷는 속도도 빠르고 토토나 알리처럼 기둥마다 냄새 맡고 마킹하지는 않지만 다른 개들만 보면 물어뜯을 듯이 짖으면서 뒷걸음질 치는 바람에 동네가 시끄럽다. 사실 얘는 무서워서 짖는 거다. "가까이 오지 마! 난 네가 무섭다고! 다가오지 마! 무서워!!" 하며 짖는 것이 틀림없다.  한 번은 별이가 하도 짖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잡고 있던 리드 줄을 놓쳤다. 그러자 별이는 짖다 말고 내게 돌아와서 줄을 돌려주었다. 후... 겁쟁이 시끼....




이제..... 다시 토토 밥 먹이러 가야겠다...

얘를 밥 먹이고, 약 먹이고 내게 만보를 걸을 힘이 남아있을까? 힘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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