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붉은 꽃은 없다.

by 당이


백일 붉은 꽃은 없다.
붉게 피어 있던 것들도 제때 지고 사라진다. 애초에 인생이 그렇게 생겨먹었다.

아름다운 날들도, 소위 말해 잘 나가던 시절도, 바닥을 치고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던 순간도 모두 오래갈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지나간다. 그때의 온도는 너무 차갑거나 뜨겁다. 온혈동물답게 적정 온도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데, 삶은 자꾸 나를 극단으로 흔든다.

영원한 건 없다는 사실을 조금은 받아들이고 나니, 놀랄 일도 줄어들었다. 기대가 덜한 만큼 실망도 덜하고, 잃을 걸 미리 상정하니 두려움도 덜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가끔은 분노가 치밀지만, 이 또한 지나갈 걸 알면 숨을 고를 수 있다.

행복한 순간도 지나갈 걸 알면 더 소중하게 붙잡는다. 슬픈 순간도 지나갈 걸 알면 덜 절망한다. 결국 모든 건 흘러가고, 남는 건 흘러간 시간을 견딘 사람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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